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김글 객원기자] 필자는 한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광고회사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광고회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광고회사의 제작팀과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본인의 경험을 담아 글을 쓰려고 한다. 광고회사를 지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톨이라도 자양분으로 기능하길 바란다.

어느 시골 마을의 용감한 소년. 산속의 절대고수를 찾아가 제자로 받아달라고 청한다.

절대고수는 그를 받아주었지만 3년 동안 물을 긷게 하는 등 허드렛일만 잔뜩 시킨다. 화가 난 소년은 절대고수에게 따지지만 된통 얻어터지고 2년의 시간을 더 잔심부름만 한다.

5년이 지나고, 소년은 수많은 허드렛일로 단련된 무지막지한 체력을 바탕으로 절대고수의 비법을 전수받기 시작한다.

위와 같은 일화를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것이다. 고수가 되기 위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하지만 꼰대 같은 스승은 걸레질, 물 긷기, 밥 짓기나 시키는 것이다.

설마 설마 자유롭고 깨어있는 광고회사 제작팀에서 신입 카피라이터들이 이렇게 성장할까 싶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다음 글을 읽어보자.

사진 pixabay

카피라이터는 광고 아이디어를 만든다. 치밀한 논리적 토대 위에, 마음을 움직이는 카피와 그림을,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조합하는 일. 수많은 바늘귀들을 하나로 꿰어내는 복잡 다단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아직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엔 교과서가 없다. 누구든 직접 부딪쳐서 시행착오를 통해 감을 잡아나간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노하우가 쌓여 아이디어의 결을 만들기에 저마다 아이디어의 '쪼'가 생기고 '스타일' 이 만들어진다. 100명의 시디가 있으면 100가지 스타일이 있다고 했던가.

자신만의 창의 지론을 성공방정식으로 입증해낸 사람들만이 크리에이터들의 수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가 된다. 절대고수들이 자신의 비법을 쉬이 알려주지 않는 것처럼 제작팀의 고수들도 자신의 노하우를 쉽게 오픈하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 크리에이터로서 갖는 본인들만의 성취를 쉽게 내어줄 이유가 없을뿐더러 그들이 받는 연봉에 노하우를 오픈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는 가르치는 곳이 아니기에 즉시 전력감 신입을 원하게 되지만 처음 하는 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하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제작팀의 신입임 에랴.

아무리 공모전으로 날고 기고 동아리다 대외활동이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신입이라도 십중팔구는 현업에 오면 과녁에 빗나가고 과잉된 에고(ego)를 뿜어대며 선배들의 미간에 주름을 채찍질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애티튜드가 전부다.

광고라는 틀에서 아이디어 내는 기초를 배울 체력과 마인드를 탑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장인의 숙명인 데드라인은 광고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는 아이디어를 낼 때, 한정된 시간 안에서 일정 이상의 양과 질을 담보한 결과물을 직장 생활하는 내내 꾸준히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처음 일을 하는 카피들은 그 영민함과 재기 발랄함에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길게 보면 타율이 좋지 못하다. 회의에 가져오는 아이디어의 세 개 중 하나는 A안으로 밀 수 있는 퀄리티를 담보해야 카피라이터로서 즉시 전력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꾸준한 안정감을 위해 브리프를 정확히 해석하고, 과녁에 들어오는 아이디어를 내고, 나의 생각을 정돈해서 이야기하는 법을 단련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애티튜드가 부족하면 고집을 부린다. 크게 세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자신의 트렌디함을 믿고 요즘 언어로만 가득 찬 카피를 쓰는 케이스, 광고주 및 기획 분들과 합의된 방향이 올드하다고 여겨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케이스, 국문학 전공에 작가 맛도 조금 봐서 본인 문장에 대한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는 케이스 등이 있다.

꾸준하고 안정된 결과물을 내는 것도 직장인으로서 광고인의 역할. 흔히 생각하는 광고 같은 광고의 틀을 부정하고 싶다면 새롭고 파격적인 틀에서 꾸준히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흔치 않지만..)

허우적거리는 문하생이 고집을 부리는데 억지로 멱살 잡고 끌고 갈 고수는 많지 않기에 천재를 용인하지 못하는 업계를 원망하면서 광고를 그만두는 그림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다시, 절대고수의 비법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체득한 소년. 스승을 떠나 강호에 던져진 소년은 무수한 싸움에 휘말리며 갈고닦은 실력을 평가받게 된다. 카피 소년들의 의욕도 무림 강호의 소년 못지않기에, 일필휘지의 카피와 벼락같은 아이디어로 처음부터 천방지축으로 중원을 휘젓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스승 없이 전선에 뛰어들게 되면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던 그 시절이 하릴없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소년이기에 품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애티튜드가 고스란히 자신의 실력으로 치환되었음을 체감하면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취업하기 목차]

- 카피라이터는 회사원입니다.

- 신입은 애티튜드가 전부입니다.

- 라이팅과 아이디어, 신입에게 더 중요한 역량은?

- 마케팅은 기본, 트렌드는 필수.

- 최초의 광고물,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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