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권이민수 기자]

청년실업이 무려 30만 명인 시대, 취업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요즘이다. 그럼에도 언론인의 꿈을 좇아 터벅터벅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랑카페에서 활동하는 언시생들의 이야기다.

아랑카페는 다음 포털의 카페 커뮤니티로 각종 방송국, 신문사 등 각종 미디어매체에서 일하기 원하는 이들 15만 명가량이 모여 정보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한다. 19년 11월 8일, 이 아랑카페에 많은 언시생들의 공감을 유발하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15만 명이상의 언시생들이 모인 다음 포털의 카페 커뮤니티 '아랑'에 MBC 최승호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MBC 사장님께”라는 제목의 편지글에는 글쓴이가 언론사 입시, 특별히 세 번의 MBC 신입사원 공채에 임하며 겪은 각종 고충이 담겨있었다. 그에 따르면 많은 언시생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은 흔히 3사라 불리는 MBC, KBS, SBS이다. 그러나 ‘3사’ 라는 별칭이 무색하게도 MBC의 신입사원 채용은 극히 적었다고 한다. 매해 적은 인원일지라도 꾸준히 채용인원을 모집해온 KBS, SBS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쓴이의 경우, 9년의 언시생 기간 중 MBC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세 번뿐이었으며 특히 라디오PD 모집은 단 한 차례만 이루어졌다. 라디오PD를 지망하는 그였기에 이 사실은 더욱 절망적이게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편지의 주요 내용은 올해 9월 25일부터 10월 4일까지 지원받았던 ‘2019 MBC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그는 총 세 가지의 의문점을 제시하였는데 첫 번째는 ’서류전형의 자기소개서 문항들에 대한 의문‘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위한 문항임에도 지원자에 대한 질문이 아닌 최근 미디어 트렌드에 대한 질문뿐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각 문항 당 최대 1,000자씩 일곱문항이었다.

이 문항들을 본 어떤 이는 ”취업준비생 절박함을 악용해 시장조사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읽힐지 안 읽힐지 모르는“ 글이지만 ”자신을 깎아가며“ 간절함으로 자기소개서 아닌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폭력적‘이라며 최승호 사장에게 이러한 폭력의 상황을 두고 침묵하지 말아 줄 것을 강조했다.

두 번째는 ‘언시생들의 스케줄은 고려치 않는 비밀스러운 전형일정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는 “전형 일정을 일급비밀에 부치는 연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절대적으로 MBC의 명령에 따르라”는 것은 상호간의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에 따르면 문자로 결과를 통보해주는 다른 언론사들과는 달리, MBC는 전형 결과도 탈락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다. MBC와 지원자들 사이엔 일방적인 소통만이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는 ‘필기전형에 대한 의문’이었다. 언론사에서 신입사원을 뽑는 필기시험인데 몇 년째 수능과 별반 차이가 없는 문제만이 출제된 것이다. 그는 이러한 필기시험을 두고 “MBC의 성의없는 태도”가 드러나는 것으로 평가했다.

글쓴이는 편지 말미에 최승호 사장에게 아랑카페에 방문해주길 요청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어 절망하는 한숨을 읽어보시길. 꿈을 좇는 자신을 원망하는 괴로움과 눈을 맞춰보시길.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이 편지는 6,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달성했으며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없다.”, “모든 지망생들을 대신하여 용기내어 따끔한 글을 써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와 같은 공감어린 댓글들이 달렸다.

많은 이들의 이 글에 대한 공감은 언시생이 '을'로써 경험하는 오늘의 현실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과연 MBC 최승호 사장은 이 편지를 읽게 될지, 그리고 이 편지를 읽고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