만화가 기안84가 화가 밥 로스 분장을 하고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고 있다. 사진 KCC

[AP광고평론 #121]

※ 평가 기간: 7월 23일~7월 29일

[AP신문=하민지 기자] KCC가 지난 22일에 공개한 영상 광고입니다. 만화가 기안84를 모델로 발탁해 '숲으로 올인원 페인트'가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이란 걸 강조합니다.

광고는 미국 PBS의 전설적인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를 패러디했습니다. 기안84는 '밥 아저씨'로 유명한 화가 밥 로스 분장을 하고 등장합니다. 밥 아저씨의 "참 쉽죠?"라는 명대사를 읊으며 KCC 페인트로 인테리어를 바꾸는 게 어렵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는 광고가 패러디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해 레트로 감성, 유머까지 다 잡았다고 호평했습니다. 창의성 별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별점이 4점대로 높은 편입니다.


소비자가 밥 아저씨를 몰라도
이 패러디는 재밌다

광고평론가는 제품이 사고 싶어졌을 만큼 광고가 재미있다고 극찬했습니다. 밥 아저씨를 모르는 소비자도 광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도 잘 짜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페인트 광고 콘셉트로 그림 교실을 선정한 것도 적절하고, 인지도 높은 만화가 기안84가 화가로 분한 것도 탁월하고, 셀링 포인트를 B급 유머에 녹여낸 것도 매우 자연스럽다.

혹여 소비자가 밥 아저씨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유머로 광고 스토리 라인을 구성했다.

특히 이 광고의 오마주 대상이 된 프로그램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가 방영됐단 1990년대의 느낌을 살려 자막까지 레트로로 연출한 게 눈에 띈다.

박진희 평론가

제품을 사고 싶어질 만큼 재밌는 광고.

한자영 평론가

광고 모델이 예술가인 점을 활용해, 비전문가가 그림을 그리는 법을 알려줬던 추억의 밥 아저씨를 크리에이티브 콘셉트로 활용한 점이 흥미롭다.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한 "참 쉽죠?"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비전문가가 사용하기 쉬운 페인트'라는 특징을 재미있게 잘 전달했다.

모델, 콘셉트, 카피 등 모든 게 잘 어우러지면서 유머러스하지만 명확한 광고가 됐다.

김정민 평론가

캠페인 목적이 명확하다. 레트로 트렌드도 탁월하게 활용해 폭넓은 타깃층 공략이 가능한 광고.

김기섭 평론가

많은 곳에서 밈으로 쓰이는 밥 아저씨를 패러디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를 직접 접하지 않은 20대에게도 광고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은지 평론가

기존 광고 포맷이 아닌 바이럴 영상 형식을 택한 건 좋은 전략이다. 또한 밥 아저씨의 "참 쉽죠?" 밈과 '어리숙한 만화가'라는 기안84의 캐릭터를 유려하게 엮었다.

홍산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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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제품 설명도 부족하다

재미는 있지만 연출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고 평가한 평론가도 있었습니다. 홍산 평론가는 "바이럴 콘텐츠로서 아쉬운 건 (광고의) 템포가 너무 느려서 '10초 건너뛰기' 버튼을 자주 누르게 된다는 거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는 광고를 볼 때 기본적으로 거부감이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가 아닌 영상보다 흐름은 빠르게, 긴장감은 높게, 재미 요소는 더 많이 넣어서 소비자가 느낄 거부감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 광고는 그렇게 흥미로운 내용도 아니고, '그냥 어쨌든 저쨌든 셀프 페인트칠을 해라' 이상의 내용이 담기지 않아 지루하다. 이 지루함이 시청자를 중간에 이탈하게 만든다.

그리고 광고를 보는 기안84의 모습을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는 형태)을 취했지만 자취방에서 상의를 벗은 기안84의 역할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것 역시 이 광고를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다.

홍산 평론가

박진희 평론가는 "너무 잘 만들어서 주객전도가 돼 버린 광고. 광고를 만들기 위해 제품을 출시한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광고에서 제품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광고가 아니라 아주 잘 리메이크된 영상을 본 느낌이다. 이는 칭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제품이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2분이 넘는 광고가 재생되는 내내 모델은 단 한 번도 제품명을 언급하지 않는다. 제품 이름이 명확하게 명시되는 장면은 2초 정도의 컷 하나가 다였다. 그 2초를 제외한 나머지 장면에서 광고의 '진짜 주인공'인 제품은 배경(에 있는) 소품처럼 등장하고 말았다.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광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광고의 근본적인 목표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광고는 예술이 아니다. 제품이 빠진 광고는 더더욱 예술이 되지 못한다. 광고 제작자는 이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박진희 평론가

한자영 평론가는 "이미 많은 콘텐츠에 차용된 밥 아저씨 밈을 쓴 게 아쉽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게 장점이다. 맞지 않는 새로운 걸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공감대로 흥미를 유발했다"고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기안84, "논란 많은 인물, 모델로서 부적절"
vs "기안84와 광고가 딱 맞는다"

모델로 기용된 만화가 기안84에 관해선 평론가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박은지 평론가와 홍산 평론가는 기안84가 평소에 논란을 자주 일으키는 인물이라 광고 모델로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소비자 사이에서 작품 내용과 스타일 등 호불호가 갈리는 기안84를 기용한 건 아쉽다. 매번 논란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반짝 이슈'에 치우쳐서 모델의 대외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은 광고는 지양해야 한다. 모델 이미지가 브랜드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박은지 평론가

기안84를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세계관은 다분히 여성 혐오적이다. 공중파 프로그램에 나와 보여주는 모습 역시 그의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사회성이 부족한 모습이 순수한 모습으로 포장되며 지나치게 높이 평가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홍산 평론가

반면 기안84가 광고와 잘 어울렸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광고평론가는 기안84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KCC가 잘 활용한 덕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 혼자 산다'에서 자동차와 낡은 집을 직접 페인트칠해 커스터마이징 했던 기안84를 모델로 발탁해 제품과 제품의 사용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김정민 평론가

어려운 기법과 반전 스토리 없이도 모델 한 명으로 제품의 가치를 잘 전했다. (브랜드가) 모델이 가진 스토리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비싼 모델을 기용하고도 모델을 광고하는 건지, 제품을 홍보하는 건지 모호한 광고도 많다. 그런데 이 광고는 모델과 광고주 모두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보인다.

기안84 한 명으로 (광고가) 딱 맞아떨어지니까 참 쉽죠?

한자영 평론가

모델과 크리에이티브가 캠페인 목적과 정확히 부합한다.

김기섭 평론가

■ 크레딧
▷ 광고주: kcc
▷ 대행사: TBWA코리아
▷ 모델: 기안84
▷ 촬영지: 노이 스튜디오
▷ AE: 이연후, 손다희, 신은형
▷ PD: 김성민
▷ 촬영감독: 이혁

■ 광고평론 115회 '여기어때 - 코로나19, '힐링' 콘셉트 잘 활용한 광고' 기사에 관해 최명재 여기어때 마케팅 실장이 8월 3일,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이 광고는) 이번 여름이 조심스러운 시기인 점, 그리고 여기어때가 리브랜딩을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이 겹쳐져 나온 결과물입니다.

'숙박'이라는 단순한 메시지보다 현재 상황에 맞춘 새로운 여행을 제안했고, 이를 통해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마음을 소비자가 느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큰 욕심을 내기보단 '소비자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하자'라는 목표에 집중했습니다.

화법도 바꾸어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취향대로 머물다'를 전달했고요.

이를 위해 어떻게 보면 평범한 내용을 소비자의 마음에 각인시키기 위해 노래와 영향력 있는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국내의 숨은 명소를 찾아 믹스했고 의미 있는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냈습니다.

소비자가 처음 시청했을 때 받아들이는 느낌과 다 보고 났을 때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에 철저하게 집중하면서 만들었고요.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유튜브 댓글에서 다수의 호평을 확인하며,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시청자의 광고 시청 시간이 영상의 총 길이와 같다는 점은 데이터 면에서 고무적이라고 판단합니다.

감사합니다.

최명재 여기어때 마케팅 실장이 보내온 의견은 광고평론 115회 기사에도 함께 실립니다. AP신문은 광고 제작자나 광고주가 의견을 보내주실 경우 기사에 반영합니다.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가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광고 제작자나 광고주가 의견을 보내주실 경우 기사에 반영합니다. 다음 123회~127회 기사에서는 빙그레 끌레도르, 롯데리아 폴더버거, SK브로드밴드 B tv, 다음카카오, 피자헛 광고를 평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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