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버추얼 모델이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이유

가상 인물을 모델로 발탁한 이케아 일본
다양한 버추얼 모델의 등장

오영선 승인 2020.09.22 13:23 | 최종 수정 2020.09.22 15:27 의견 0

[AP신문=오영선 기자] 1998년 혜성처럼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는가. 아담은 가상의 공간인 에덴(EDEN) 출신으로 에덴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왔다는 신비스러운 콘셉트를 가졌다.

아담은 원빈을 닮은 외모로 주목받아 데뷔곡 '세상엔 없는 사랑'이 담긴 1집 음반은 20만 장이 팔리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인기에 힘입어 각종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 아래는 아담이 출연하는 LG생활건강의 레모니아 영상 광고다.

아담은 세상엔 없는 사랑, 아니 없는 사람이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거다. 지금 아담은 누군가의 추억과 서랍 속에 잠들어 있지만 이처럼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캐릭터인 '버추얼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이케아 일본에선 인플루언서 '이마(IMMA)'를 모델로 발탁해 화제를 모았다. 이마는 분홍색에 마틸다를 연상시키는 똑단발이 상징으로 26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는 일본 하라주쿠에 위치한 이케아 전시장에서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 먹고 자며 요가와 청소를 하는 등 실제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보다시피 이마는 버추얼 모델이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곤 생각을 못 할 만큼 감쪽같다.

이마는 CG 전문 회사 '모델링 카페(ModelingCafe)'에서 태어났다. 예전 버추얼 모델들은 불쾌한 골짜기(사람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불쾌감이 드는 것)를 유발했다. 하지만 이젠 기술의 발달로 사람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위) 버추얼 모델 이마가 강아지와 함께 이케아 박스에 둘러싸여 있다. (아래) 실제 광고가 이루어진 하라주쿠 이케아 전시장의 모습


앞선 이케아 일본의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WIEDEN + KENNEDY TOKYO와 함께 제작한 것으로 이마가 실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전시장에 LED 스크린을 설치해 진행됐다. 또한 스크린과 스크린 바깥 현실 세계의 조화를 위해 실시간으로 LED 패널의 색과 온도를 조정했다.

이렇게 LED 스크린을 접목시킨 마케팅을 하는 등 버추얼 모델이 떠오르는 마케팅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어느 순간 이마라는 존재가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이마 이전부터 활발히 활동한 버추얼 모델들을 알아보자.

2018 F/W 시즌 발망 군단에 캐스팅된 버추얼 세 명의 버추얼 모델. 왼쪽부터 마고, 슈두, 지. 사진 발망


■ 발망 군단 (Balman Army)

2018 F/W 시즌, 발망에서 공개한 모델은 3D 이미지로 만든 가상 인물이었다. 마고(Margot), 슈두(Shudu), 지(Zhi) 세 명의 버추얼 모델로 이뤄진 이들은 '발망 군단'이다. 이들의 창조자는 영국 출신 사진작가 카메론 제임스 윌슨이다. 카메론 제임스 윌슨은 패션업계에서 10여 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3D 이미지 처리 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중 슈두는 2017년에 첫 등장으로 마고와 지보다 먼저 데뷔했다. 슈두는 팝가수 리한나의 뷰티 브랜드인 펜티(Fenty)의 모델로 발탁돼 주목받았다. 현재 20만 명의 사람이 슈두를 팔로우한다.

릴 미켈라가 주황색 옷을 입고 거울을 보고 있다. 사진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 릴 미켈라 (Lil miquela)

릴 미켈라는 19살 브라질계 미국인 가수로 2016년 미국의 테크 스타트업 브러드(Brud) 사에서 탄생했다. 빽빽하고 짧은 앞머리 밑으로 짙은 눈썹과 주근깨, 양쪽으로 돌돌 말아 묶은 '뿌까 머리'가 특징이다. 첫 싱글인 'Not Mine'은 영국 대표 음원 차트인 스포티파이에 8위로 올랐으며 현재는 무려 277만 명이 미켈라를 팔로우 한다.

미켈라는 프라다 2018 F/W 컬렉션에 참석했으며 뿐만 아니라 발렌시아가, 샤넬, 슈프림, 지방시 등 유명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행사장 앞에서 유명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처럼 '진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하고 '진짜' 사람과 사진을 찍으며 친분을 보여준다.

미켈라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18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에도 올랐다. SNS를 보면 인물의 패션 감각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트럼프의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 폐지를 반대했으며 최근엔 '#BlackLivesMatter'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흑인 인권 운동에 동참하는 등 본인의 신념을 드러내기도 한다.

버뮤다가 흰색 재킷과 분홍색 하이힐을 신고 한쪽 다리를 접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버뮤다 인스타그램


■ 버뮤다 (bermuda)

버뮤다는 릴 미켈라와 같은 소속으로 브러드 사에서 만들어졌으며 현재는 27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금발 머리의 백인으로 지난 2019년 4월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을 해킹한 장본인으로 가상 캐릭터들 사이에 스캔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버뮤다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등 우파적 정치 성향이 강하게 드러냈지만 현재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게시물은 없으 화려한 셀럽의 모습만 전시하고 있다. 또한 스캔들의 주인공인 릴 미켈라와의 셀카를 주기적으로 게시해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버추얼 모델이라고 외면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미켈라와 버뮤다처럼 가상 캐릭터임에도 나이, 출신, 직업, 가치관 등 세세한 스토리텔링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버추얼 모델이 등장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뭘까?

1. 모델 리스크가 줄어든다.

인터넷 커뮤니티엔 종종 연예인의 '입금 전과 입금 후'라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누리꾼 사이에서 사용되는 '밈' 중 하나로 배우나 모델이 활동 기와 비활동 기에 보이는 외형적인 전후 차이를 이르는 말이다. 꾸준히 관리하는 모델도 있지만 말 그대로 '사람'인지라 그 관리가 늘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버추얼 모델은 갑자기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늘 그 모습 그대로, 늙지도 않고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3D 이미지 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의상의 이미지와 모델까지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갑자기 아프거나 촬영장으로 이동 중 돌발 상황이 생길 염려도 없다.

2. 언택트 시대에 완벽한 모델

광고를 찍으려면 광고하려는 대상에 맞춰 콘셉트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촬영 장소와 의상 등 다양한 조건이 변경되기도 한다. 특히 의류, 뷰티 브랜드의 경우 다양한 콘셉트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의상과 화장을 몇십 번이나 바꿔야 한다.

버추얼 모델은 이 과정이 생략된다. 의상을 갈아입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등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동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건 직접 만나서 촬영하지 않아도 작업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열린 이 시국에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완벽한 모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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