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골프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TV조선, SBS, JTBC, MBN

[AP신문= 손민지 OTT뉴스 평론가]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와 여가가 각광을 받으면서 골린이(골프+어린이의 합성어)나 골스타그램(골프+인스타그램) 등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MZ세대 사이에서는 골프를 즐기는 사진과 영상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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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콘텐츠업계도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골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TV조선 <골프왕>, SBS <편먹고 공치리>, JTBC <세리머니클럽> 등이 각 방송사를 대표하고 있다.

이외에도 평균연령 79세의 원로배우 이순재, 박근형, 백일섭이 맞붙은 MBN <그랜파>는 지난달 시즌1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8월 27일에는 OTT 티빙에서 강호동과 신동엽이 대결을 펼치는 포맷의 오리지널 콘텐츠 <골신강림>이 공개됐다.

▶ 김국진의 <골프왕>은 되고 이경규의 <편먹고 공치리>는 안 되는 이유?

웨이브와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골프왕>은 월요 예능 1위에 등극했다. 사진 <골프왕> 방송 화면 캡처

먼저 <골프왕>은 4~5%(닐슨코리아, 전국)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매주 월요일 예능프로그램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골프왕 마스터즈' 1라운드 대결이 그려진 14회의 분당 최고 시청률은 7.4%까지 치솟았다.

<골프왕>은 대한민국 여자 골프의 전설 김미현을 감독으로, 연예계 골프 실력자 김국진을 코치로 내세워 안정감을 갖췄다.

또 전 축구선수 이동국, 골린이 이상우, 의외의 실력자 양세형, 미스터트롯 TOP6 장민호라는 이색 조합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매회 달라지는 화려한 게스트 구성에 4대 4 대결 구도까지 갖춰 긴장감도 놓치지 않은 것이 <골프왕>의 인기 비결로 분석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예능에서 그치지 않고 게임을 통한 기부로 사회 공헌적인 역할도 수행하며, 그간 출연한 골프 능력자들을 모아 대회를 개최하며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도 잃지 않았다.

<골프왕>의 대항마로 떠오른 <편먹고 공치리>는 이경규ㆍ이승기ㆍ이승엽ㆍ유현주라는 황금 MC 군단을 내세웠고, 게스트와 함께 골프 대결을 펼치는 포맷을 정했다는 점에서 <골프왕>과 유사하다.

그러나 성적은 상이하다.

<편먹고 공치리>의 최고 시청률은 4.2%(8월 7일 방송)으로 <골프왕> 5.4%(11회) 보다 낮다.

지상파인데다 편성마저 금요일 오후 11시 반에서 토요일 오후 6시라는 황금시간대로 변경됐는데도 파급력이 떨어진다.

웨이브 <편먹고 공치리>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사진 <편먹고 공치리> 방송 화면 캡처

희비를 가른 것은 다름 아닌 캐릭터의 차별성이다.

<골프왕>의 출연진은 의외성을 하나씩 갖고 있다.

김미현은 멤버들을 '아들'이라고 부르고 집에 초대해 식사까지 만들어 대접할 정도로 따스한 면모를 보여 '아빠'인 김국진과 대비되는 '엄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말수 적고 엉뚱한 이미지로 유명하던 이상우는 보기 드문 예능 출연으로 값어치를 드높였다.

그는 골프 경력은 멤버들 중 제일 적지만 성실히 연습하고 가끔씩 한방을 터뜨리는 저력으로 주목받는다.

<집사부일체> <맛남의 광장> 등 예능에서 코믹함과 의외의 요리실력을 뽐냈던 양세형은 골프에서도 재치있는 플레이를 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할 수 있는 스타임을 증명하고 있다.

트로트 가수 이미지가 강했던 장민호 역시 <골프왕>을 통해 동생들을 잘 챙기는 형이자 스포츠에 능한 예능인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면 <편먹고 공치리>의 고정 출연자들은 기존 이미지를 고수한다.

출연진은 72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승부욕을 불태우는데, 이경규는 최근 방송에서 게스트 차예련의 굉장한 골프 실력에 "주상욱이 오라고 해"라면서 투덜댔다.

이는 방송 시간이 길다며 '버럭'하던 이경규와 골프를 치는 이경규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승기 역시 오래 지녀온 '허당' 캐릭터를 버리지 못했다.

그는 앞서 <1박2일>, <신서유기> 등 강호동과 함께 한 예능에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어딘가 어설프고 가끔 실수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에도 강한 열정과 에너지로 중무장했으나 공을 해저드에 빠뜨리는 등 골프 실력이 살짝 부족한 캐릭터로 프로그램에 활력을 돋우고 있다.

이는 골프판 <집사부일체>를 보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만든다.

▶ 김국진 vs 이승기ㆍ이경규 vs 꽃할배 vs 김종국 vs 강호동ㆍ신동엽… 치열한 '골프 예능' 전장에서 생존하려면?

웨이브 <그랜파>에는 이순재, 박근형, 백일섭, 임하룡 등이 출연한다. 사진 <그랜파> 방송 화면 캡처

티빙 <골신강림>을 기점으로 골프 예능의 대결은 방송사의 대결을 넘어 OTT 플랫폼으로도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질의 대결 속에서 프로그램이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려한 게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 예능과 차별되는 개성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그랜파>는 소기의 성공을 거뒀고 <세리머니클럽>은 실패했다.

<그랜파>는 골프를 중년의 고급 스포츠가 아닌 할아버지들의 스포츠로 확장했고, 장소를 골프장 한 곳이 아닌 대한민국 곳곳으로 넓혀 각 지역의 이색 골프장과 먹거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여행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랜파>는 노년의 스타를 출연시키고 여행 예능의 요소를 가미해 차별화를 뒀다. 사진 <그랜파> 방송 화면 캡처

<세리머니클럽>은 골프의 전설 박세리부터 김종국, 양세찬을 멤버로 골프 동호회를 구성했다.

박세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점 외에 <골프왕>과 다른 점을 내보이지 못하면서 매회 1~2%(닐슨코리아 기준)대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골프 예능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골프가 방송의 인기 소재로 활약하고 있지만 여전히 골프는 야구ㆍ축구 보다는 친숙함이 덜하다는 점에서 위기요소도 분명 존재한다.

먹방, 쿡방이 방송가를 휩쓴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트로트 예능이 범람해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골프 예능도 동일한 수렁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도 된다.

단순히 골프 강습을 받고 대결을 펼치는 것 외에 어떤 색다른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골프왕>은 넷플릭스와 웨이브에서, <편먹고 공치리>와 <그랜파>는 웨이브에서, <세리머니클럽>과 <골신강림>은 티빙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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