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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택배기사 경현두 씨(왼쪽)와 아버지 경기문 씨 = ©CJ대한통운]

[AP신문 = 김상준 기자] # “일반 직장인처럼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내가 일한 만큼 가져가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는 경현두(26)씨는 아버지, 어머니, 외삼촌, 외숙모, 이모 등 친인척 8명과 함께 택배일을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취업준비를 하며 사무직 아르바이트는 물론 공사장 일용직까지 안해본 일이 없다는 경씨는 택배기사인 부모님의 권유로 택배일을 시작하게 됐다. 몸을 쓰는 일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부모님께 노하우를 전수 받아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지금은 오히려 다른 택배기사들보다 일을 빨리 끝낼 정도로 숙달돼 부모님을 도와주고 있다. 이제 택배가 가업이 된 것 같다는 경씨는 “택배기사에 대한 인식이 점차 좋아지는 것 같다”며 “내년에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예비 장인 장모도 택배기사라는 직업에 대해 좋게 봐주신다”고 말했다.

# 태권도 5단이자 과거 태권도장 사범으로 일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김준영(33)씨. 도장이 어려워 지면서 새로운 직업을 찾던 중 택배기사로 일하고 있던 친인척 이야기를 듣고 택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마침 친구 소개로 택배기사 자리까지 얻게 됐다. 어느덧 4년차 베테랑 택배기사가 된 김씨는 “동료 택배기사와 어느 정도의 팀워크는 필요하겠지만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건강하고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돼 젊은이들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택배기사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김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거의 매번 술값도 내가 낸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일 잘나가는 축에 속한다”고 조심스럽게 자랑했다.

택배기사가 MZ세대 사이에서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다. 택배기사의 특성상 직장인처럼 상하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 일한 만큼 수입을 가져갈 수 있는 정직한 직업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택배기사들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택배기사 8101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전체 택배기사 2만2000여명 중 37% 수준이다.

택배기사가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일하는 만큼 수입을 올리는 괜찮은 일자리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택배기사에 대한 편견이 개선되면서다. 또한 개인사업자의 특성상 일반 직장인과 같이 연공서열이나 상하관계로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래에 비해 수입이 높다는 것도 택배기사를 계속하게 만드는 매력포인트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CJ대한통운 MZ세대 택배기사들의 비용 공제전 월평균 수입은 694만원(연평균 8328만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자일자리 월평균 소득 309만원(연평균 3708만원)을 두배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새로운 자동화시설 도입과 분류지원인력 투입 등 택배현장의 작업환경이 개선되면서 수입은 계속해서 오르는 반면, 작업 강도는 낮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물량이 늘었지만, 비대면 배송이 정착되면서 상자당 배송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또한 물량이 증가한 만큼 한집에 2~3개씩 배송되는 중복배송이 많아지고, 담당하는 배송 구역도 좁아져 배송 효율이 극대화 되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 수입과 작업환경이 계속 좋아지면서 새롭게 직장을 찾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권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특히 상하관계 없이 일하는 만큼 수입을 올리는 택배기사의 특성과 개인존중, 공정성 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맞물려 젊은 세대에게 조용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가족관계를 조사한 결과 부부 택배기사가 2692명(1346쌍)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를 포함해 부모, 자녀, 형제, 친척 등 가족과 함께 일하고 있는 택배기사는 400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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