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제품 판매 매장인 클릭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남아공 시민들. 사진 경제자유투사당 트위터
[AP신문= 김강진 기자] 지난 9월초 유니레버 남아공의 트레제메 샴푸 광고가 인종차별 요소가 있다는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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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남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 사회에서도 논란이다. 다른 인종차별 광고와는 달리 흐지부지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분노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과연 이 광고를 누가 승인했을까?' 이다.

이 광고를 승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련 당사자는 한 두곳이 아니다. 광고주인 유니레버와 트레제메 샴푸 브랜드, 샴푸를 판매하는 클릭스 매장 그리고 광고대행사인 니체가이스다. 이 중 광고 내용을 미리 인지한 어느 한 곳에서라도 광고에 우려를 제기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광고 사고에 연루된 네 곳의 당사자 모두 클릭스ㆍ트레제메 광고 내용에 눈을 감아줬기 때문에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광고주측과 광고대행사는 과거의 인종차별 광고 교훈을 배우지 않았거나 적어도 애써 무시했을 것이다.

돌체&가바나의 동양인 혐오 광고(관련 기사 보기), 나이키의 중동 문화 혐오 광고(관련 기사 보기), 폭스바겐의 인종 차별 광고(관련 기사 보기), 도브의 흑인 혐오 광고(관련 기사 보기) 등이 대표적이다. 사례른 든 기업들은 역풍을 맞고 크게 사과했다.

일반적으로 광고가 런칭되기까지는 다양한 단계에서 승인을 받는 프로세스가 포함된다.

광고 업계의 관심사는 광고대행사와 광고주간의 취약한 상하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광고 제작의 화려함 이면에는 인터랙티브(쌍방향)한 커뮤니케이션과 각 단계에서 결정하는 투명성과 책임감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게 현실이다.

광고의 목적을 단지 대행사가 상을 받기 위해서나 광고주의 제품 판매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만을 목표로 둬서는 안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인종차별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 전반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선한 행위를 장려하는 내용이 요구된다.

영국의 광고 심의 기관들은 인종차별을 심각한 범죄로 규정한다. 인종차별 외에 종교, 성별, 성적 취향, 장애, 연령을 차별하는 광고도 마찬가지로 범죄로 인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국의 광고자율심의기구는 영국처럼 광범위한 차별 보다는 허위광고와 과장광고 등을 주로 규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처벌도 솜방망이처럼 가벼운 편이다.

광고주측과 광고대행사는 다른 인종, 문화, 성별, 장애인을 광고에서 다룰 때 광고 대상이 광범위한 악플 등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인종이나 각 나라의 문화 고정관념에 해당하는 가벼운 우스갯소리도 심각한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예민해져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 광고주와 대행사 모두 광고로나마 조금이라도 희망과 위안을 전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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