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김글 객원기자] 필자는 한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광고회사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광고회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광고회사의 제작팀과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본인의 경험을 담아 글을 쓰려고 한다. 광고회사를 지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톨이라도 자양분으로 기능하길 바란다.

[광고회사 제작팀으로 일하기 연재 순서]

(1) 클라이언트 이해하기

(2) 기획팀 이해하기

(3) 매체팀 이해하기

(4) 프로덕션 이해하기

한 광고회사의 경쟁 PT장면. 사진 언스플래쉬

광고회사의 제작팀은 독립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 기획팀, 매체팀, 외부 프로덕션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협업한다.

협업을 한다는 건 아이디어를 낼 때 그 사람들이 하는 일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아이디어, 기획 방향을 무시한 아이디어, 매체 특성에 맞지 않는 아이디어, 프로덕션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아이디어는 아무리 좋아도 현업에서 쓸 수 없다.

클라이언트는 왜 광고를 맡길까? 브랜드와 마케팅, 홍보 담당자들은 광고 이외에 많은 일들로 항상 바쁘다. 제품 이슈, 가격 결정, 유통 문제 등을 신경 쓰기에도 버겁다. 광고 제작은 공수가 많이 드는 일이다.

때문에 자사 브랜드에 문제가 있을 때나 혹은 있는 것 같을 때 광고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회사를 찾는다.

광고회사에 의뢰를 하면, 클라이언트의 문제점을 진단해서 브랜드를 알리거나 이미지를 바꾸거나 매출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사에 부족한 능력을 채울 수 있는 광고회사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광고회사의 능력은 문제 진단, 커뮤니케이션, 크리에이티브, 안정적인 운영, 가격 경쟁력까지 천차만별이지만 가려운 점을 날카롭게 긁어주는 곳이 브랜드의 선택을 받게 된다.

일반적인 광고 계약 기간은 1년이다. 1년이 지나면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된다. 물론 재계약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1년마다 새로운 회사 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고, 업계 입장에선 클라이언트가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는 장치가 되기 때문에 재계약을 하지는 않는다.

클라이언트와의 재계약 시즌인 연말 연초, 광고회사는 살벌하게 바쁘다. 기존 일감을 지키는 방어 피티와 새로운 일감을 발굴하는 신규 피티로 아수라 장이 펼쳐진다. 내년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 승전보와 패전 소식이 한데 뒤섞인다.

가을이 오면 다가올 전쟁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고 사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폭풍전야의 떨림과 설렘을 즐길 수 있게 되면 비로소 광고인이 됐다는 씁쓸한 자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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