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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 = 이주원 기자] BMW가 지난해 전기차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선택했다.

니콜라스 피터 BMW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현지 시각으로 1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BMW는 배터리 파트너사들과 함께 향후 몇 년간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자체 셀 생산에 서둘러 속도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BMW는 현재 삼성SDI를 비롯해,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와 배터리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전기차 수요 가속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120억유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 규모를 200억유로(약 27조1728억원)로 확대하기도 했다.

BMW는 이와 별도로 배터리 자체 생산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아직 파일럿플랜트 건설 단계다. 피터 CFO는 "BMW가 앞으로 어떤 배터리 기술과 함께 할 것인지 말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배터리 기술과 생산 방식이 혼재한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만프레드 쇼흐 BMW 글로벌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BMW가 물량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배터리 생산에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로는 독일 라이벌인 폭스바겐과 다임러가 배터리사에 대한 지분 투자 방식 등을 통해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그룹은 지난해 7월 스텔란티스와 프랑스 토탈이 합작한 배터리기업 오토모티브셀(ACC)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배터리셀 생산을 위해 8곳의 기가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와 협력해 스웨덴에 2023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 중에 있으며, 중국 궈쉬안하이테크와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독일에 두 번째 공장 건설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2030년까지 유렵에 총 6곳의 배터리셀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12월 궈쉬안 지분 26.4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라섰고, 노스볼트 지분도 20%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사의 전략과 달리 피터 CFO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상황에서도 BMW는 공급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높은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배터리 생산 역시 당분간 파트너사에 의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MW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8.4% 증가한 총 252만1525대를 판매했다. 특히 전기차 판매 비중은 13%로, 2020년보다 70.4% 증가한 32만8316대를 팔았다. 유럽 내에서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23%에 달했다. 또한 고급차 시장에서도 5년간 판매 1위를 지켜오던 다임러의 메르세데스 벤츠를 밀어냈다.

다만 BMW는 지난해 상반기 14.5%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영업이익률이 하반기를 거치며 9.5%~10.5%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상반기 각각 12.9%와 8.8% 대비 연간 9~11% 수준이 예상되는 다임러와 폭스바겐에 비해 하락폭이 크다.

특히 전기차 제조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사와 비교해 소극적인 내재화 전략이 영업이익률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피터 CFO는 BMW는 2~3년 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전기차로의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며, 생산과 판매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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