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카 사업부문별 매출액 추이 = ©DB금융투자]

[AP신문 = 이주원 기자] 중고차 이커머스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케이카가 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IPO 성공 열쇠는 플랫폼 사업자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카의 공모가 밴드 산정에는 플랫폼 사업자에 적용되는 P/S 지표가 활용됐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공모가 밴드 산정을 위한 비교집단으로 미국 중고차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카바나를 비롯해, 카맥스, 리시아 모터스, 브이룸, 애즈버리 오토모티브 그룹, 시프트 테크놀로지스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고차 플랫폼 6개사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케이카의 공모가 밴드는 6개사 평균 P/S 1.59배(할인율 39.6%~24.0%)에 기준해 주당 3만4300원~4만3200원으로 산출됐다. 공모 주식 수는 구주 1563만주와 신주 120만주로, 예상 공모액은 5772억원~7771억원이다. 전환사채 및 스톡옵션 잔액을 반영한 예상 시가총액은 1조7500억원~2조2000억원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플랫폼 기업의 투자 밸류에이션 산정에는 매출액 또는 거래액 배수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 케이카 공모가 밴드 산정에 P/S 지표를 적용한 것은 케이카의 중고차 유통업을 플랫폼 사업으로 간주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P/E 지표를 적용하면, 케이카 공모가 밴드는 상반기 기준 연환산 순이익(531억원)의 33~41배에 해당한다. 중고차 매매업을 부수적으로 영위하는 상장사 롯데렌탈의 경우 2021년 예상 당기순이익 기준 13~14배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수익성 측면에서 케이카 밸류에이션은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다만 롯데렌탈은 중고차 매매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 않고, 매매 형태도 케이카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구조와 거리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커머스 채널을 통한 중고차 판매대수 급성장 = ©DB금융투자]
비교집단으로 선정된 카바나는 옴니채널 기반 중고차 판매기업으로, 2017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자 자판기 형태의 오프라인 쇼룸, 비대면 중고차 구매, 익일배송 등 중고차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가치를 더하고 있다.

카바나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9년 대비 41.8% 성장한 55억9000만달러(약 6조 5850억원)를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은 1억7000만달러(약 2003억원)다. 올해 매출액은 중고차 수요 호조 및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전년비 100% 이상 증가한 약 12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가총액은 268억9000만달러(약 31조6764억원)로, 2021년 야후 파이낸스 컨센서스 매출액 대비 약 2.2배 수준의 P/S를 받고 있다.

케이카는 인증중고차(CPO) 모델에 기반한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CPO 모델은 판매자(플랫폼)가 매물 차량의 상태, 품질, 이력을 평가하고 구매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며 이에 대한 보증을 제공한다. 개인 소비자 대상의 B2C 채널에서 모든 매물을 직영 CPO로 판매하고 그 외의 매물은 경매 채널을 통해 매각하고 있다. 국내에서 CPO 모델로 중고차를 판매하는 플랫폼으로는 오토플러스, 유카 등이 있으나, 케이카의 거래액 규모는 2위권 업체 대비 약 7배 큰 상황이다.

케이카의 연간 CPO 판매대수는 2018년 6만9000대에서 지난해 9만대로 2년간 20% 이상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대수도 전년 동기 대비 약 25% 늘어났다. 이는 2018~2020년 국내 중고차 거래대수 증가율 4.1%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특히 이커머스 채널이 전사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데, 2018년 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23.2%에 불과했으나 올해 상반기는 41.8%까지 높아졌다. 케이카의 중고차사업부문 영업이익률도 2018년 1.4%에서 지난해 2.8%, 그리고 올 상반기 4.0%로 매년 향상되는 추세다. 이커머스 판매에 수반되는 보증·대행 서비스 등 부수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케이카가 플랫폼의 차량 조달 약점을 플랫폼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측면도 흥미롭다. 케이카는 자사 렌터카 반납 차량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롯데렌탈이나 계열사 신차영업소 위탁 차량을 취급하는 현대글로비스처럼 매물을 안정적으로 조달받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차 팔기' 플랫폼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는데, 2018년 28.7%였던 차량 조달 비중이 올 상반기 45.2%로 빠르게 상승 중이며, 내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내차 팔기' 플랫폼은 개인판매자가 모바일이나 PC로 내차팔기를 신청하면 바로 표준시세를 제공하고 차량평가사가 방문해 차량을 진단하고 견적을 낸 뒤 하루 만에 입금과 소유권 이전을 완료해 주는 서비스다.

[▲이커머스 매출액 비중 확대로 수익성 향상 = ©DB금융투자]
유경하 연구원은 케이카의 상장에서 플랫폼 사업자 밸류에이션 외에도 ▲중고차 수요피크 가능성 ▲투자 확대에 따른 잉여현금흐름 저하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고차 수요의 급증 요인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신차 출고지연 이슈가 첫 손에 꼽힌다. 때문에 차랑용 반도체 공급이 안정화되면 중고차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유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대수가 1.4배로, 2.3배의 미국이나 1.9배의 독일 등 주요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최근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과 편의성이 크게 향상됨에 따라,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중고차 장기 수요에 긍정적인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사업의 장점 중 하나는 현금흐름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평균 재고보유 일수가 30~40일로 재고회전이 비교적 빠르고 고정자산투자 부담이 크지 않은 까닭이다. 케이카의 경우에도 지난해 영업현금흐름이 300억원을 상회한 반면, 자본지출과 이자비용 지출 규모는 각각 22억원, 70억원에 불과했다.

유 연구원은 "케이카는 상장 후 지점 신규출점, 제2경매장 확보, 상품화센터 건립, IT 인프라 투자 등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향후 잉여현금흐름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며, "최근 해외 플랫폼의 경우에도 오프라인 지점 확충, 탁송 서비스 내제화 등으로 자본지출이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케이카는 27일과 28일 양일간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9월 30일과 10월 1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정인국 케이카 사장은 “이번 IPO를 통해 중고차를 더욱 온라인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국내 자동차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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