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모델 한현민이 광고를 찍었습니다. 요즘 줄을 서서 사 먹는다는 '노브랜드 버거' 광고입니다. 이 광고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현민이 만화영화 <아기 공룡 둘리>의 '마이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인데요. 광고를 먼저 보시죠.

광고는 마이콜, 둘리, 도우너가 '라면과 구공탄'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패러디했습니다. 마이콜 역할을 맡은 한현민이 가운데에 서서 노브랜드의 브랜드 컬러인 노란색 옷을 입고 노래를 부릅니다.

양옆에는 둘리를 상징하는 초록색, 도우너를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은 연기자들이 노래에 맞춰 악기를 연주합니다.

잘 보시면, 원작의 깨알 같은 재미 요소를 꼼꼼하게 패러디했습니다. 둘리가 고길동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 노래 부르며 사용한 것까지 광고에 잘 녹여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광고 조회 수는 160만 회를 넘겼습니다. 댓글은 700여 개가 달렸네요. 노브랜드 버거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약 120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누리꾼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원작 영상이 생각나 재미있다는 반응과 마이콜 역할을 한현민이 맡은 것은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인종차별이라는 지적도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뉩니다. 인종차별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인종차별주의자 아니냐는 의견과 명백한 '블랙 페이스(black face)'라는 의견입니다. (블랙 페이스는 흑인이 아닌 사람이 얼굴을 검게 칠한 후 흑인을 흉내 내고 놀리는 행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는 약 2천 개의 댓글을 모두 읽고 전문가들에게 의견도 물어봤습니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광고 영상을 몇 번을 돌려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아기 공룡 둘리>의 만화영화도 찾아봤네요.

의견들이 분분하긴 하지만 핵심은 한 가집니다. 한국 사람들이 마이콜과 한현민의 피부색을 소비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논란의 쟁점들을 정리해 소개해 드립니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노브랜드 버거 광고가 인종차별인지 아닌지는 단정 짓지 않았습니다. 

다소 '고구마'스럽더라도 독자 여러분께서 너른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이다'만이 답이 아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제는 더 나은 논쟁 속에서 더 바른 해결책이 찾아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깔고 갑니다

쟁점을 정리하기 전, 두 가지만 '사이다'스럽게 확정 짓겠습니다.

(1) 인종차별은 옳지 않습니다. 이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2) "본인이 직접 출연했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당사자주의'는 이 기사에선 옳지 않다고 여기겠습니다.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에 동참할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차별에 동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한현민의 마음을 모릅니다. 그렇기에 함부로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합니다. 

또한 때로 비평과 논쟁은 콘텐츠에 출연한 당사자나 제작자의 의견보다는 세상에서 어떻게 읽히고 소비되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마이콜은 흑인을 희화화한 캐릭터이므로 광고는 인종차별적이다

한현민이 마이콜 역할을 맡은 것이 인종차별인지 아닌지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마이콜이라는 캐릭터를 살펴봐야 합니다.

만화영화 <아기 공룡 둘리>의 마이콜
마이콜은 두꺼운 입술, 검은 피부에 곱슬머리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마이콜의 겉모습과 이름을 보고 '흑인이다', '부모의 국적이 서로 다르다', '피부가 검어지는 흑색증을 앓는 사람이다'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알아본 결과 마이콜의 국적이나 마이콜 부모의 국적은 만화에 나온 적은 없습니다. 마이콜은 자신이 마씨 성을 가진 한국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마이콜은 노래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닌데 가수를 꿈꿉니다. 노래 대회 심사위원에게 소음이라는 평가를 듣지만 라스베이거스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노래 연습하다 소음을 일으켜 고길동이 화를 내도 매일 꾸준히 연습합니다. 

노브랜드 버거 광고 캡처
노브랜드 버거 광고가 인종차별이 맞다고 하는 누리꾼들은 마이콜이 흑인의 외양을 한 한국인인데 만화 안에서 희화화됐고, 한현민이 광고 속에서 흑인을 희화화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한 것은 잘못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디 mille*********는 "마이콜은 흑인 비하 캐릭터인데 이 캐릭터를 블라시안(흑인과 아시아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시킨 것은 광고 담당자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를 안 한 것이네요"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아기 공룡 둘리> 중) 마이콜이 검은 피부색 때문에 여자친구에게 차였다는 내용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성격 등 다른 부연 설명 없이 검은 피부색만으로 연인에게 차였다는 내용은 다소 종 차별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아무리 마이콜을 한국인이라고 설정해도 캐릭터의 이름과 모습이 전형적인 African American(아프리카계 미국인)처럼 꾸미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아이디 jeong****는 "단순히 한현민이 나와서 흑인 비하가 아니라 흑인 희화화로 쓰였던 마이콜을 따와서 (광고를) 만든 게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디 yongw*******는 "둘리에서 마이콜이 흑인의 멋진 모습을 대변하나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대변하나요?"라며 마이콜이 희화화됐다고 이야기합니다.

인종차별을 다룬 만화책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의 저자 예롱 작가도 마이콜 캐릭터의 인종차별적 요소를 지적했습니다. 

예롱 작가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흑인 캐릭터를 흑인 모델이 연기한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마이콜은 동그란 선글라스, '과도하게' 두꺼운 입술, '아프로헤어(곱슬머리를 세워서 둥근 모양으로 다듬은 헤어스타일)', 뮤지션 등 흑인의 고정관념 이미지로 만든 캐릭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그런 캐릭터에 흑인 모델을 캐스팅해서 마이콜이 부르는 노래를 가사만 바꿔 그대로 부르게 하고 연기하게 한 것은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보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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