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ora Shimazaki /Pexels

필자는 한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광고회사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광고회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광고회사의 제작팀과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 본인의 경험을 담아 글을 쓰려고 한다. 광고회사를 지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한 톨이라도 자양분으로 기능하길 바란다.

[AP신문= 김글 칼럼니스트] 최근 기업들은 공채를 줄이고 수시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하지만 광고 직군, 그중에서도 특히 카피라이터는 정기적으로 뽑지 않고 필요하면 그때 그때 조금씩 뽑았기에 원래부터 수시채용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상위 6개 광고회사는 어떻게 카피라이터를 뽑고 있을까? (관련기사 : 상위 6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직군 채용 전형 정리)

학생 시절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을 때 많이 뽑지 않는 것도 힘들었지만, 많이 뽑지 않기에 궁금한 것을 물어볼 업계 선배들이 적은 것도 힘들었다.

필자는 얼마 없는 주니어 카피라이터들을 수소문해 인터뷰하고 그들이 카피라이터가 된 과정에 대해 물어보았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메이저 종대사에서 시작한 주니어 카피라이터. 필자를 “김글”이라 칭하고 인터뷰이를 “A”라 칭하겠다 “크리에이터로서 고민과 시간을 보냈는가 하는 증명이 필요” “소통할 줄 아는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카피라이터 할 수 있다”

김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

A> 카피라이터로 취업하려 할 때 막막했던 경험이 있다. 좋은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김글> 어떻게 카피라이터를 하시게 됐는지

A> 원래는 광고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뭔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만드는 일 중 영화가 제일 좋았고 영화감독을 하려했다. 그래서 어문학과였는데 연극을 만들기도 하고 혼자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 사람들과 함께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쭉 하다 영화 관련 대학원에 들어 가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때 더 도전하지 않고 그만뒀다. 주변에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영화판에서 빛을 못 보는 사람들도 있었고, 불확실한 미래보단 당장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뭐하지 생각하다가 광고도 컨텐츠 만드는 직업이니까 욕심이 났고 방향을 틀었다.

김글>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님이랑 비슷한 케이스 같다. 그 분도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일단 커머셜부터 시작하셨다고 들었다.

A> 그분은 되게 용감한 분인 것 같다. 빚져 가면서 팀원들 이끌어 가면서 하셨으니까. 난 온실 속을 택한 거다. 어쨌든 광고를 시작 하려는데 처음에는 기획이 뭔지 카피가 뭔지도 몰랐다. 아트는 못 하니까 배제하고, 기획이랑 카피 중에 카피라이터가 내가 꿈꿨던 영화 일과 비슷해 보였다. 아이디어 내고 글 쓰는 일. 그래서 광고 교육원 코바코에 다녔다. 코바코가 끝나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인턴을 해보자 생각해서 여기저기 인턴을 넣었는데 ㅇㅇㅇ 인턴에 됐다.

김글> 이렇게 갑자기? (웃음) 어떻게 인턴에 된 것인가. 코바코 취업 연계로 된 것인가?

A> 그냥 코바코 다니다 옆에 있는 친구가 떴어! 해서 지원했는데 됐다. 운이 좋았다.

김글> 전환은 어떻게 된 것인가.

A> 가면 우수 인턴을 뽑는다. 그거에 뽑힌 사람은 공채 최종 면접에 기회를 줬고 최종에 뽑혀서 아직까지 다니고 있다. 이게 굵직한 과정이다.

김글> 영화와 광고 사이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맞다. 면접에서 물어보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도 되게 많았다. 당연히 ‘영화하고 싶은 거 아냐?’ 라는 질문이 계속 왔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뭔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 범주 안에 영화도 있고 광고도 있다. 나는 광고를 선택한 거다. 그래서 광고학과가 아닌 사람들도 많이 광고를 하지 않나. 감독, 피디, 기자 등등을 꿈꿨던 사람들 우리 회사에도 많을 것이다.

김글> 다른 질문을 해보겠다. 카피를 하고 싶은데 자리가 없다고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의 경우에는 자리가 많이 없으니 작은 회사에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고 대답해주긴 한다. 실력과 인성이 검증이 되면 점프업이 어려운 업계는 아니니까. 하지만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컨디션이 좋은 직업은 아니지 않나. 페이도 워라밸도 별로고. 낮은 초봉에서 시작했을 때 나중에 연봉이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는 경우도 꽤 있고. 그래서 최근에는 어떻게 말해줘야 할 지 고민이 된다. 그 친구들에게 뭐라고 하면 좋을까. 자리가 없는데 카피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A> 정말 자리가 없긴 하다. 경력직 뽑는 게 좋겠지만 모두가 너무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확실히 좀 더 티오가 나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건 ‘큰 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시작하겠어’ 라고 하면 진짜 힘든 건 맞다. 하지만 하라 마라 보다는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다. 그 ‘한두자리 공채를 어떻게 뚫을거냐’ 로 돌려서 대답을 해보자면. 회사마다 임원마다 다르다. ‘특이한 사람이 좋아’, ‘광고적으로 단단한 사람이 좋아’ 라는 취향들이 저마다 다르다. 나는 특이한 사람이 뽑은 특이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웃음).

하지만 어떤 취향으로 준비하느냐는 준비하는 사람마다 다른거라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광고나 카피라이터가 되려는 사람은 자기 안에 생각을 넣고 버무려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뭔가에 맞추려고 하기보단 뭐든 본인이 생각하고 만들던 스타일대로, 그 방식대로 광고를 대하면 된다. 그게 만화든 글이든 영화든. 자기가 광고만 판 사람이면 그런 쪽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뽑힌다. 하지만 다른 방향도 있다. 생각을 콘텐츠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을 해서 장기간 쌓으면 그것을 토대로 광고회사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글> 반대로, 뭔가 글이든 그림이든 광고든 영상이든 노래든 자신의 생각이 담긴 제작물이 있어야 창작을 하려는 노력을 했구나 봐주지 아무것도 없으면 어렵다는 얘기로 들린다.

A> 그렇다. 광고 교육원이든 여타 광고 교육기관이든 광고를 아는 것까지는 도움은 된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로서 고민과 시간을 보냈냐는 증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의 흔적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김글> 다른 질문으로 가보겠다. 신입 카피라이터의 역량에 있어서 라이팅과 아이디어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 까. 광고인이라면 공통적으로 아이디어를 잘 내야 하지만 카피라이터니까 라이팅도 잘 해야 하고. 물론 둘 다 잘 하는 것이 베스트지만 신입으로선 그러기 힘들어 보인다. 또 아이디어는 재능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신입으로 지원할 때 본인이 재능이 없다고 생각되면 좌절하기 쉽다.

A> 광고 경험은 얕지만 이야기를 해보자면, 좋은 광고라는 게 여러가지가 있지 않나. 아이디어가 독특해서 좋은 광고, 카피가 수려해서 좋은 광고, 공감되는 광고 등등. 좋은 광고라는 건 그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카피라이터로서의 더 우선되는 역량이랄 게 없는 것 같다. 둘 다 중요하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고 재밌어 할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 아닐지. 광고는 그 짧은 순간 대중과 소통하는 일이니까. 광고니까 지루하지 않게. 이 일은 소통할 줄 아는 보통 사람이라면 훈련으로 더 잘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디어든 카피든 사람들 마음에 닿게 만드는 건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 그렇게 생각 안 하면 비참해진다. (웃음)

어쨌든 이 인터뷰가 예비 카피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면, 아직 이런 건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일의 프로가 되면 주변에서 아닌 것은 이야기 해준다. 내가 그냥 당장 봉준호라고 생각하고 달려들면 된다. 어차피 깎아진다. 시디님도 깎고 광고주도 깎고 나를 어차피 주위에서 다 깎는다. 지금은 아이디어다 카피다 생각하는 것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김글> 광고 동아리로 광고를 시작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1,2학년이라면 광고동아리를 하는게 좋다고 본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일례로 흐사드는 공채가 없고 알음알음 인턴을 풀고 거기서 잘하면 전환시킨다. 뜨바는 주니어보드로 시작하는 방법이라도 있는데, 만약 광홍과도 아니고 아는 교수도 없고 동아리도 안 했다고 하면 흐사드에서 카피로 시작할 길은 아예 막혀 버리는 거다.

A> 영화 만들 때 생각한건데 나는 영화 혼자 만드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지만 주위에 영화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확실히 좋더라. 영화감독이 되는 빠른 루트가 있는 것처럼 광고에도 비슷한 게 있는 것 같다. 자기만의 뭔가를 만드는게 중요한 건 유효하지만 광고라는 세상이 어떤 건지 사람들을 통해 알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혼자서 머리 싸매면 힘들다.

김글> 코바코든 대외활동이든 사설 카피 학원이든 프로세스를 맛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A> 근데 또 누군가는 너무 비슷비슷해서 차라리 원양어선 탄 애가 낫겠다고도 한다. 확실히 너무 그렇게 비슷한 루트를 타서 보편적이게 되면 어렵지 않을까. 본인의 생각을 담는 크리에이터로서 시간을 보내고 차별점을 갖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김글> 인터뷰는 여기까지 마치겠다.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하다 (웃음)

A> 재밌었다. 다음에 또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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