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의 '노조파괴'의혹에 하청업체 노동자 밥줄 끊길 위기

서해인사이트 노조위원장 "배신감 든다"

이진성 승인 2021.01.19 07:00 의견 9
서해인사이트 노조원들이 원청 하이트진로의 폐업개입의혹을 제기하면 강력한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전식품노련)

[AP신문 = 이진성 기자] 하이트진로 하청업체 서해인사이트가 노조 설립 두 달 만에 청산과 폐업을 통보, 200여 명의 하청노동자가 해고될 위기에 놓였다. 이와 관련해 원청인 하이트진로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전국식품노련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호프집의 하이트 생맥주기계 설치·유지·보수·관리를 하는 서해인사이트 노동자들은 지난 8일 회사에서 “2월 말일부로 법인 청산·폐업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해당 절차가 진행되면 서해인사이트는 8년 만에 문을 닫게 되고 소속 노동자 200여명은 해고 위기에 처한다.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든 지 두 달도 안 돼 쫓겨날 신세다.

서해인사이트 측은 경영이 어려워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이 받은 문자에는 “회사 내부 경영 사정으로 인해 하이트진로 주식회사와의 위탁도급사업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게 됐다”며 표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측에 이미 계약만료일인 2020년 12월31일부로 사업 수행을 종료함을 통보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원청인 하이트진로는 서해인사이트의 사업 종료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 6일부터 3개 수탁업체를 선정하는 내용의 입찰공고를 냈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서해인사이트 노조는 하이트진로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함경식 노조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이트진로는 서해인사이트에 사업 종료를 통보한 직후인 지난 6일 3개 수탁업체를 선정하는 내용의 입찰공고를 냈다. 그 전까진 업체가 바뀌더라도 단일 업체로 업무가 넘겨졌는데, 이번엔 업무를 3개 업체로 쪼개 넘기겠다는 것이다. 직원을 분산시켜 노조로 단결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노사교섭 자리에서 회사 측은 ‘우리가 노조 요구를 들어주면 노조를 그만둘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 적도 있다고 그는 전했다.

실제로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서해인사이트 관리자(소장)이자 교섭위원인 A 씨가 비노조 직원들을 모아 놓고 했던 녹취록은 노조의 유지 여부로 회사의 존폐가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녹취록에서 A 씨는 “입장 바꿔 놓고 내가 하이트진로 경영진이라고 생각을 하면 똑같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도급사·협력사를 운영하는데 굳이 노조 있는 협력사를 뭐하려고 계약해서 유지하냐”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A씨 생각이냐”는 직원의 질문에 “대표를 만나고 왔는데 ‘노조만 없으면 끌고 갈 수 있다, 노조가 없는 전제하에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서해인사이트의 폐업 결정에 하이트진로의 영향이 미쳤을 것이라는 노조 측의 의심은 서해인사이트 태생과도 관련 있다. 서해인사이트는 하이트진로그룹 총수일가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노조 측은 그룹 총수 박문덕 회장의 장자인 박태영씨가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뒤 2012년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했고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영이앤티는 차입금 이자비용 탓에 경영이 악화하자 2014년 3월 키미데이타에 지분을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트진로그룹이 인수자에게 영업이익률을 5%로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하이트진로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박씨를 비롯한 3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서해인사이트 함경식 노조 위원장은 “하이트진로와 우리는 회식이나 단합대회도 같이했고 그런 자리에서 항상 같이 외치는 구호가 ‘우리는 하나다’였다”면서, “회사가 어려울 때나 잘 될 때나 노동자들은 이 업무를 위해 희생해 왔는데 하이트진로가 우리를 진정 하나로 생각한 것이 맞는지 묻고 싶다”며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AP신문 & www.apnews.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