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사태 ①] MZ세대, "우리가 뒷광고에 화 난 이유는"

하민지 승인 2020.08.20 10:06 | 최종 수정 2020.11.19 15:43 의견 1

[AP신문=하민지ㆍ오영선 기자]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매크로 인플루언서부터 억대 연봉의 메가 인플루언서까지. 유튜버 70여 명이 줄줄이 사과 영상을 올리는 광경을 8월 한 달 내내 보고 있다.

구독자는 뒷광고 유튜버 리스트를 만드는가 하면, 특정 유튜버의 뒷광고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이 사람은 불법을 저지른 사람입니다. 구독을 취소해 주세요"라는 댓글을 여러 언어로 번역해 달고 다니는 등, 구독 취소 사태는 불매 운동의 양상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뒷광고 논란이 된 유튜버 대부분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의 유행을 MZ세대가 이끌고 있으니 논란이 생겼을 때 MZ세대 팬덤을 보유한 유튜버부터 먼저 거론되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영상 시대를 사는 MZ세대는 왜 이렇게 뒷광고에 화가 난 걸까. 그 이유를 MZ세대에게 직접 들었다.


1. 공정함에 예민하다

MZ세대는 공정함에 예민하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온 그들은 조금이라도 공정하지 않으면 분노한다. 노력한 것 이상의 보상을 바라고 거짓으로 성취를 이뤄낸 것을 목격하면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를 낸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 조국 법무부 전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에 MZ세대가 분노한 이유도 '불공정' 때문이다. 인터넷 밈이 된 '파맛 첵스 부정 선거' 사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공정을 향한 분노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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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대학생 정유화 씨는 지난 17일 AP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는 힘들게 알바해서 등록금을 번다. 내 또래인 유튜버들은 나보다 몇십 배 많은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그게 불법 행위로 번 돈이었다니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 이진규 씨는 유튜버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팬덤의 보호를 받는 부분도 화가 난다고 했다. 이 씨는 "위법 행위를 했는데도 몇몇 구독자는 여전히 영상에 좋아요를 눌러주고 힘내라는 댓글도 달아주는 게 부럽기도 하다. 인기가 많으니까 잘못을 해도 계속 큰돈을 벌면서 살 수 있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2. 유튜버와 정서적 거리가 가깝고 그만큼 실망도 크다

유튜버는 팬덤과의 심리적 거리가 연예인보다 가깝다. 유튜버가 자주 라이브로 방송을 진행하며 팬덤과 소통하고 팬덤의 이름이나 닉네임을 불러주기도 하기 때문에 MZ세대는 유튜버에게 큰 친밀감을 느낀다.

애정을 지닌 유튜버에게 구독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구독 버튼과 좋아요 버튼 눌러주기, 알림 설정해 놓기, 유튜버가 영상의 앞과 뒤, 중간에 광고를 삽입해 놨을 때 끝까지 보기 등이 전부다.

특히 광고의 스킵 버튼을 누르지 않고 끝까지 보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유튜버에게 더 많은 수입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즐겁고 유익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를 향해 광고를 끝까지 보는 것으로 애정과 감사의 표시를 한다.

직장인 강문훈 씨(24세)는 "형 같이 생각한 사람이 저런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니 크게 실망했다. 배신감이 든다. 구독자를 돈줄로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 중인 현진희 씨(24)도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현 씨는 "모 유튜버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다. 내 페북에 영상 링크를 올리며 홍보하기도 하고 영상에 붙은 광고도 끝까지 다 봤다. 근데 그동안 속은 거였다. 나는 속았는데 저 유튜버는 조회 수로 먹고살다니 배신감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3. 내 취향이 농락당했다

많은 이가 알다시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는 알고리듬을 이용해 이용자에게 맞춘 광고가 표시된다. 페이스북에 '다이어트'라고 한 마디만 써도 그다음부터 뉴스피드에 다이어트 관련 광고만 뜨는 이유가 알고리듬 때문이다.

MZ세대는 이 알고리듬을 이용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광고라면 알고리듬을 역으로 이용해 자신에게 유익한 광고만 뜨게 하는 것이다.

21세 직장인 이소유 씨는 운동화를 사고 싶을 때 네이버에서 먼저 검색해 본다. 마음에 드는 운동화 브랜드 몇 가지가 추려지고 나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운동화 브랜드 이름을 일부러 검색한다.

그러면 그 운동화 광고가 뜨거나 관련 브랜드의 광고가 뜬다. 광고에서 신제품이나 할인 상품 등을 확인한 후 인스타그램에서 착용 샷을 검색해본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제품으로 구매한다.

MZ세대가 광고 알고리듬을 이용하는 이유는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불필요한 광고를 매일 마주쳐야 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이렇게 알고리듬을 이용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광고만 보려고 한다. 그래야 내 취향의 제품과 서비스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유튜버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람을 구독한다. 유튜버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뷰티, 패션 스타일이 자신과 맞으면 그 유튜버의 콘텐츠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소유 씨는 뒷광고 사태를 일으킨 유튜버가 자신의 취향을 농락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좋아하는 유튜버 영상을 보면서 '저거 맛있겠다, 저거 이쁘다' 생각한 적이 많다. 그래서 나도 그들이 추천하는 제품을 샀다. 근데 그게 다 광고에 의해 기획된 거였다니. 내 취향이 농락당했다. 저 유튜버가 괜찮은 제품이라고 하니 나도 괜찮은 줄 알았다. 내가 그동안 광고를 본 줄은 몰랐다"며 분노했다.

광고 영상을 '내돈내산'이라고 올린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사진 한혜연 유튜브


4. 내돈내산은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콘텐츠였는데···

23세 대학생 김민 씨는 "유튜브를 심심할 때 시간 때우려고 보기도 하지만 음식 조리법이나 제품 사용 후기 등 궁금한 것을 검색할 때 보기도 한다. 글과 사진보다는 영상이 더 보기 편하고 (제품의 외관이나 사용 방법을) 세부적으로 알 수 있어서 유튜브를 일종의 검색 사이트로 이용한다. 그래서 유튜브는 내게 오락ㆍ정보 공유 서비스다"라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MZ세대는 유튜브를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 유머 사이트 등으로 활용한다. 또한 MZ세대는 드라마나 영화, 뮤직비디오 시청 등 유튜브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궁금한 걸 해결해 주는 네이버 지식인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여기에 채팅, 메신저 기능까지 유튜브에서 가능하다. MZ세대에게 유튜브는 네이버, 틱톡, 구글 등 많은 미디어의 기능을 한 데 모은 채널이다.

이 중 '내돈내산'은 정보성, 궁금증 해소, 즐거움까지 여러 기능이 집약된 콘텐츠다. '내돈내산'은 '내 돈으로 내가 산 제품'의 줄임말이다. 광고ㆍ협찬 등을 받지 않고 유튜버의 기준과 취향으로 엄선해 구매한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내돈내산'이라고 한다.

내돈내산 콘텐츠의 특징은 솔직하다는 것이다. 유튜버가 리뷰하는 제품의 나쁜 점과 좋은 점을 명확히 구분해 준다.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내돈내산 콘텐츠를 보면 효율적인 구매를 할 수 있다. 가진 돈은 한정적이고 모든 제품을 구매해 볼 수 없으니 유튜버의 내돈내산 영상을 보면 해당 제품에 관해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MZ세대가 쇼핑할 때 네이버 쇼핑보다는 유튜브에 먼저 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내돈내산은 선향 영향력을 행사하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직장인 박인영 씨(27세)는 내돈내산 중에서도 '하울'을 해주는 유튜버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하울'은 물건을 대량으로 사서 하나하나 꼼꼼히 품평하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박 씨는 "모 유튜버가 명품 하울을 자주 해주신다. 명품은 비싸서 이것저것 사서 비교해 볼 수가 없는데 유튜버가 전부 사 와서 하나하나 비교해 주니까 유용하다. 자기 돈 들여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 씨는 "보통은 유튜브 영상이 재밌어서 보는데, 내돈내산에 내가 사려고 고민했던 제품이 나오면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하는 유튜버가 직접 사서 썼는데 좋기까지 하다고 하니 흔한 리뷰들 보단 훨씬 믿음이 간다"고 했다.

이렇게 MZ세대에게 유용한 정보와 즐거움을 동시에 주던 유튜브가 내돈내산이라 거짓말했다고 하니 김민 씨는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내돈내산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콘텐츠였다. 본인 이름을 걸고 만든 콘텐츠였기에 배신감이 더 컸다. '차라리 처음부터 당당하게 광고라고 말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구독자는 좋아하는 유튜버라면 협찬 제품이어도 잘 소비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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