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광고 모델들이 히말라야 등반을 하고 있다. 왼쪽 상단엔 'KB손해보험', 오른쪽 하단엔 '세상을 바꾸는 보험'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KB손해보험

[AP광고평론 #166]

※ 평가 기간: 9월 24일~10월 7일

[AP신문=하민지 기자] KB손해보험이 지난달 18일에 공개한 영상 광고입니다. 모델로는 배우 강신일과 임지민, 그리고 10년 넘는 시간 동안 KB손해보험의 얼굴이 돼 온 가수 이승기가 등장합니다.

세 사람은 히말라야를 등반합니다. 앞서가는 강신일을 향해 이승기가 "그동안에 해오던 절차를 없앤다는 건 불가능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강신일은 "아니야, 할 수 있어! 우리의 의지와 기술을 믿고 한번 해 보자고!"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임지민이 쓰러집니다. 강신일은 병원에 가서 인증만 하면 된다고 소리칩니다. 그 순간, 영화 같던 배경은 한순간에 KB손해보험 회의실로 바뀝니다.

"인증만 하면!"이라 소리치던 강신일의 대사는 "보험금 청구가 끝나는 시스템입니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이어집니다. 병원 내 키오스크에서 실손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명한 것입니다.

광고는 K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을 히말라야 등반에 빗대어 보여줍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히말라야 등반 콘셉트를 활용한 것을 두고 너무 과했다는 평가와 참신한 B급 유머라는 평가로 갈렸습니다. 창의성, 광고 메시지의 명확성, 광고 효과의 적합성 모두 3점대로 중간 점수입니다.

KB손해보험 광고 별점. 창의성 3.5, 광고 메시지의 명확성 3, 광고 효과의 적합성 3, 광고 모델의 적합성 4, 청각적 예술성 4, 시각적 예술성 4, 호감도 3

과유불급, 너무 오버했다

먼저 히말라야 등반 콘셉트를 활용한 게 과했다는 비판적 평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광고평론가는 콘셉트가 너무 과해서 광고 메시지도 잘 전달되지 않았고 비유도 직관적으로 시청자에게 가 닿지 않았을 거라고 지적했습니다.

서론이 과하다. 중간의 반전을 위해 앞에 배치한 스토리가 다소 길다. 이를 보고 광고 전체를 시청할 동기가 생길 만큼 흥미롭지 못하다.

광고 시간이 긴 만큼 마지막까지 소비자가 집중하게 할 만한 크리에이티브가 있어야 했는데 없다.

게다가 길었던 전반부 스토리와 (병원 내 키오스크 시스템의) 셀링 포인트 사이의 연관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광고를 끝까지 본다고 해도 셀링 포인트를 기억하기가 힘들다. 전반부 전체가 반전 부분의 말장난을 위해 억지스럽게 만들어진 느낌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셀링 포인트 전달보다 유머에 더 힘을 줬다. 주객전도인데 알맹이마저 부실한 상황이다.

이제 유머러스한 보험 광고는 많다. 유머러스하되 유니크한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광고의 홍수 속에서 자사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게 가능할 것이다.

박진희 평론가

과유불급의 광고.

TV 광고로서는 러닝 타임이 짧지 않은 편이다. 퀄리티가 높고 기승전결을 갖춰 여러모로 완성도가 높은 광고지만 오히려 그 완성도 때문에 광고 자체의 메시지에 집중하기 어렵다.

심지어 미괄식 형태라 끝까지 보지 않으면 메시지 전달도 되지 않는데, 모델이나 대사만으로 흥미를 충분히 끌어내는 광고인지 의문이 든다.

한자영 평론가

KB손해보험이 전반적으로 디지털에 취약하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걸 타파하기 위해 이런 크리에이티브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을 '아는' 보험에서 디지털을 '하는' 보험이라는 카피는 강력하지만 크리에이티브가 카피를 직관적으로 뒷받침해주지는 않는다.

어려운 과제를 해낸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설산을 등반하는 모습을 아주 길게 보여줬다. 이게 디지털 과제를 해낸다는 것과 직관적으로 와닿지도 않을뿐더러 (병원 내 키오스크 시스템의) 장점을 암시해주지도 않는 앞부분이 너무 길다.

정작 중요한 장점이 너무 뒤에 나와서 끝까지 보기 전에는 이 크리에이티브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파악할 수 없다.

홍산 평론가

[AP신문 알림] '광고평론'은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발행 열흘 후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트렌드, 등반으로 잘 시각화해

반면 히말라야 등반 콘셉트가 참신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키오스크로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한다는 디지털 트렌드를 등반에 잘 비유한데다가 재미까지 있었다는 호평입니다.

유머러스하면서 기업의 목표와 정신을 잘 전달한 광고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추가된 새로운 기능, 그리고 꾸준히 '도전'해 나갈 그들의 목표를 산행이라는 콘셉트에 비유해 잘 시각화했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선호하는 B급 콘셉트를 활용했는데, 산행이라는 진지한 상황을 잘 적용해 브랜드 목표가 너무 가볍지만은 않게 잘 전달됐다.

또한 꾸준히 KB손해보험의 모델로 활약해 온 이승기가 '과장'이라는 점,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등반하러 가는 등 세세한 유머 코드 또한 놓치지 않아서 광고가 지루하지 않았다.

김정민 평론가

브랜딩의 연속성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기존의 탄탄한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면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한 특장점을 재미있는 스토리로 풀어냈다.

(KB손해보험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크리에이티브를 내세우는 시기를 지났다. 이제는 디지털 트렌드를 접목한 USP(unique selling point. 고유의 강점)를 알리는 패러다임으로 전화(轉化)할 시기다. 이 시기에 잘 맞는 광고를 보여줬다.

김기섭 평론가

캐릭터가 확실한 배우를 모델로 기용해 버라이어티하게 만든 광고다.

가족, 정 등 진부하게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던 손해보험사의 기존 광고를 벗어나 광범위한 고객을 타깃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광고 흐름도 자연스럽고 연출도 유머러스하다.

박은지 평론가

■ 크레딧
▷ 광고주: KB손해보험
▷ 대행사: 차이커뮤니케이션
▷ 제작사: 원더보이즈필름, 소년
▷ 모델: 배우 이승기, 배우 강신일, 배우 임지민
▷ CD: 임성용
▷ CW: 남정우
▷ Executive PD: 김영광
▷ LINE PD: 박혁거세
▷ 녹음실: 키이츠서울

※ AP광고평론은 AP신문이 선정한 광고ㆍ홍보ㆍ미디어 분야 평론가의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정리해 전달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광고 제작자나 광고주가 의견을 보내주실 경우 기사에 반영합니다. 다음 168회~172회 기사에서는 LG 윙, 무신사, 캐롯손해보험, SK텔레콤, 경동나비엔 광고를 평론할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