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7월 한 달간 AP신문이 파악한 광고 모델 계약 건수는 191건이다.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서 '동굴 저음'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은 가수 류지광(아랑엔터테인먼트)이 191건 중 4건으로 7월 광고 계약 건수 1위를 차지했다.

류지광을 포함해, 7월에 광고 모델로 트로트 가수가 발탁된 계약 건수는 총 24건이다. 올해 들어 최고 기록이다. 트로트 가수 계약 건수는 1월부터 조금씩 늘다가 7월에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광고주 열 명 중 한 명은 모델로 트로트 가수를 발탁하고 있다.

11년 무명 청산한 류지광, 7월 광고 계약 1위

류지광은 7월에 4개 브랜드 모델로 발탁됐다. 의류 및 신발 브랜드, 미용용품 및 미용 서비스 브랜드, 비영리 단체 및 공공 기관이 류지광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소비자와 광고주의 마음을 사로잡은 류지광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여러 실패를 겪고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칠전팔기의 아이콘, 반듯한 인품을 지닌 사람으로 꼽힌다.

류지광은 중3 때 길거리 캐스팅이 된 후 연예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녹록지 않았다. 어머니가 빚보증을 잘못 서 찾아온 가난, 부모님의 이혼 위기, 아버지의 사업 실패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힘들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11년간 다양한 오디션에 참가했다. 슈퍼모델 선발대회, 슈퍼스타K, 팬텀싱어 등 다양한 오디션에서 여러 재능을 선보였다. 그러다 2020년, 드디어 미스터트롯에서 빛을 봤다.

뷰티 브랜드 라라츄 모델로 발탁된 류지광. 사진 라라츄

류지광은 슈퍼모델 이력이 있는 만큼 패션ㆍ뷰티 업계의 선택을 받았다. 또한 힘든 시기에도 성실하게 살며 바른 인성을 갖춘 이미지 덕에 교육청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패션 브랜드의 경우 피에이티(PAT)와 더엘스타 모델로 선정됐다. 독립문 캐주얼 패션 브랜드 피에이티는 류지광과 모델 계약을 맺으며 "키 185cm의 8등신 비율을 갖춘 류지광과 피에이티가 만나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뷰티 브랜드 라라츄는 류지광을 '클레이 앰플 클렌저'의 전속 모델로 발탁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류지광 클렌저'로 입소문이 나 있다. 지난 13일에는 류지광이 롯데홈쇼핑에 직접 출연해 클렌저 판매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24일엔 서울특별시교육청 소속 강서양천교육지원청 청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스포티비뉴스 보도에 따르면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류지광이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노력하는 이미지가 청렴과 부합한다"며 위촉 배경을 설명했다.

트로트 가수 광고 모델 계약 건수 올해 들어 최다

AP신문이 올해 1월부터 월간 모델 동향을 발표한 이래로 7월에 트로트 가수 모델 계약 건수가 가장 많았다. 

전체 계약 건수 191건 중 24건(12.5%)이 트로트 가수 계약 건이다. 가수 계약 건수 62건 중에서는 약 40%에 달한다. 트로트 가수가 가요계는 물론 광고계도 휩쓸고 있다.

미스트롯ㆍ미스터트롯 출연자 여전히 인기

TV조선 예능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과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 출신 가수가 여전히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스트롯은 작년 5월, 미스터트롯은 올해 3월에 종영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종영한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이 프로그램 출신 가수는 식지 않는 트로트 열풍에 힘입어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미스터피자 모델 장민호, 영탁, 이찬원과 동원참치 모델 정동원. 사진 미스터피자, 동원참치

트로트 가수 계약 건수 24건 중 18건이 미스트롯ㆍ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가수의 계약 건이다. 류지광 외에도 영탁(미스터피자, 멕시카나)과 정동원(동원F&B, 미네랄 바이오)이 두 건씩 모델 계약 소식을 알렸다. 특히 장민호, 이찬원은 영탁과 함께 미스터피자 미스터트리오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스터붐박스(떡심), 이도진(러빙핸즈), 한강(제레스팜), 나태주(강원도 평창군)가 러브콜을 받았다.

누구 오팔 모델 송가인, 해남군 홍보대사 홍자. 사진 SK텔레콤, 전라닷컴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도 꾸준히 모델 계약 소식을 전하고 있다. 송가인은 7월에 SK텔레콤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 오팔 모델로 선정됐다. 3위를 차지한 홍자는 전라남도 해남군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또한 강예슬(하이라이트TV)과 김소유(서울시 동작구)도 모델 계약 소식을 알렸다.

미스트롯ㆍ미스터트롯 참가자는 아니지만 원래 누리던 인기에 트로트 열풍이 더해져 큰 사랑받는 모델도 있다. 트로트계 선배인 홍진영은 모바일 게임 '강호: 극' 모델이, 박현빈은 동도센트리움 모델이 됐다.

전국노래자랑에 나와 유명해진 독일 출신 로미나는 백명주 편백수의 러브콜을 받았다. 트로트 걸그룹 레이디티 멤버 이현주도 로미나와 함께 편백수 모델로 발탁됐다.

유재석이 부른 '합정역 5번 출구'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도윤은 KB차차차 모델로 나섰고 독특한 퍼포먼스로 주목받는 피터펀은 한국재능기부봉사단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광고주는 왜 트로트 가수를 좋아할까?

광고 업계가 왜 트로트 가수에 열광하는지 알아보려면 현재 트로트가 왜 대세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광고대행사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올해 2월에 공개한 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트로트가 대세인 이유는 예능, 즐거움, 다양성 등 세 가지다.

사진 이노션

미스트롯이 기존의 성인 가요 방송 포맷을 벗어나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트로트는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음악 장르가 됐다. 또한 트로트가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하면서 시청자에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풍부하게 선사했다.

트로트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 범위도 넓어졌다. 오프라인 축제나 행사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트로트 무대가 시청자의 안방을 찾으면서 유튜브나 음원 사이트 등 온라인까지 점령했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에 따라 광고주가 트로트 가수를 왜 선호하는지 분석해 볼 수 있다.

1. 전 연령층의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다

먼저 트로트를 향유하는 연령층이 넓어졌다는 것은 기업이 트로트 가수를 모델로 발탁했을 때 공략할 수 있는 소비자층도 넓어졌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치킨, 피자, 참치, 생수, 분식 등 소비자층이 넓은 저관여 제품 브랜드가 트로트 가수를 모델로 발탁했다. 

제품 간 차이가 크지 않고 대체품이 있어서 소비자가 구매할 때 크게 고민하지 않는 저관여 제품의 경우, 시장을 선점하려면 소비자 기억에 오래 남아야 한다. 

저관여 제품 광고에서 맛이나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광고 자체가 소비자에게 호감으로 다가가, 소비자가 광고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 더욱 좋다. 7월에 트로트 가수를 모델로 발탁한 광고는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졌다.

고관여 제품인 AI(인공지능) 서비스 브랜드가 트로트 가수를 모델로 발탁한 사례도 있다. SK텔레콤 '누구 오팔' 광고에는 송가인이 시니어 모델과 함께 등장했다.

'시니어'라는 특정 타깃층을 공략한 광고로 보일 수 있지만 '저 제품을 우리 부모님께 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광고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 연령층을 공략했다고 볼 수 있다.

2. 흥겹고 중독성 있는 CM송을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트로트 가수를 모델로 발탁할 경우 흥겹고 중독성 있는 CM송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7월에 공개된 SK텔레콤 누구 오팔, 미스터피자, 동원참치, 멕시카나 등 트로트 가수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광고 CM송이 트로트다. 동원참치의 경우 조정석, 펭수가 불렀던 똑같은 CM송이 트로트 버전으로 바뀌기도 했다.

매달 창의적이고 인기 있는 광고를 선정하는 유튜브는 작년 한 해 가장 인기 있었던 광고 20개를 올해 2월에 공개했다. 이 중 1/4이 중독성 있는 CM송을 활용한 광고였다.

광고가 좋은 CM송을 제작하는 건 너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포인트가 여전히 소비자의 마음을 끌고 있다. 당연해서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법칙이 아직도 유효하고 중요하다.

3. 구매력 높은 팬덤을 소비자로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매력 높고 행동력까지 있는 팬덤을 소비자로 확보할 수 있다. 어느 셀럽이나 그 셀럽을 사랑하는 팬덤이 있고 팬덤은 자신의 스타에게 애정과 신뢰를 보내며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만 트로트 가수 팬덤은 '내 가수'를 모델로 만들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임영웅의 경우 팬덤이 매일유업 바리스타룰스에 요청해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만들어 놨다. 팬카페에는 매일유업에 문의 메일을 보내고 전화하는 방법 가이드가 제작돼 배포되기도 했다.

동원F&B 모델이 된 정동원도, 6월에 피죤 모델이 된 영탁도 팬덤 요청으로 광고 모델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요즘 대세인 트로트 가수 대부분이 긴 무명 생활을 거쳐와서 그런지 '내 가수'를 모델로 만들겠다는 팬덤의 의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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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구매도 적극적으로 한다. 구매 인증샷을 찍어 팬카페에 올려 서로 구매를 독려하기도 한다. "아파트 빼고는 우리 가수님이 광고하시는 거 다 살게요"라는 댓글도 수없이 달린다.

팬덤이 곧 소비자가 된다는 사실이 광고 업계에 중요한 이유는 트로트 가수 팬덤 대부분이 구매력 있는 중장년층이라는 것이다. 아파트야 쉽게 구매하기 어렵지만 그 외 의류, 식품 등은 얼마든지 기존에 구매하던 것을 대체하고 자주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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