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SK온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AP신문 = 김상준 기자]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무게추가 북동부에서 남부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SK이노베이션(096770)에서 분사한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이 자리하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지금까지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애리조나주부터 조지아주에 이르는 미국 남부 지역의 새로운 공장 건설에 약 240억달러 규모의 투자가 확정·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선 애리조나주에는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가 3억달러(약 3588억원)를 투자해 카사그란데에 전기차 조립 공장을 건설했다. 1회 완충 시 주행거리가 테슬라 ‘모델S 롱레인지’보다 더 긴 ‘에어드림 에디션 레인지’ 양산에 돌입해, 이달 중 첫 선을 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니콜라도 6억달러를 투입해 지난해 7월부터 애리조나주 쿨리지에 연 3만5000대의 수소연료전지 트럭 생산 규모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테슬라는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미 11억달러(약 1조3156억원)를 투자한 텍사스주 오스틴 외곽의 전기차 조립 및 배터리 공장 준공이 임박했다.

테네시주에서는 독일 폭스바겐이 8억달러를 투자해 채터누가 공장을 미국 전기차 기지로 전환하고, ID.4를 생산하고 있다. ID.4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43억달러(약 5조1428억원)를 투자해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내년 양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시스템을 장착한 캐딜락의 첫 전기차 리릭이 생산될 예정이다.

테네시주 스탠튼에는 포드자동차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1457만㎡ 규모의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복합 단지를 건설한다. 56억달러(약 6조6976억원) 규모의 '블루오벌 시티'는 오는 2025년부터 가동돼 차세대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을 생산할 예정이다.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의 합작사인 블루오벌SK는 켄터키주 글렌데일에도 두 개의 배터리 공장을 공장을 건설한다. 2025년 또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58억달러를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은 단독으로도 조지아주 커머스에 두 개의 배터리 공장 건설에 26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첫 번째 공장은 내년 완공 예정이다.

토요타는 마쓰다와 함께 앨라배마주 헌츠빌 인근에 23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했고, 전기차 스타트업인 카누는 2023년부터 다양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오클라호마주 프라이어에 5억달러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총 240억달러 규모에서 114억달러의 블루오벌SK 투자 비중이 47.5%를 차지한 가운데, SK온의 직접 투자 규모는 70억5000만달러로 29.4%에 달한다. SK온은 블루오벌SK 지분율에 해당하는 44억5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를 투자한다.

애리조나주에서 조지아주에 이르는 남부 지역 전기차 투자의 3분의 1 가량을 이끌고 있는 SK온은 배터리 생산 능력도 미국 최대인 150기가와트시(GWh)를 확보하게 된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이 같은 SK온의 영향력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지형 변화는 물론, 배터리 공장에 대한 노조 설립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미국 내 대표 강성 노조로 꼽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남부 ‘선벨트(Sun Belt)’ 지역의 UAW 지부 설립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북위 37도 이남의 일조량이 많은 따뜻한 지역을 뜻하는 선벨트는 주정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 상대적으로 낮은 최저임금, 무노조 문화를 특징으로 한다. 일부 주에서는 파업할 권리에 대응하고 근로자의 노조 강제 가입을 금지하는 '일할 권리' 법도 있다.

반면, 미시간주와 일리노이주, 오하이오주를 중심으로 한 미국 북동부의 '러스트벨트(Rust Belt)'는 UAW의 주요 활동지역으로 고임금 친노조 문화가 뚜렷하다. UAW는 GM, 포드 등 미국 전통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세를 키워 온 대표적 강성 노조다.

UAW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경영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이후 노조원 수가 급격히 감소하며 영향력이 약화됐으나, 조 바이든 정부와 함께 다시금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이든 행정부가 UAW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UAW는 전기차와 관련해 잇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선벨트 지역의 노조 설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엔진에서 배터리로 옮겨가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만큼, 기존 일자리를 대체할 배터리 공장의 노조 설립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SK온을 향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역시 지난달 29일 블루오벌SK에 대한 UAW 진출 여부에 미국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UAW 노조 지도부는 포드가 배터리 공장 직원들도 임금을 많이 받는 양질의 일자리 마련을 확실히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리사 드레이크 포드 북미 담당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조의 가입 여부는 노동자들에게 달려 있다"면서도, "SK온이 블루오벌SK의 노조 반대 입장은 취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연구소의 크리스틴 지첵 연구원은 "배터리 공장의 노조 설립 여부는 UAW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시험이고 도전"이라며, "블루오벌SK에서 노조가 설립된다면 UAW의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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