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국마사회 김우남 회장/ 한국마사회 제공]

[AP신문= 김상준 기자] 지난달 4일 취임식을 열고 3년 임기의 업무를 시작한 한국마사회 김우남 신임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징조가 보인다.

17대부터 19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낸 김우남 회장은 부산경남경마공원과 영천경마장 사업 부지 방문으로 첫 대외 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경마산업이 조속히 정상화되어 말산업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사업 전반을 직접 챙기며 뛰겠다"는 말로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경영혁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김우남 회장의 한 달간 행보가 ‘보여주기식’이라며 산적한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 표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첫 대외일정 이후, 마사회 소속 유도·탁구·승마 선수단 격려의 자리에 참석한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마사회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일반 관중을 대상으로 한 경마 경기가 8개월간 전면 중단, 4381억 원의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49년 설립된 마사회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6·25전쟁 때를 제외하곤 지난 해가 처음이다.

김 회장의 가장 큰 숙제는 마사회의 생사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온라인 마권' 도입이다. 말산업 생태계를 위해 부득이하게 고객 없는 경마는 계속 진행되며 적자규모는 매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은 물론, 정부도 사행산업이란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마사회의 도덕성이 꾸준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먼저 지난달 30일 감사원이 발표한 한국마사회 감사 결과를 통해 마사회의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이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마사회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우호 고객을 미리 섭외해 조사 당일 조사원 동선에 배치했는가 하면, 조사 주간사로부터 조사 일정을 미리 입수하고 조사원의 성향을 파악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본부에서는 조사 참가자로 직원의 가족까지 동원했다. 해당 기간 동안 고객만족도에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고, 이에 마사회 임직원은 성과급으로 총 100억 원을 받았다.

뿐만 아니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마사회는 외국인 고객들에게만 경마 승률을 최대 50%가량 높일 수 있는 특혜 제도를 운영했다가 적발됐다. 이 같은 특혜로 외국인 장외 발매소의 베팅액 대비 환급률은 121%에 달한 반면, 내국인 환급률은 72%에 그쳤다. 외국인은 돈을 따고 내국인은 잃은 셈이다.

아울러, ‘외화 확보와 관광 활성화’를 이유로 워커힐 화상 경마장을 통해 외국인 전용 발매소를 운영했지만, 2019년 경마가 이뤄진 150일간 하루 평균 53명 정도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마저도 외국인 도박단의 외화 유출 창구로 이용됐던 것.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워커힐 화상 경마장을 통한 외화 유출 규모는 844억 원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외화획득을 명목으로 문을 연 외국인 전용 화상경마장이 오히려 외화 유출 창구로 전락한 것이다.

마사회는 오는 5월부터 워커힐 화상경마장을 폐쇄한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천지사의 영업이 종료됐고, 대전지사는 이 달 중 폐쇄 예정이다. 전체 매출의 70%를 장외발매소에 의존하고 있는 마사회는 부천·대전·워커힐 지사의 폐쇄로, 연평균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증발될 것으로 추정된다.

워커힐 지사의 국부유출 논란, 그리고 부천·대전 지사의 지역주민과의 갈등 등의 이슈에 마사회가 전혀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영의 어려움을 타개할 온라인 마권 발매 제도화가 여전히 답보상태인 가운데 오히려 과거 마사회 경영의 문제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닌 김우남 회장이 취임식에서 직접 언급한 과감하고 속도감 있는 경영혁신이 시급하다. 도쿄올림픽을 의식한 소속 선수단 격려가 전부인 지난 한 달 김 회장의 행보는 낙하산 인사의 방증이 될 뿐이다.

한국마사회 노조는 김 회장 취임식 당일 성명을 통해 “과거 마사회장의 경영권이 공정과 합리의 가치를 잃어 사익추구와 전횡으로 이어진 수많은 전례가 있다”는 우려와 함께 “김우남 회장이 마사회를 경영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왔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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