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권이민수 기자] 제품의 홍보를 위해 제작되는 광고. 하지만 오히려 논란이 일어나 여론의 역풍을 맞고 광고가 내려가는 사례가 많다. 오히려 광고가 제품과 기업의 이미지를 반감시켜 목표와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논란으로 내려간 광고 사례가 홍보 담당자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1. 무엇을 홍보하느냐 만큼, 어떻게 홍보하느냐도 중요하다

의약품 도매기업 '한국 메나리니'는 지난 7월 손발톱무좀 치료제 '풀케어' 광고를 공개했다가 광고를 시청한 약사들의 공분을 샀다.

광고는 약국을 배경으로 했다. 한 환자는 약국에 들어가 자신의 질병을 약사에게 설명한다. 그러나 약사는 환자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때 뒤에 서 있던 한 손님이 "이거 주세요"라며 한 제품을 권한다. 그리고 다음부턴 증상을 말하지 말고 그냥 풀케어를 달라고 하면 된다는 말도 남긴다.

광고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제품을 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환자의 질환을 이해하지 못하는 약사의 모습을 담았다.

문제 광고의 한 장면, 약국에 들어가 자신의 질병을 약사에게 설명하는 환자의 모습이다. 사진 유튜브 캡처

약사들은 약국에서 약사를 배제한 채 구매자들 간 대화로 일반의약품 선택이 이뤄지는 점을 문제삼았다. 또 해당 광고가 약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의견도 내놨다.

약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한국 메나리니는 즉시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약사는 환자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생각할 때 한국 메나리니의 광고 타깃은 약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광고는 약사의 이미지를 깎아 내렸다. 광고가 타깃층 설정에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제품을 홍보하는 과정에 타깃층이 제대로 설정됐는지, 어떤 직종이나 집단의 이미지가 평가 절하되지는 않는지, 다른 제품이나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는 않는지 면밀히 살펴야 이같은 논란을 피할 수 있다.

2. 인권 감수성은 이제 기본이다

LG전자 폴란드 법인은 지난 5월 불법 촬영을 권장하는듯한 내용의 스마트폰 광고를 SNS 틱톡에 내보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광고는 전면과 후면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펜타샷' 기능을 소개했다.

그런데 내용이 문제였다. 한 남성이 계단 아래에서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다. 여성은 곧 이를 인지하고 남성의 스마트폰을 확인하지만, 남성이 전면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셀카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은 본인이 오해했다고 생각해 사과하고 자리를 떠나고 남성은 불법 촬영을 들키지 않아 좋아한다.

해당 광고는 현대의 인권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내용이 담겨 문제가 됐다. 인권감수성은 인권 문제에 대한 감수성, 즉 사회에서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 제도 등을 인권 문제의 차원에서 보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성차별, 장애, 인종 등 오늘날 인권감수성은 다양한 영역에서 차별과 폭력을 막고 있다.

불법 촬영 문제는 오늘날 대표적인 여성 혐오 범죄다. 이미 여러 차례 사회 공직자나 지식인, 유명인 등이 불법 촬영을 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산 일이 있었다.

그런데 LG전자는 이런 범죄를 광고에 재미 요소로 담아낸 것이다. 광고에 B급 요소와 같은 재미를 주는 요소를 담기 이전에 인권감수성에 반하는 내용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3. 허위ㆍ과장이 곁들어지지는 않았는가?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1월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 출시와 함께 안마의자에 키 성장 효능과 '브레인마사지' 기능을 통한 뇌 피로 해소, 집중력ㆍ기억력 향상 효능이 있다고 광고했다.

이 광고에서 바디프랜드는 "뇌 피로 회복 속도 8.8배, 집중력 지속력 2배, 기억력 2.4배 증가"와 같은 문구를 넣어 인지기능 향상 효능이 객관적인 수치로 입증된 것처럼 표현했다. 또 '특허 획득', '임상시험 입증', 'SCI급 논문 게재' 등의 표현을 써 제품의 신뢰도를 높였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이 광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바디프랜드가 제출한 임상시험은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었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상 필수적 절차인 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바디프랜드는 사과문을 올려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모든 광고에 있어 사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한 사전 검증 절차를 도입하겠다"며 "연구개발(R&D)에 있어서도 철저한 외부 임상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키 성장, 집중력ㆍ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허위ㆍ과장 광고한 청소년용 안마의자 하이키 광고 사진 바디프랜드

최근 허위ㆍ과장 광고 사례는 지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광고의 내용에 허위ㆍ과장되지 않은 내용을 담는 것은 윤리적으로 당연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허위ㆍ과장 광고를 지켜보는 눈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국가 기관은 물론이고 최근 광고의 허위ㆍ과장된 요소를 따지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플루언서도 등장했다. 이제는 소비자를 속이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뜻이다.

허위ㆍ과장 광고 적발은 광고 제품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큰 타격이 된다. 그렇기에 광고에 허위ㆍ과장된 요소를 넣기보다 진정성을 넣어 소비자의 신뢰도를 얻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4. 광고의 의도보다 먼저 광고 타깃층을 고려해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2월 행복주택을 홍보하는 옥외 광고에서 '흙수저ㆍ금수저' 논란을 일으켰다.

광고에는 두 사람의 메시지 대화가 담겼다. 한 명이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고 하자, 다른 한 명이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했다.

행복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약자에게 주변 시세의 60∼80%의 임대료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행복주택 옥외 광고, 광고에는 두 사람의 메시지 대화가 담겼다. 한 명이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라고 하자, 다른 한 명이 "나는 네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라고 답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광고가 공개된 후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등에는 상대적으로 '금수저'인 청년이 '흙수저'인 다른 청년을 부러워하는 뉘앙스를 풍겨 흙수저 청년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LH는 "이번 행복주택 옥외 광고는 공급의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SNS 상황을 가정한 표현방식을 사용했으나 당초 제작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초래하게 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해당 광고도 모두 철거했다.

광고가 논란의 대상이 되면, 광고주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을 자주 남긴다.

그러나 제작 의도가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광고 타깃층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의도와 상관없이 타깃층을 불쾌하게 만드는 광고가 될 수 있다. 광고를 제작하는 것에 앞서 타깃층이 처한 상황과 생각을 먼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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