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 채널에 올라온 '좋아하는 파데? 플' 광고 중 한 장면. 노란색 비니에 줄이 달린 안경을 쓴 광고 모델이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 플

[AP신문=하민지ㆍ김은지 기자]

"틀딱들(노인을 비하하는 말)이 요즘 저게 유행인 줄 알고 만든 광고"
"그만 좀 나와요 제발. 진짜 광고 노래만 들어도 화가 나요"
"노답(답이 없는) 청춘들 모아놓고 감성적인 척하는 F급 광고"

LG유플러스가 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만든 유튜브 채널 'PL official' 영상 광고에 달린 댓글이다. Z세대와의 소통이 잘되고 있는 걸까.

LG유플러스는 지난 19일,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SNS 채널 '플'을 운영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 내용은 좋다. SNS에서 4천 건이 넘는 고객 반응이 있었고, 국내 포털의 '플' 검색량은 3,600%가 폭증했다고 한다.

LG유플러스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여러 매체에서 수십 건 보도됐다.

또한 LG유플러스는 보도자료에서 "(플이) 신비주의 콘셉트를 차용해 의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Z세대의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플의 공식 SNS 계정에 접속해 봤다. 보도자료 설명대로 신비주의 콘셉트를 활용하고 있었다. 플 공식 계정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두 가지가 있는데 LG유플러스는 어디에서도 LG유플러스가 만든 채널이라는 걸 설명하지 않았다.

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

유튜브에는 '플 뜯어 먹는 소리'라는 영상 광고가, 인스타그램에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영상 광고와 '플대나무숲'이라는 캠페인이 업데이트돼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8월 25일 오후 5시 20분을 기준으로 약 1,700명이지만 게시물에 댓글이 거의 없다. 구독자 492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에는 댓글이 꽤 있는데, 뭔 내용인지 모르겠고 짜증 난다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첫 게시물이 업로드된 게 지난달 23일이니 이 캠페인은 진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LG유플러스가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과 달리, 한 달이 지났지만 "Z세대의 호응"은 깜깜무소식인 듯 보인다.

1. 광고 속 저 사람이 Z세대라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광고는 현재까지 10개다. 광고 유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Z세대의 취향을 다룬 광고 5개, 등록금과 취업 등 Z세대의 고민을 다룬 광고 5개로 구분된다.

Z세대 취향을 다룬 광고에는 힙합 가수 같은 분위기의 광고 모델이 나온다. 이들은 갖고 싶은 브랜드와 파운데이션, 즐겨하는 게임과 자주 신는 신발, 가 보고 싶은 장소 등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이야기한다.

광고 속 모델들은 '방황하는 청춘', '자유로운 영혼'처럼 표현돼 있다. 비슷한 인상착의,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 뿌연 색감의 시각적 연출이 그런 분위기를 더욱 조성한다.

누리꾼은 광고 속 모델의 캐릭터와 취향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캐릭터가 다소 허영심이 많고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연출된 것도 지적했다.

"힙한 척하지만 그냥 X같다", "신비주의는 누가 해도 역겹구나", "이 광고 극혐인 이유: (캐릭터가) 듣보잡인데 월클(월드 클래스)인 척함", "잘난 척 오지게 하는 것 같아서 짜증남", "정말 답 없는 허세 찬 20대 표본 같음. 절대 저렇게 살고 싶지 않다"라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플의 타깃 소비자인 Z세대 정윤혁 씨(26세)는 광고를 보고 "힙한 느낌을 내고 트렌드 맞춰 보려는 건 알겠는데 그냥 (뭔가를) 따라 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24세 김도은 씨는 "우리 세대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며 의문을 던졌다.

김도은 씨처럼 누리꾼도 광고 제작자에게 의문을 던지고 있다. "틀딱들이 요즘 저게 유행인 줄 알고 만든 광고", "(플이 아니라) 틀(노인을 비하하는 말) 아님?", "기획팀장이 틀인가? 콘셉트를 무슨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걸 지식인에 물어본 것 같네"라는 댓글을 달며 광고 제작자가 Z세대를 잘 모르고 광고를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플 광고는 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인다. 김도은 씨는 '좋아하는 파데(파운데이션)? 플' 편을 보고 "바비브라운이랑 페리페라랑 동급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라며 의문을 던졌다.

취재 결과 Z세대 사이에서 바비브라운은 파운데이션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맞지만 페리페라는 아니다. 페리페라는 틴트로 유명한 브랜드다. 게다가 바비브라운과 페리페라의 파운데이션 가격은 최대 10배까지 차이 난다.

정리하면 두 브랜드 모두 Z세대가 사랑하는 브랜드이지만, 좋아하는 파운데이션을 언급하면서 두 브랜드를 동일선상에 놓기는 어렵다는 게 Z세대의 주된 의견이다.

2. 등록금ㆍ취업ㆍ젠더 등 청춘 문제 무책임하게 다룬다

유튜브에 올라온 광고 중 Z세대의 고민을 다룬 '플 뜯어먹는 소리' 편에서는 등록금, 젠더, 취업, 유튜버 등 Z세대가 겪는 문제가 주로 등장한다.

졸업하고 취업 걱정하는 대학생에게는 "졸업하면 어딜 꼭 들어가야 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등록금이 비싸서 걱정하는 대학생은 뜬금없이 초등학생에게 "너네도 요즘 등록금 내니?"라고 묻기도 한다.

광고에 '답 없는 속플이(속풀이) 배출구, 플'이라는 카피가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LG유플러스는 플 채널이 Z세대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창구가 되길 바란 것 같다.

하지만 Z세대는 광고가 청년이 겪는 문제를 무책임하게 다뤘다고 비판한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24살 장의진 씨는 "졸업하면 어딜 꼭 들어가야 되냐는 말을 너무 책임감 없게 한다. 저러면 멋있어 보이는 줄 아나 보다. 코로나19 때문에 기업 공채도 미뤄져서 속상한데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장의진 씨 말대로 기업 중 절반은 올해 하반기 공채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취업 관련 누리집 인크루트가 지난 18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힌 기업은 14.2%, 채용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기업은 28.6%다.

젠더 문제를 다룬 '플 뜯어 먹는 소리 - 저녁 시간에' 편에도 비판 댓글이 많다. 광고는 딸이 엄마에게 "여성스러운 게 뭐야?"라고 묻는 짧은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답도 없고 해결책도 없고 질문만 던지고 끝난다.

광고는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쪽과 적대적인 쪽 모두에게서 비판받는다. 여성스럽다는 말을 거부하는 페미니스트를 겨냥해서 "히히 이러면 페미니스트가 좋아해 주겠지'하고 기획했지만 전체적으로 XX 같아서 망해버린 광고", "이 광고 의도가 대체 뭐임?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가져다가 뭘 광고하려는지도 모르겠고 싸움 부추기는 광고인 건지?" 등 젠더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과 젠더 문제가 피곤한 사람 모두 광고가 별로라고 지적한다.

장의진 씨는 "그냥 '요즘 애들' 관심사 한 번 다뤄보려다가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도은 씨 또한 "하나도 안 재밌고,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 주제가 파악되지 않는 최악의 광고"라고 비판했다.

3. 플대나무숲 캠페인도 뭔 소린지

LG유플러스는 '플 뜯어먹는 소리'라는 제목의 영상 광고 5편을 공개하면서 '플대나무숲'이라는 이름의 캠페인도 진행했다.

'대나무숲'은 SNS상의 익명 커뮤니티 같은 곳이다. 'ㅇㅇ대학교 대나무숲', 'ㅇㅇ고등학교 대나무숲'처럼 각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나 '간호사 대나무숲', '시민단체 활동가 대나무숲'처럼 특정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대나무숲에서는 익명이 보장되는 동시에 하나의 메시지를 많은 이가 볼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내부고발이 이뤄지기도 하고, 특정 사회 현안을 두고 토론을 하기도 하고,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하기도 하고, 분실물을 찾기도 한다.

LG유플러스는 대나무숲의 이런 기능을 참고해 '플대나무숲' 캠페인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플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등록금, 취업, 젠더 관련 문제에 관한 답변을 모았고 그걸 토대로 아래와 같은 이미지를 제작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Z세대의 목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기 위해 마련한 캠페인인 듯 보이지만 이 캠페인 역시 Z세대의 공감을 사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장의진 씨는 "우리 세대 의견을 왜 여기서(플대나무숲에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세대 의견은 유튜브, 틱톡, 페북, 인스타에 많은데. 이 누리집을 굳이 들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윤혁 씨는 "유튜브 영상의 목적도 모르겠지만 이 빅데이터도 왜 모으는지 모르겠다. 속상할 지경", 김도은 씨는 "광고 보고 우리 세대가 수수께끼 세대란 걸 표현한 건가 생각했는데 이것도 수수께끼 같다. 질문이랑 동 떨어지는 키워드도 많고, 그래서 사람들이 무슨 대답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4. 공감 못 얻은 캠페인 결과, 기업 호감도 ↓

이처럼 타깃 소비자 반응이 좋지 않은데 LG유플러스는 플 캠페인을 비판하는 댓글마다 대댓글을 달고 있다. 이벤트에 당첨돼서 치킨 기프티콘을 준다는 내용의 댓글이다. 소비자는 냉랭하게 반응한다.

플은 LG유플러스 통신사 앞으로 안 쓰겠다, 쓰던 건 해지하겠다, 광고가 너무 싫다는 댓글마다 치킨 기프티콘을 준다는 대댓글을 달고 있다.

김도은 씨는 "광고도 캠페인도 이상하고 답답하니까 플이나 LG유플러스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LG가 LG했다"며 웃음을 섞어 비판하기도 했다.

장의진 씨도 "이게 통신사 광고라는 걸 알고나서 LG유플러스를 안 쓰고 있는데 안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의견의 댓글도 많이 달렸다. 아이디 최**은 "경쟁 기업의 산업 스파이가 잠입해서 만든 광고인가?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유플러스는 쓰지 말아야지", 아이디 우*는 "유플 쓰는데 다음에 해지해야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LG유플러스는 이 댓글들에 치킨 기프티콘을 주겠다는 대댓글을 달았으나 댓글 단 누리꾼의 답변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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