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OTT(Over the Top(셋톱박스). 인터넷으로 여러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컫는 말.) 세계 대전에 디즈니도 참가했다.

지난 12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시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출시된 지 7년 된 넷플릭스는 190개국, 1억 6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유튜브는 작년에 가입자 수만 18억 명을 넘었다. 로그인하지 않고 영상만 보는 이용자 수는 제외한 수치다.

국내 업계도 OTT 대전 참전을 시작했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지난 9월 '한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웨이브'를 출시해 유료 가입자 130만 명을 확보했다.

KT는 지난 28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새 OTT 서비스인 '시즌'을 발표하며 국내 1위 OTT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CJ ENM과 JTBC는 내년 OTT 통합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OTT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방송 산업이 OTT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하고, 유해 콘텐츠와 불법 광고로부터 이용자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상 OTT는 별도의 허가 없이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해외는 규제를 시작했다. 영국은 OTT를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로 분류해 일반 방송보다는 낮지만 인터넷 콘텐츠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규제한다.

프랑스는 자국 콘텐츠와 OTT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했고, 디지털세법을 마련해 OTT 서비스에 세금도 매기고 있다.

국내에서도 OTT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방송 제도 개선 추진반'을 꾸렸다. 현행 방송 제도와 규제 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다.

약 7개월간의 논의를 마치고 방통위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 28일, 서울시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중장기 방송 제도 개선 및 미래지향적 규제 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토론회를 개최했다.

 

▶ 쟁점1. 현행 방송 개념과 분류 체계에 OTT 넣을 수 있나?

현행 방송 서비스 개념은 방송망을 이용하는 '방송 서비스'와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로 이원화돼 있다. 기술을 중심으로 두 범주로만 나눈 것이다.

이런 개념만으로는 방송과 유사한 동영상 서비스 기능을 하며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OTT를 분류하기 어렵다. 

28일 토론회 때 발제자로 나선 황준호 KISDI 방송미디어연구실 연구위원은 "현행 방송의 정의는 지상파 방송의 특성에 기반한 개념이라 다양한 방식의 기술 진화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했다. 

방송 제도 개선 추진반은 현행 방송 서비스 개념을 수정해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개념'을 신설한다. 방송망과 인터넷망을 구분하지 않고 시대에 맞게 통합한다.

서비스는 크게 '실시간 서비스'와 '주문형 서비스'로 분류한다. OTT는 특성에 따라 실시간으로 영상을 내보내면 실시간 서비스, VOD를 제공하면 주문형 서비스로 분류된다.

이런 개념 정의를 기준으로 방송 통신 서비스 분류 체계도 개편된다. 추진반은 개편안 두 가지를 소개했다.

A안은 방송과 OTT를 동일한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범주 내에 포함하는 방안이다. 현행 분류 체계를 기반으로 하되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점진적 안이다.

B안은 자상파 방송의 독자적 규제 영역을 보존하는 방안이다. 방송은 지상파에 한정하고, 유료 방송과 OTT를 시청각 미디어 채널로 묶는 안이다.

학계와 전문가들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기존 방송법을 비판하며 방송 서비스 개념이 재정립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남석희 방송채널진흥협회 정책실장은 "방송과 통신의 영역이 혼재돼 있는데 기존 방송법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 줘서 반갑다"고 말했다.

김정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현행 방송법에 OTT 집어넣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 쟁점2. 글로벌 OTT 규제, 가능한가?

OTT는 현재 인터넷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신 규제만 적용된다. 이 경우 방송 서비스와 규제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쉽게 말해, 방송 서비스는 규제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못 하고 OTT는 불법 정보나 청소년 유해물을 내보낼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 OTT는 광고, 장애인 지원, 이용자 수 등 자료 제출, 재난 방송 등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OTT가 방송 시장을 위협하고 있지만 방송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규제 형평성 이슈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OTT와 방송 서비스 간 규제 불균형으로 공정 경쟁,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처가 어렵다"고 했다.

방송 제도 개선 추진반은 유해물 등 OTT의 내용을 심의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 경쟁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 OTT가 매출, 요금, 가입자 등 기초 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OTT의 활성화를 위해 규제 범위와 수준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송 업계와 OTT 업계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방송 업계는 기존 방송 서비스의 규제를 어느 정도 풀어주고, OTT 규제를 빨리 시작할 것을 요청했다. OTT 업계는 글로벌 OTT에 대한 규제 자체가 가능한지를 되묻고 있다. 

신호철 케이블TV방송협회 미디어정책팀장은 "OTT가 유료 방송의 대체재가 될 것 같다. 레거시 미디어(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 사업 운영에 대한 규제를 풀어 줘야 한다"고 했다.

박석철 SBS 정책위원은 "국세청이든 공정거래위원회든 해외 OTT를 규제할 수 있다는 액션을 먼저 취해 달라"고 말했다. 

이희주 웨이브 플랫폼사업본부장은 규제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본부장은 "방송법 싹 뜯어고칠 거란 기대감 가지고 왔는데 실망이 많다"며, "규제를 위한 규제로 규제 실효성을 어떻게 담보하나?"라고 되물었다. 

또한 "과연 유튜브를 규제할 수 있는가? 지금 방송 서비스 분류 체계 논의하기 전에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규제할 수 있는지를 먼저 연구하길 바란다. 글로벌 OTT 규제가 가능하다면 (분류 체계는) 그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해외 OTT 규제와 국내 방송 및 OTT 규제에 대한 형평성을 강조하며 기존 방송 서비스에 적용되는 규제 체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 <모래시계> 시청률 60% 넘는 것도 다 옛날 얘기다. (기존 방송 서비스는) 지금은 발톱 다 빠져서 개목걸이 찬 상황이다. 글로벌 OTT를 규제할 수 없다면 레거시 미디어에 부여했던 규제 사슬들을 다 풀어줄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똘똘 뭉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 이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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