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위쪽에 X, Y, Z라는 글자를 적어 '세대 연결 기술'이라는 카피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기아자동차

[AP광고평론 #141]

※ 평가 기간: 8월 20일~8월 26일

[AP신문=하민지 기자] 기아자동차가 지난 17일에 공개한 4세대 카니발 영상 광고입니다.

광고가 전하는 카니발의 주요 기능은 '후석 음성 인식'입니다. 기존에는 운전자만 제어할 수 있었던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오디오 등을 뒷좌석에 앉은 사람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한 기능입니다.

광고는 이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세대 연결'이라는 주제를 택했습니다. X세대인 아빠, Y세대인 엄마와의 세대 갈등을 Z세대인 자녀가 연결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써 '카니발은 모든 세대가 즐겨타는 패밀리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세대 갈등과 연결을 잘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건 음악입니다. 유승범의 '질투'(1992)를 듣고 싶은 X세대 아빠와 자이언티의 '양화대교'(2014)를 듣고 싶은 Y세대 엄마가 선곡을 두고 갈등을 벌이자 Z세대인 자녀가 후석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해 자이언티의 '질투'(2020)를 틉니다. 자이언티가 리메이크한 '질투'는 이번 광고 CM송을 위해 발매됐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광고 자체는 창의적이지만 후석 음성 인식 기능을 XYZ 세대의 이야기로 풀어낸 게 억지스럽다는 의견과 참신했다는 의견이 양립했습니다.

기아자동차 4세대 카니발 광고 별점. 창의성 4.5, 광고 메시지의 명확성 3.5, 광고 효과의 적합성 3.5, 청각적 예술성 4, 시각적 예술성 4, 호감도 3.5

세대 연결, 소비자의 니즈 포인트 맞나?

먼저 '세대 연결'이라는 이야기가 억지스럽다는 의견의 경우, 이 주제 자체가 소비자의 니즈 포인트가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또한 '세대 연결' 이야기가 카니발의 후석 음성 인식 기술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토리 상황 설정이 다소 아쉽다.

소비자의 니즈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해 스토리로 풀어내는 건, 그 어떤 장르보다 광고에서 중요하다. 짧은 시간 내의 메시지 전달력을 가름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소비자가) 최소 한 번쯤은 겪어봤을 상황을 캐치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 광고 속 세대 연결 기술이 필요한 상황은 너무 한정적이다. 그래서 광고 제품의 차별성이 돋보이기보다는 겨우 저런 (갈등) 상황을 면책하기 위한 기술처럼 보일까 봐 우려스럽다.

후석 음성 인식 기능을 돋보이게 할 이야기를 만들려면 광고 제작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좀 더 귀 기울였어야 했다.

한자영 평론가

크리에이티브가 오히려 제품을 해치는 케이스다.

크리에이티브 내에서 세대 연결 기술이 후석 음성 인식 기능으로 정의돼 있는데 이건 새로 나온 기술이 아닐 뿐더러 카니발의 USP(unique selling point. 고유의 강점)나 RTB(reason to buy. 구매 동기)도 아니다.

카니발의 가장 큰 RTB는 '가족 단위 SUV'라는 것이다. XYZ 세대를 전부 출연시킨 의도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세대 연결 기술을 후석 음성 인식 기능으로 표현하는 건 오히려 새로운 카니발의 장점은커녕 기존 카니발의 장점도 가려버린다.

실제 카니발의 USP나 RTB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접근이 더 나았을 것이다.

홍산 평론가

세대 통합을 강조하려고 애 쓴 티가 느껴진다. 세대를 묶는 수단 중 하나로 자이언티의 리메이크 곡을 쓴 점이 자연스럽다. 어느 세대에나 친숙한 가수의 곡을 활용해 광고를 보는 광범위한 세대를 묶었다.

하지만 노래 이외에 세대를 묶을 수 있는 요소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 내레이션을 제외하고 가족 간 대화에서도 세대 차이가 있다는 걸 쉽게 알기 어렵다.

제품에서 세대를 묶을 수 있는 요소를 찾기 힘들었을까? 20세기 말에 출시된 차량이 여러 세대를 거쳐 업그레이드 됐다는 걸 은유적으로 드러냈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세대 연결 기술'이라는 단어가 이를 말해주지만 의미가 너무 모호하다.

박은지 평론가


'세대 연결' 자연스럽고 귀여워···
USP 효과적으로 전달

반면 '세대 연결'이라는 주제가 효과적이고 신선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신세대 가족이 타는 요즘 자동차 광고. 조금 억지스럽지만 귀엽게 넘길 수 있는 광고다. 광고가 제시한 문제 상황과 해결 방안의 연결이 조금은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제품이 패밀리카로서 인지도가 높은 차종이란 걸 고려했을 때, 타깃 소비자에게 호감을 얻을 만한 크리에이티브였다.

억지스러운 상황을 귀엽게 넘기는 데 카피라이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카피는 '가족이 타는 차'라는 포인트를 '세대의 연결'이라는 아이디어로 표현됐다. 또한 'XYZ 세대가 타고 있다'는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건조하면서도 재치있는 말투가 진짜 Z세대의 언어 습관을 빌려온 것 같아 광고 몰입도가 높았다.

'가족이 타는 차'하면 쉽게 떠오르는 광고. 부성애나 모성애를 강조하는 감성 광고가 아니라 신선했다.

박진희 평론가

자동차 특성을 세대 연결로 보여준 광고다.

일반적인 자동차 광고의 통념을 깼다.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다양한 세대의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분류해 '세대 연결'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냈다.

자동차의 이용 상황을 자연스럽게 연출해 상표 가치와 USP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김정민 평론가

소비자는 광고 평론가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 메시지가 정확하지 않아도 광고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으면 된다.

소비자는 이 광고를 마음으로 정확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타깃에게 유효한, 타깃이 느낄 수 있는 좋은 광고다.

김기섭 평론가

■ 크레딧
▷ 광고주: 기아자동차
▷ 대행사: 이노션월드와이드
▷ 제작사: 생각을걷다, 엘리먼트
▷ CD: 김성규, 음대영
▷ AE: 이정태, 신경섭, 이성길, 김희연
▷ CW: 최현정, 권혁문
▷ 아트디렉터: 신나라, 김지수, 소윤희
▷ 조감독: 김종인
▷ 촬영감독: 한상길
▷ 조명감독: 김홍수
▷ Executive PD: 김충섭
▷ 제작사PD: 오태호
▷ NTC: 컬러그라프, 김수영
▷ 녹음실: 닥터훅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가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광고 제작자나 광고주가 의견을 보내주실 경우 기사에 반영합니다. 다음 143회~147회 기사에서는 삼양사 큐원 상쾌환, 푸르밀 프로바이오, LH 한국토지주택공사 안단테, 유니베라 아임뮨, 현대자동차 광고를 평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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