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너는 좋겠다. 부모님이 집 얻어 주실 테니까"
"나는 니가 부럽다. 부모님 힘 안 빌려도 되니까"

[AP신문=하민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복주택' 인쇄 광고 내용이다. 광고 안에서 '금수저'로 보이는 이는 '흙수저'로 보이는 이를 부러워한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되레 금수저가 흙수저를 놀리는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누리꾼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광고에 비판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고아여서 부럽다. 엄마한테 혼날 일도 없고"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행복주택의 입주 대상인 청년들도 광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학생 김유미 씨(23세)는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한번 흙수저가 돼 보라고 응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지형태 씨(37세, 가명)는 "모욕적이다. 가진 사람이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허세 부리는 듯한 느낌으로 말하는 것이 자기 과시처럼 느껴진다. 못 가진 사람을 비웃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김별샘 씨(30세)는 "금수저가 흙수저를 부러워하는 건 비현실적인 판타지"라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 주택을 광고해서 더 모순적이다"라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해당 광고를 LH에서 자체 제작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한 광고 대행사에서 인쇄 광고 여러 개를 만들었는데, 그중 이 광고를 고른 것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누가 청년에게 상처 주려는 의도로 그 광고를 골랐겠나. 행복주택 입주 신청을 하면 부모님 도움 없이도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광고 내용이 청년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다. 이미 나간 광고이니 모든 건 저희 책임이다. 청년의 공분에 공감한다"고 했다.

관계자는 2~3일 내로 문제의 광고를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 일부라도 (광고 내용을) 불편하게 여긴다면 당연히 교체해야 한다. 행복주택의 취지를 잘 전하는 광고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