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앞에 슬퍼 보이는 코끼리가 서 있다. 사진 본프리
[AP신문=오영선 기자] 동물이 마이크를 잡은 특별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동물의 목소리는 우리가 상상한 보통의 애니메이션처럼 대사를 읽는 듯한 귀여운 목소리가 아니다. 인터뷰 장소는 철창 안이고 깨끗해 보이지도 않는다. 목소리에선 오히려 피곤하고 지친 기색이 느껴진다.

처음에 등장하는 한 쌍의 호랑이는 자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침팬지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갑자기 사회적 거세를 당한 것 같다"고 토로한다. 이어 서커스단 안에 있는 코끼리가 등장한다. 코끼리는 슬픈 목소리로 조금 우울하고 아주 외롭다고 말한다.

수족관에 있는 듯한 범고래는 "밖으로 나와 뭔가를 할 수 없다. 인내심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여우원숭이 모녀는 갇히기 전 그리운 일상을 기억해보려 하지만 너무 오래돼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머쓱해 한다.

마지막에는 쇠고랑이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며 "우리에게 락다운(봉쇄령)은 일시적이었지만 동물에겐 평생입니다(for us, lockdown was temporary. for some animals, it's for life)"라는 문구가 등장하고 광고는 마무리된다.

사실 영상에 등장하는 동물의 목소리는 코로나19로 봉쇄령 단계가 절정인 시기에 영국인이 응한 인터뷰다. 완성도 높은 제작을 위해 인터뷰이는 끝날 때까지 인터뷰의 진짜 목적을 알지 못했다.

락다운 상태를 겪는 시민의 인터뷰를 먼저 녹음한 후, 음성과 일치하도록 동물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배경 또한 포획된 야생 동물의 가혹한 환경을 반영해 동물원, 서커스단, 수족관 등으로 설계됐다. 2D 애니메이션 광고는 인터뷰한 시민과 마찬가지로 자가 격리된 상태에서 모두 원격으로 제작됐다.

지난달 24일에 공개된 광고 제목은 국제 야생 동물 자선 단체 '본 프리(Born Free Foundation)'의 '생명의 불편함: 봉쇄된 삶(Creature Discomforts: Life in Lockdown)'다. 아드먼 애니메이션과 광고대행사 엔진(ENGINE)은 일생을 갇혀 사는 동물의 고충을 알리기 위해 이 광고를 제작했다.

본 프리는 인간의 고통과 포획된 야생 동물의 피폐한 삶 사이의 공통점을 보여준다. 동시에 인간은 잠깐의 격리에도 괴로움을 느끼지만 야생 동물은 평생 격리돼 답답함을 느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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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피크 감독은 지난달 24일 아드먼 애니메이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락다운 때문에 광고를 원격으로 제작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완벽하게 일해준 동료에게 경의를 표했다"며 제작 과정 자체가 도전이었다고 전했다.

또한 (동물이자 사람과의) 인터뷰 과정을 언급하며 "앞으로 오랫동안 이 락다운을 기억할 것이다"고 말했다.

본 프리의 동물 복지와 사육을 담당하는 크리스 드레이퍼는 "많은 사람이 폐쇄의 제약과 불편함을 겪을 거다. 인터뷰 참가자가 겪은 락다운 기간의 경험은 포획된 야생 동물이 평생 동안 직면하는 좌절과 타협에 대한 짧은 통찰력을 줬다"며 "이 광고는 동물원, 서커스, 이국적인 애완동물 거래를 동물 관점에서 재고하도록 장려한다"고 전했다.

현재도 동물원뿐만 아니라 라쿤, 미어캣, 페럿 같은 희귀 동물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형태의 공간이 여럿 존재한다. 카페에 있는 동물을 만질 수도 있고 먹이를 주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굳이 동물원이나 동물 카페에 가지 않아도 그들을 볼 수 있고 관련된 정보 또한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심지어 작년엔 SK텔레콤이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기술을 혼합해 '동물 없는 동물원'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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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와 기술로도 충분히 동물과 교감할 수 있다. 인간의 호기심과 경험이 동물의 생명보다 먼저 존재할 순 없다. 우리가 살아 숨 쉴 자리가 있듯 동물에게도 자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 크레딧
▷ 광고주: Born Free Foundation
▷ 대행사: Engine UK
▷ 국가: 영국
▷ 제작사: Aardman Animation
▷ 감독: Peter Peake
▷ Chief Creative Officer: Billy Faithfull
▷ Creative Director: Steve Hawthorne
▷ Creative Director: Katy Hopkins
▷ Creative: Pete Ioulianou
▷ Creative: Ollie Agius
▷ Producer: Sami Goddard
▷ Agency Producer: Laura Mel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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