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도준비은행]

[AP신문 = 이진성 기자] CBDC(디지털 법정화폐)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인도 정부가 연내 디지털 루피에 대한 본격 시험을 시작한다.

인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 샤크티칸타 다스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인도준비은행은 12월 이전에는 첫 디지털 통화 평가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스 총재에 따르면, 인도준비은행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화폐의 보안 ▲인도 금융 분야에 미치는 영향 ▲유통되는 통화 정책과 통화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세부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중앙은행이 직접 관리하는 중앙집중형 시스템과 이른바 분산원장기술(DLT)에 대한 선택의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DLT는 중앙은행을 비롯한 다양한 참여자가 공동으로 기록·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의미한다.

중국이 대표적인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으로, 정부 이외의 주체가 디지털 화폐를 제작·유통하는 것을 이미 금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거래와 채굴까지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반면, 스웨덴은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통해 하나의 거래원장만 사용해 관련기록을 관리하는 단일원장 방식은 보안관리에 취약하다고 판단, R3사의 코다(Corda) 분산원장기술에 기반해 e-크로나의 플랫폼을 설계했다.

인도 정부는 앞서 이달 초 모바일 결제 플랫폼인 'e-루피'를 출시했다. 휴대폰을 통해 누구나 이용 가능하도록 QR코드나 SMS 메시지를 통해 지원금을 배분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전자 바우처다.

인도는 'e-루피'와 이번 디지털 루피 시험을 통해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다스 총재는 "상당히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연말까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말로 CBDC 출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도 외에도 현금 사용량이 줄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 1년간 중앙은행들의 디지털화폐(CBDC) 도입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중국이 CBDC에 가장 적극적인 가운데, 유럽과 영국의 중앙은행도 각각 디지털 유로와 영국 CBDC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2014년부터 인민은행이 CBDC 도입을 준비해왔고, 베이징을 비롯한 11개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암호법' 등 각종 법률도 정비해 디지털 화폐 관련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준비하며,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도입한다는 목표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6월 기준 디지털 위안화 지갑을 개통한 사람은 2087만명, 기관은 351만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중앙은행(ECB)도 7월 디지털 유로화 발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2년간의 조사 및 의견 수렴 작업 등을 거쳐 유럽의회와 유럽집행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법제화 작업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은행도 내년 6월 완료를 목표로 지난 23일 CBDC 모의실험을 시작했다. 모의실험에는 그라운드X,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자회사 3곳과 삼성전자, 삼성SDS 자회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CBDC 모의실험은 가상환경을 통해 국가 간 송금, 디지털 자산 거래, 개인정보보호 강화 기술 등을 실험하는 것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현금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술적, 제도적 측면에서 갖출 게 많은 만큼,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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