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하이트진로 박태영 사장/ 하이트진로 제공]

<편집자주> 2021년 유통街 오너 3세들이 승진과 등기이사 선임 등을 통해 기업 전면에 나서면서 차세대 경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과연 이들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AP신문은 [유통家 3세 나침반] 시리즈를 통해, 식음료업계 오너家 3세들의 경영 방식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과제를 진단해본다.

[AP신문=김상준 기자] '필라이트 코끼리-테(슬)라-진로 두꺼비'로 이어지는 주류명가 하이트진로의 마케팅 행보가 2021년에도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그 중심에 오너 3세 후계자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박태영 사장이 있다.

박경복 하이트진로 창업주의 손자이자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은 지난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으로서 5년 간 영업·마케팅 조직을 맡아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며 성과를 일군 데 대한 평가였다.

주류시장의 특성상 영업 및 마케팅 조직은 최전방에서 실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 2조2563억원, 영업이익 1985억원으로 하이트맥주·진로 합병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박 사장은 2012년 경영관리실장으로 입사했다. 1996년 하이트맥주로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던 하이트진로가 ‘카스’의 오비맥주에 1위를 내준 바로 그 이듬해였다. 이에 박 사장 역시 공을 들인 부문은 맥주사업이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3월, 5년간 제품을 기획하고 1000억원을 투자해 2년간 맛을 연구개발한 테라를 선보였다. 기존 ‘하이트’에서 거의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이었다. 이후 테라는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부문을 이끌며 지난해 흑자 전환은 물론,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을 42%까지 끌어올렸다. 테라 출시 직전인 2018년 21%의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면, 국내 맥주 시장의 판세를 뒤집어 보고자 기획했던 테라의 출시는 적중했다.

이 같은 테라의 성공가도에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주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먼저 기존 갈색병 일색이던 맥주 시장에 ‘그린’으로 브랜드 컬러를 정하고,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를 겨냥해 '청정·청량' 이미지를 앞세운 것이 핵심이었다. 이어 참이슬. 진로와 연계한 ‘테슬라’, ‘테진아’ 네이밍 마케팅도 ‘카스처럼’의 소맥 시장 판세를 뒤흔들며 하이트진로 충성 고객층을 형성, 테라의 시장점유율 확보에 일조했다.

하이트진로의 '메가히트'급 마케팅 전략은 '두꺼비' 열풍을 일으킨 진로가 방점을 찍었다. 1970년대 디자인을 되살린 뉴트로 컨셉으로 원조 ‘진로’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진로의 마케팅전략은 옛 감성을 새롭고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젊은 층과 접점을 형성하며 소주 시장은 물론, 이종 업계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까지 이어지며 MZ세대를 향한 마케팅 전략 표본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까지 이끌어냈다.

두꺼비를 활용한 소주업계 최초의 캐릭터 마케팅은 출시 초반부터 이슈몰이에 성공하며, 패션, 통신,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업을 이끌어냈고 협업 제품들은 실판매로 이어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

테라와 진로로 반전을 만들어낸 하이트진로의 마케팅 전략에서 박태영 사장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오성택 마케팅실 상무다.

2009년 12월 TBWA Korea에서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팀장으로 영입된 오성택 상무는 지금까지 그룹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며 박태영 부사장을 보좌하는 핵심 임원으로까지 부상했다. 오 상무는 1973년생으로, 오너가인 박 사장과 동생 박재홍 부사장을 제외하고는 임원진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하며, 1978년생인 박 사장과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그만큼 많다.

물론 ‘코드’만으로 호흡을 맞춘 것은 아니다. 국내 최초, 대표 발포주 브랜드 필라이트가 오 상무의 대표적 성공작이다. 필라이트는 국내외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가정 시장에서 뛰어난 가성비와 품질력으로 출시와 함께 품절대란을 빚으며 홈술족들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도 진로의 ‘두꺼비’에 앞선 필라이트의 코끼리 캐릭터 ‘필리’ 마케팅이 주효하며 필라이트가 가정 시장의 주요 소비층에 좀 더 가깝고 친숙하게 다가가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박태영 사장과 오성택 상무의 남다른 주류 시장 마케팅은 올해에도 조용하지 않다. 테라 출시 2주년을 기념해 ‘스마일리’와 한정판을 기획했는가 하면, 국내 수상 스포츠웨어 1위 브랜드 ‘배럴’과 협업해 시즌 마케팅에 돌입하는 등, 색다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는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출시 5년 차를 맞은 필라이트는 패키지를 새단장하며 소비자와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다. 아울러 출시 3년차인 진로도 오성택 상무가 “진로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을 예고했다.

또한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박재홍 부사장과 함께하는 해외 마케팅은 더 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일본과 중국,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등에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K-소주 붐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는 과일리큐르가 세계 주류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제품에 대한 현지인의 높은 수용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때문에 해외시장에서의 성장세를 견고하 하기 위해 다양한 공급 채널 확보는 물론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지 2030세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과일리큐르의 프로모션 마케팅으로 소주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2024년은 하이트진로가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6년 ‘글로벌 비전 2024’를 선포했다. 그리고 2021년 박태영 사장이 전방에 나서며, 생산 및 관리총괄을 맡고 있는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하이트진로를 본격적으로 이끌어 나가게 됐다.

하이트진로의 지난 100년의 성과를 다지고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해야하는 박태영 사장이 입사하면서부터 받아 든 ‘맥주 1위 탈환’과 ‘소주의 세계화’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