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3879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21일 있을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진행되는 투자로, ▲전기차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자금을 집행함으로써, 향후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은 강력한 미국 정부 정책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초기 단계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리더십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바이든 정부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 명령에 서명하며, 본격적인 자국산 우대 정책을 예고했다. 또한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며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에 정 회장은 지난달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에 들러 아이오닉 5의 현지 생산을 위한 제반 사항을 점검하며, 앨라배마 공장에 아이오닉 5 생산라인을 새로 증설할지, 아니면 기존 라인을 전환할지 고심한 바 있다.

그리고 귀국 이후 정 회장은 글로벌 경쟁사 등의 미국 투자 규모 등을 면밀히 분석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라인을 새로 증설하는 데 필요한 시간 등 물리적 요인도 물론이거니와 신규 공장 건립에 대한 국내 노조의 반발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번 투자는 미주 내 전기차 수요 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유럽 및 중국과 비교해 초기 단계로,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중국의 1/4에 불과한 33만대였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10%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육성 정책에 힘입어 2025년 240만대, 2035년 8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가량의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핵심 사업장과 연구개발 시설이 대부분 국내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그간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는 측면에 비추어, 연간 기준 1조6000억원 수준의 이번 미국 투자 계획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현대차는 5년간 3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이와 비교해도 이번 투자 금액은 2배 이상이다.

한편, 현대차는 이달 24일 온라인을 통해 '아이오닉 5'를 북미 시장에 공개하고, 가을부터 현지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아는 올 연말에 EV6를 출시할 예정이다. [AP신문 = 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