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남편이 아내에게 실내 자전거를 선물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아내는 깜짝 놀라며 기뻐한다. 이후 1년간 매일 집에서 운동하며 영상으로 기록을 남긴다. 다음 해 크리스마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이 1년 동안 찍은 영상을 모아 선물한다. 

펠로톤이 지난달 21일, 유튜브에 공개한 실내 자전거 광고 'The Gift That Gives Back(보답하는 선물)'의 내용이다. 펠로톤은 광고를 올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펠로톤을 선물하세요"라고 했다.

이 광고가 성차별적 내용을 담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내에게 살 빼라고 말하는 대신 펠로톤을 선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남편이 아내의 몸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내용을 광고한다며 분노했다.

'워싱턴이그재미너' 시라즈 하시미 기자는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에 "살 좀 빼라는 말을 할 때, 이미 말라빠진 펠로톤을 선물하는 것만한 게 없다"고 올리며 펠로톤 광고를 비판했다.

TV 작가인 제스 드윅은 펠로톤 광고를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에 빗댔다. 그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펠로톤 광고를 즐기는 유일한 방법은 <블랙미러> 에피소드의 첫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다"고 했다. 

<블랙미러>는 기술과 미디어가 발달한 사회 이면의 부정적인 모습을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다. 제스 드윅은 펠로톤 광고를 <블랙미러> 내용만큼이나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펠로톤 광고 영상 캡처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도 등장했다. 미국 개그우먼 에바 빅터는 펠로톤 광고를 패러디해 지난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남편이 사준 '망할 자전거'로 운동하다가 1년 후 남편에게 이혼 서류를 건넨다는 내용이다. 이 영상은 트위터에서 조회 수 400만 회를 넘겼다.

비난이 거세지자 펠로톤의 주식이 폭락했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누리꾼이 펠로톤 광고를 비판한 다음 날 펠로톤 주가는 약 9% 하락했다. 날린 기업 가치만 거의 1조 원이다.

하지만 펠로톤은 위기라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펠로톤 대표는 주가가 하락한 것에 대해 "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이 광고를 잘못 해석해 실망했지만, 우리는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3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펠로톤은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며 온라인으로 운동 관련 강의를 시청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은 기업이다. 피트니스를 집에서 구독할 수 있게 한 서비스로 작년에만 약 8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 애플이라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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