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광고평론 #400] ※ 평가 기간: 2021년 9월 16일~2021년 9월 26일

달에 최초로 착륙한 '줄 알았던' 미국인. 사진 HUMANKIND 유튜브 캡처

[AP신문=김민지 기자] 일본의 게임회사 SEGA가 공개한 게임 'humankind' 광고입니다.

'humankind'는 선사시대부터 인류의 역사를 유저가 새로 쓸 수 있는 4X 전략 게임입니다.

4X란 'explore, expand, exploit, exterminate'을 나타내는 용어로, 게임 내에서 탐험, 확장, 개발, 말살 등 전략을 펼치는 게임을 말합니다.

SEGA는 게임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장황한 카피나 내레이션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닐 암스트롱 달 착륙 사건을 차용합니다.

우주복을 입은 우주비행사가 최초로 달에 착륙해 미국 국기를 꽂으러 걸어갑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 그대로입니다.

닐 암스트롱이 남긴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라는 말이 내레이션으로 흘러 나오지만 이 대사는 끝까지 마무리되지 못하고 "It’s one small step for man, one…"에서 끊기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갑자기 맞은편에 브라질 국기를 들고 있는 우주비행사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국기를 먼저 달에 꽂기 위해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그들 뒤로 수십 명의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최초로 국기를 꽂기 위해 각자의 국기를 들고 경쟁적으로 달려옵니다.

즉 광고는 달 착륙 사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비틀어, 유저의 전략대로 지난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게임의 특성을 소개한 것입니다.

광고는 'BE THE FIRST TO MAKE HISTORY'(역사를 만드는 첫 번째 인물이 돼라)라는 압축적인 카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며 게임의 실제 플레이 영상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는 게임 로고와 함께 'HOW FAR WILL YOU PUSH'(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라는 메인 슬로건이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며 광고가 마무리됩니다.

창의성 4, 명확성(광고 효과) 3.5, 적합성(광고 효과) 3, 예술성(청각) 3.5, 예술성(시각) 4, 호감도 3 (5점 만점)

AP 광고평론가들은 이 광고의 창의성과 예술성 시각 부문에 3.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주며, 재치있는 아이디어를 웅장한 영상미로 잘 나타냈다고 호평했습니다.

명확성 또한 3.7점을 받으며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고 전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외 광활한 우주와 잘 어울리는 배경음악으로 예술성 청각 부문은 3.3점을 받았고, 광고 효과의 적합성과 호감도도 3.2점을 획득했습니다.

모든 평가요소가 3점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광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뛰어난 영상미ㆍ반전 있는 스토리 텔링, 인상적

평론가들은 영화 같은 연출이 인상적이며, 조잡한 설명보다는 잘 알려진 커다란 사건 하나를 변형해 스토리텔링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간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우주비행사를 맞딱뜨린 브라질 우주비행사. 사진 HUMANKIND 유튜브 캡처

대사나 긴 카피 없이도 광고하는 게임의 내용과 설정을 보는 이들에게 잘 설명한다. 길이는 길지만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고 싶지 않게 만드는 광고다. 긴박한 상황과 대조되는 잔잔한 배경음악이 재미를 더해주고, 적절한 포인트에 1인칭 시점의 화면을 배치한 것도 몰입감을 높인다. 퀄리티 높은 영화 같은 화면으로 광고를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 이은찬 평론가 (평점 4.5)

가끔 엉뚱한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를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 말이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실패로 조선의 자주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남북한 군인의 조선시대 타임루프로 이순신 장군을 만나는 '천군' 등 타임루프 또는 트랜스 히스토리 물의 영화로 구현되는 상상은 언제나 흥미롭다.
'Humankind'는 이런 상상을 게임 속에서 구현해 볼 수 있는 전략 게임이다. 현재까지는 '문명' 시리즈가 굳건히 역사 전략 게임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Humankind'의 등장으로 그 판세가 바뀔지 모르겠다. SEGA는 'Humankind'를 통해 '문명'의 위치를 따라잡기 위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를 바꿔보는 재미를 잘 담아냈다.
단순히 역사적 순간을 나열하는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아폴로 11호 달착륙이라는 하나의 사건에 집중하며 위트 있게 스토리텔링한다. 'Humankind'에는 문명과는 다른 어떤 시뮬레이션 방식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 이정구 평론가 (평점 4.3)

미괄식 광고, 초반에 지루해

하지만 광고 초반부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두괄식으로 전달하는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 초반에 지루함을 느꼈고 무엇을 다룬 광고인지 한번에 알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합니다.

몸싸움을 하고 있는 미국과 브라질의 우주비행사들.사진 HUMANKIND 유튜브 캡처

광고 후반부까지는 어떤 광고일까 호기심이 생기기보다는 지루했다. 'BE THE FIRST TO MAKE HISTORY,' 'humankind', 'SEGA'로 어떤 광고인지 대략적으로 알게 됐다. 타깃팅에 초점을 둔 광고임을 감안해도 구성이 아쉽다. 만약 'humankind'라는 키워드를 먼저 보여주고 시작했다면 시대별로 플레이어 자신이 역사에서 주요 인물이 되어 직접 인류의 서사시 전체를 다시를 써내려갈 수 있는 게임만의 매력이 더 잘 전달됐을 것이다.
-이정민 평론가 (평점 2.5)

마지막으로 가서야 여러 나라의 패권 싸움을 소재로 플레이하는 전략게임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초반에는 왜 미국과 브라질인지, 왜 달착륙을 소재로 했는지 고민하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 에둘러 말하는 낭만이 절반만 먹힌 셈이다.
- 김동희 평론가 (평점 3.2)

그 외에 김진희 평론가는 '달'이라는 매개체가 광고에서 너무 많이 사용돼 시선을 끌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노광욱 평론가는 새로운 시도는 좋지만 광고를 보고도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혹평을 남겼습니다.

광고에서 '최초', '혁신' 등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달'이라는 매개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미 너무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더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움과 신기함, 경이로움을 전달해주지 않아 그 부분은 다소 아쉽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게 전달됐고 의도 파악은 용이했으나 뻔한 소재 대신 새로운 접근으로 광고를 제작했다면 조금 더 신선할 수 있었을 것이다.
- 김진희 평론가 (평점 3.0)

핵심은 이 광고를 보고 "'Humankind'라는 게임을 하고 싶어지는가"인데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장에서 나의 답은 "잘 모르겠다"이다. 인류의 달 착륙이라는 거대한 모티브로 시작된 광고는 다소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브라질과 미국의 전투로 이어지다가 급기야 전 세계적 전쟁으로의 확산을 암시한다. 게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겠지만 그 거창함이 기대보다는 의구심을 키운다.
그래도 게임 광고의 전형성을 탈피해 거대한 세계관을 담아내 보려 한 스케일과 도전 정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노광욱 평론가 (평점 3.5)

■ 크레딧
▷ Advertising Agency: BETC, Paris, France
▷ Agency Manager: Jean-Charles Caboche
▷ Executive Creative Director: Stephane Xiberras
▷ Creative Directors: Benjamin Le Breton, Arnaud Assouline
▷ Copywriter: Matthieu Bouilhot
▷ TV Producer: Fabrice Brovelli
▷ Production Company: WANDA
▷ Director: Edouard Salier
▷ Producer: Claude Fayolle
▷ DOP: Mathieu Plainfosse
▷ Post-Production Company: Digital District
▷ Sound Company: GUM
▷ Sound Producers: Sydney Guillen, Marion Torreil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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