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왼쪽)이 대화하다가 같은 말을 갑자기 반복하고 있다. 말을 듣던 동료 직원(오른쪽)은 그런 남성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다. 사진 유튜브 '광고 홀' 캡처

[AP신문=권이민수 기자] 2003년 공개된 태국의 소켄 DVD 플레이어 광고 '킬 빌' 편이다.

DVD는 1996년에 CD의 후속으로 등장한 광 미디어로 고화질의 영상을 담을 수 있었다. DVD 플레이어는 DVD를 재생하는데 사용됐다. 실시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광고다.

광고는 한 회사 탕비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두 직원의 대화로 시작된다.

"안녕 밥! 어제 킬 빌 DVD를 샀는데 너도 봤어?"

한 직원이 동료에게 지난밤 킬 빌을 봤다며 감상을 늘어 놓는다. 킬 빌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2003년에 연출한 액션 영화다.

"정말 끝내줬어. 특히 악당들이 주인공을 붙잡아 죽이려고."

신나게 대화를 이어가던 직원은 시간이 멈추기라도한 듯 갑자기 입을 벌린 채 움직이지 않는다. 말을 듣고 있던 동료는 이상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곧 직원은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이번엔 말을 하는 도중 말이 계속 끊어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주인공이 악당 중 한 명을 찔, 찔, 찔, 찔, 찔러."

직원은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기도 한다. 말을 듣던 동료는 계속 이상한 직원의 모습에 갑자기 겁에 질린다.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소켓 DVD 플레이어는 질 나쁜 DVD 플레이어로 영화를 감상할 때 영화가 자꾸 끊기거나 멈추는 현상을 주목했다. 광고는 영화가 부드럽게 재생되지 못한 상황을 현실의 대화에 적용했다.

소켓 DVD 플레이어의 광고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광고로 2004년 칸 국제 광고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 AP신문의 '애드B' 섹션에 속한 기사는 흔히 'B급 광고'로 불리는 키치(kitsch)광고부터, 고전 광고, 감동적인 광고까지 특정 시기에 관계없이 꾸준히 화제가 되고, 사랑받는 광고를 모아 소개하는 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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