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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 = 이진성 기자]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가 역대급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IPO 시장 호황에 가려진 증권사들의 인수수수료율 및 공모청약수수료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로 1%도 채 안 되는 인수수수료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데 반해, 정작 개인투자자들에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부과해 이익만 높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국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각) LG에너지솔루션의 IPO를 다루면서 낮은 인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한국 증권사들은 "0.7%의 수수료를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PO 시장의 인수수수료율은 평균 3.2%로 조사됐다. 뉴욕증권거래소의 IPO 수수료율는 2%이고, 나스닥은 3.4% 규모다. 홍콩도 기업들이 IPO 수수료로 증권사에 2%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이번 LG에너지솔루션 수수료율은 0.7%고 성과보수는 0.3%다. 공모가는 희망공모가범위 최상단 30만원으로 정해졌기에 기본 인수수수료 892억5000만원에 성과보수 382억5000만원 등 총 1275억원이 지급된다.

회사별로 보면 공동대표주관사인 KB증권과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 서울지점은 각각 인수대가로 196억3500만원, 169억5750만원을 받는다. 공동주관회사인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메릴린치인터내셔날 서울지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5개사는 98억1750만원을 수취한다. 인수회사인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 등 4곳은 8억9250만원씩을 받는다.

아울러 일반 청약을 맡은 국내 6개 증권사는 추가로 공모청약수수료도 쏠쏠하게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온라인 기준 건당 1500원의 IPO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은 2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만 무료다. 우대 수수료를 받는 고객들을 고려하더라도 증권사들이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을 통해 벌어들이는 청약수수료는 53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수수료로 '대박'을 내며 함박웃음이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2%대에 불만을 터트렸던 상황을 잊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7년 증권사들의 IPO의 평균 수수료율은 3.21%로 2012년과 비교해 74bp 하락했고, 코스닥은 4.52%에서 3.32%로, 유가증권시장은 2.54%에서 2.06%로 낮아졌다.

증권사 IB 파트는 IPO 빅딜을 위해 물적, 인적 재원을 과감하게 투입한다. 상장주관사 자리를 따내고자 전사적 역량을 동원하고 주관사 수임 뒤엔 상주 인력까지 파견하는 정성을 보인다. 이런 역량 소모에도 막상 수수료 정산 때는 중소형 딜 수준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즉, 기업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수수료를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이를 메우는 모양새가 됐다는 비판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증권사의 공모주 청약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불평이 나온다. 공모주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인에 배정되는 주식 물량은 제한적인데, 수수료를 건 마다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증권사들은 법에 따라 고객들로부터 받은 청약증거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하고 2영업일 이후에 실제 청약에 들어가는 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이자와 함께 돌려받는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증권금융 역시 청약증거금 예치금 금리를 0.5%로 인상해, 이번 LG엔솔 IPO에서 국내 7개 증권사들의 청약 증거금 이자 규모는 31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약증거금은 고객 돈이지만 지금까지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원금만 돌려주고 이자수익은 자신들이 가져가고 있다.

이에 반해 증권사는 공모주 청약 열풍에 전산 시스템 관리 및 업데이트 비용, 그리고 그에 따른 인력 충원·유지 등의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그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수료 부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IPO 추진 기업에는 앞다퉈 주관사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수수료율 인하 전략으로만 일관해왔다. 주관사별 차별화가 크지 않으니 저렴한 수수료로만 경쟁을 한 결과라는 풀이다. 또한 이는 공모가 산정 논란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의 상장 주관 서비스는 ▲기업실사 ▲공모가 결정 ▲공모주 배정 ▲시장조성 등의 업무를 포함한다. 수수료율이 낮은 만큼, 최대한 희망밴드 상단에서 가격이 정해져야 공모 규모가 커지고 참여 증권사의 인수대가가 많아지는 구조 속에서 공모가에 대한 불신과 셀(매도) 리포트 내기를 꺼리는 분위기만 심화되는 형국이다.

크래프톤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서도 상장주관사와 맺은 IPO 수수료율이 이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 등 상장주관사단의 크래프톤 IPO 인수수수료율은 0.5%였고, 성과수수료율이 0.5%로 공모가가 높게 책정되도록 유인됐다는 평가다. 크래프톤뿐 아니라 IPO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기업 공모에는 어김없이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의 대형 IPO기업에 대한 '묻지마 청약', '무조건 따상' 등 장밋빛 전망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7곳이 2021년 한 해 발간한 리포트 중에서 셀 의견을 한 종목 이상 낸 곳은 30%인 14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BNK증권을 제외한 13곳은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지점이다.

증권사들은 상장을 통해 무조건적으로 인수대가와 청약수수료를 남기는데 반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적정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공모주 투자로 이익을 볼 확률이 줄어든다. 오히려 주관사가 기업가치에 대한 예측에 실패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이에 대한 손해는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것이다.

차별성 없는 증권사간 IPO 서비스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최근 신영증권은 스코넥엔터테인먼트 IPO를 주관하며 인수수수료율 4.5%, 성과수수료율 2.5%를 통해 20억8671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는 신영증권이 수취한 IPO 수수료 중 역대 최고액일 뿐 아니라, 7%의 수수료율은 국내 IPO 시장에서 역대급 수치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가 이례적으로 높은 인수수수료율을 책정한 것은 기술성 특례 상장으로 일반 상장보다 IPO 절차가 복잡하고 밸류에이션 산정 과정도 까다로웠던 점도 고려됐지만, 메타버스를 부각시키며 LG에너지솔루션 이후로 IPO 딜을 배치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판단한 결과다.

삼성증권은 2014년부터 바이오 전문 IB 인력을 충원하며 바이오기업의 IPO 딜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바이오 명가'라는 타이틀가 함께, 지난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IPO를 단독 주관하며 116억원의 인수 수수료를 받았다. 이는 카카오페이를 주관하며 받은 수수료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또 신약 개발기업 큐라클 IPO에서도 6.3%의 높은 인수수수료율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PI(자기자본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며, 주관수수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비상장 기업 프리IPO를 통해 상장 전부터 기업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IPO 주관부터 향후 자금조달, 추가 기업금융서비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2016년 게임사 펄어비스 보통주를 20억원에 매입했고,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인 오아시스마켓에 50억원을 투자했다. 이외 카카오모빌리티, 젠바디, SCM생명과학 등이 주요 PI사례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약에 나설 때 해당 기업뿐 아니라 상장 주관사들의 기업평가 실력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갈수록 하락하는 것은 그만큼 '가격' 외에 증권사간 차별성이 없다는 뜻"이라며, "수수료 부분에 대한 규제는 시장 원리 훼손으로 적절치 않지만 감독당국이 IPO 인수계약의 공정성 및 주관사 역량에 대한 평가·심사 방법 등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IPO를 주관한 기업의 상장 이후에도 애널리스트와 해당 기업간 연결과 특화된 정보 제공, M&A나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프리 IPO 등을 통한 지속적인 관계 형성 노력으로 수수료율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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