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권이민수, 이하연 기자]

내가 '곰표 패딩'을 처음 본 것은 SNS였다. 보자마자 '이건 너무 무리수 아닌가?'라는 생각이 바로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몇 주 후 곰표 패딩은 그야말로 대세가 되었다. 언론과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곰표 패딩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곰표는 어느새 나의 기삿거리가 돼버린 것이다.

'아, 이런 걸 기사로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심한 내적 갈등이 왔지만 속물 같은 내 손가락은 어느새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다. 그렇게 ☞ 곰표 패딩을 구매한 사람들의 인터뷰 기사를 ☜쓴 다음날, 나는 곰표 패딩의 인기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쓴 기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조회 수가 아침부터 나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높은 조회 수에 기뻤고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이 패딩이 왜 이리 인기를 끌고, 곰표라는 오래된 브랜드에 대중은 왜 열광하는 것일까?

그래 이 기회에 곰표 패딩을 기획한 사람을 인터뷰해보자!

하필이면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된 12월 5일, 얼어붙는 양손을 열심히 비벼가며 대한제분 홍보 담당자를 찾아갔다. 이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이런 '저세상' 컬레버래이션을 기획했던 것일까? 그리고 대한제분 곰표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이었던 것일까?

 

대한제분 곰표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박재정 사원

1.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대한제분 곰표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 박재정입니다.

2. 곰표 패딩 인기가 상당한데요. 어떻게 이런 저세상 컬레버래이션을 기획하시게 된 거죠?

곰표의 컬레버래이션은 예상치 못하게 시작됐어요. 2017년에 '4XR'이란 남성의류 쇼핑몰에서 곰표 맨투맨 한 종류를 먼저 판매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따로 허락을 받고 제작한 게 아니었어요. 그걸 저희 직원 중 한 명이 우연히 보면서 저희 회사에서도 알게 된 거고요. 어떻게 보면 불법인 건데 저희는 기분이 나쁘기보다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이런 옷이 팔리네?' 싶었고요. 그런데 그때 마침 저희도 곰표 굿즈를 제작 중이었어요. 연말 시작을 목표로 '레트로 하우스'라는 홍보, 마케팅용 가상공간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실제로 티셔츠 같은 굿즈 의류도 계획 중이었고요.

그래서 이걸 기회 삼아 2018년 여름에 4XR 직원과 만나서 티셔츠 다섯 종류를 만들어서 판매를 했어요. 이렇게 본격적인 컬레버래이션이 시작된 거죠. 그리고 연말에 예정대로 레트로 하우스도 오픈하고 굿즈도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스와니코코와 컬레버래이션한 '곰표 밀가루 쿠션'같은 것도 판매했고요. 이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죠. 그 시간들은 '곰표 컬레버래이션 상품과 굿즈가 이렇게 사랑받을 수도 있구나'하고 감동받는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이후에 왕십리 CGV에서 '왕 곰표 팝콘' 행사를 하게 되고, CU 편의점에서 '곰표 팝콘'을,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는 '곰표 치약'을 판매했었어요. '곰표 패딩'도 이런 흐름 중에 나오게 된 거죠.

왼쪽부터 스와니코코와 협업한 '곰표 밀가루 쿠션', CGV와 협업한 '왕 곰표 팝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된 '곰표 치약'

3. 컬레버래이션을 기획하는데 있어서 어떤 기준이 있나요?

저희는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진 않아요. 재미있게는 누구나 할 수 있죠. 근데 그건 단순 휘발성 이상의 무언가는 될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한 기준이 3개 있어요. 하나는 곰표라는 브랜드에 걸맞게 '곰이란 이미지에 부합'해야 돼요. 푸근한 느낌이랄까요? 두 번째는 저희가 밀가루 회사니까 '밀가루처럼 하얗고 깨끗한 것들'을 추구해요. 마지막은 '즐겁거나 반전이 있거나 위트가 있어야' 해요. 브랜드 아이덴티티라고 하죠? 저희 곰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즐거운 요리 동반자'거든요. 그래서 저희 컬레버래이션이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즐겁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4. 혹시 앞으로 더 컬레버래이션해보고 싶은 기업이나 상품이 있나요?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EBS의 캐릭터 '펭수'예요. 펭수가 남극 펭귄이잖아요. 저희는 북극 곰이니까 뭔가 남북평화? (웃음) 남과 북의 평화와 같은 이야기도 그 컬레버래이션에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방송인 장성규 씨가 나오는 '워크맨' 유튜브 채널과 함께 해보고 싶어요. 밀가루 공장으로 불러서 밀가루를 만들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 적 있어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기자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컬레버래이션은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를 EBS와 워크맨의 홍보 담당자가 꼭 보고 공유까지 해줬으면 좋겠다.)

5. 그럼 앞으로 공개될 예정인 컬레버래이션이 있나요?

올해는 따로 없고 내년 초에 치약, 칫솔이 파우치에 담긴 양치세트가 나올 것 같아요. 직장인 분들을 대상으로요. 그 외엔 아직까지는 계획이 없어요. 컬레버래이션 준비 외에도 할 일이 너무 많거든요. 아시겠지만 저희 컬레버래이션 업체가 아니고 밀가루 제조업체예요. (웃음)

6. 직접 쓰시는 곰표 굿즈나 컬레버래이션 상품이 있나요?

곰표 치약 쓰고 있고요. 티셔츠도 4개인가 있어요. 곰표 패딩을 입고 다니는 직원도 있고요. 근데 다들 조금 부끄러워해요. (웃음)
 

▶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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