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건물 사진 Philip McMaster/flickr
[AP신문 =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이철한] 뉴욕 타임즈의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맥킨지사가 6억달러의 소송 배상금을 내기로 합의했다. 최고의 기업들과 정부를 대상으로 컨설팅업을 수행한 맥킨지가 업무와 관련해서 막대한 배상금을 내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제품 판매전략에 대해 조언을 하는 외부의 회사가 해당 기업이 만들어낸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퍼듀 파마(Purdue Pharma)라는 제약회사에서 대마초 성분의 진통제 옥시콘틴(OxyContin)의 판매촉진을 위해서 조언을 했는데 여기에는 이익이 많이 남도록 고용량 약을 파는데 집중할 것과 미국 식품의약 안전국이 제품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편성분 진통제 제약사들과 연합하여 대응할 것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퍼듀 파마의 옥시콘틴 제품이 과다사용으로 인해서 과거 20여년동안 무려 45만명이 사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미국의 주 정부들은 퍼듀 파마와 맥킨지에 사망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특히 맥킨지는 2007년부터 퍼듀 파마가 옥시콘틴의 과다한 사용에 대한 위험을 의사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 유죄인 것을 알고도 지속적으로 옥시콘틴의 판촉행위에 대해서 조언을 지속하였다.

맥킨지는 경쟁자들 대비 더욱 강점을 보이기 위해서 단순한 조언이 아닌 직접적인 판촉방법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된 점은 맥킨지가 퍼듀사에게 보낸 리포트에서 나타났다. 매킨지가 내놓은 제안은 아편성분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환자가 더욱 긍정적이고 덜 고립되게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 핵심 세일즈 피치(sales pitch)를 통해서 전년대비 4억달러의 판매증가를 이뤄낸 것이다. 또한 맥킨지는 퍼듀사의 중역과 함께 고용량 제품을 사용하는 십대를 둔 어머니가 사회에 알리는 감정어린 남용방지 호소에 대해서 이를 희석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방안을 강구하였다.

이러한 판매촉진 활동과 핵심 제품 메시지 창안, 제품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에 대한 대응 메시지 강구는 우리나라에서 광고나 홍보회사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일이다. 그리고 조언이나 메시지 제안은 지금까지는 클라이언트 회사의 실행과 관계는 있겠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고 따라서 메시지 제안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는 않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여도 제품의 결함이 있거나 문제점에 대해서 그 제품에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어준 광고회사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맥킨지의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누구든 소비자에게 해가 되는 제품에 대해서 효과적인 판촉활동을 벌여서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생명을 앗아간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판촉활동은 근본적으로 빈번한 다량 사용이 목적이겠지만 이를 통해서 소비자가 해를 입게 된다면 그 판촉활동을 제안한 자도 책임이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마케팅이나 광고의 관행에 비추면 과다해 보이지만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고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칸트의 윤리관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도 향후 소비자에게 존재 자체만으로 해를 끼치거나 과다한 사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해서 판촉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 위험한 제품을 만들어 내는 회사는 담배회사, 주류회사가 우선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담배가 건강상의 해악을 끼친다는 것은 명백한데 만약 담배회사의 마케팅 회사가 흡연을 장려하는 핵심 세일즈 메시지를 만든다거나 아니면 흡연장면이 허용된 영화에서 담배피는 장면에 대해서 PPL(Product Placement)을 제안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주류 브랜드를 맡은 광고회사의 경우에도 적당한 음주가 아닌 과도한 음주를 부추기는 판촉활동을 하는 경우에 역시 위험해 질 수 있다. 게다가 어떠한 판촉활동이던지 작년 대비 현격하게 높아진 인당 판매액 자체가 사람들에게 해가 되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립되어야 하겠다.

나아가 화학회사, 철강회사, 원자력 회사등도 직접적으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일은 적겠지만 자신의 제품이 환경과 사람들의 삶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여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하며 만약 제품생산으로 인해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이 위험을 없애는 방향으로 회사의 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브랜드가 사람을 죽이는데 기여하는 방식으로 판촉활동이 일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 새롭게 부각된 광고, 홍보, 마케팅 회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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