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왼쪽부터 TSMC 마크 리우 회장, 인텔 펫 겔싱어 CEO,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 © 각 社]

[AP신문 = 김상준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가 2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마크 리우 TSMC 회장이 직접 나서 미국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현지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한 지원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마크 리우 회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해외 제조 공장에서는 대만에서 제조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각국 정부들과 협력해 비용 격차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우 회장은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강화하며,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에서 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제조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SMC는 12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6개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본 구마모토현에 16나노와 28나노 공정의 공장을 세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TSMC는 차세대 후공정 패키징 R&D 센터를 일본에 짓기로 하고, 일본 정부로터 사업비 절반 가량인 190억엔(약 1973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한 바 있다.

인텔도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를 직접 만나며, 200억달러(약 23조원)의 유럽 투자를 가시화하고 있다.

특히 겔싱어 CEO는 티에르 브레튼 EU 집행위원을 만나 "유럽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립을 위해 세금 감면과 직접 투자 등 총 80억유로(약 11조원) 규모의 정부 지원을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겔싱어의 유럽 방문은 역내 반도체 생산을 높이려는 EU와 접점을 찾아가며 EU로부터 상당한 지원책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의 최소 20%가 유럽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30 디지털 콤퍼스’를 통한 해외 의존도 탈피를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EU 집행위는 3년간 역내 반도체 산업에 1450억유로(약 195조7601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인텔은 TSMC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지난 3월 'IDM 2.0 전략'을 공개하고,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에 200억달러 투자와 함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다. 또 아일랜드 공장에도 7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7nm 칩 생산을 위한 시설을 건설 중이다.

TSMC와 인텔의 행보와 달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를 들여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투자 지역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지역으로 미국 텍사스·애리조나·뉴욕주 등을 두고 인센티브와 세액공제 등을 비교해왔으나,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 미국의 ‘칩스(CHIPS)법’ 시행만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2030 디지털 콤퍼스’와 관련해서도 EU 집행위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추가적으로 전해진 소식은 없다.

이처럼 TSMC, 인텔의 행보와 다른 삼성전자의 침묵은 총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행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가 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지는 데 대해 우려하며, 각종 지원책을 통해 반도체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총수가 부재한 삼성전자로서는 투자 적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전략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 바로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사면 복권하자는 것이 중론"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생산(파운드리)을 모두 수행하는 IDM인만큼, 총수 중심의 전략적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부문에서 미국 팹리스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거나 M&A와 같은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