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유튜브 광고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제보가 들어왔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달 공개한 그랜저 광고 '2020 성공에 관하여: 퇴사하는 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홍만표 전 대검수사기획관과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기자가 확인해 봤다. 먼저 홍 전 기획관과 이 전 부장의 모습을 보자.

노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 소환되던 날 웃고 있는 이 전 부장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2009년 4월 30일에 연합뉴스에서 보도한 사진들이다. 이날은 노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 소환된 날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웃고 있는 모습에 시민 사회가 술렁이기도 했다.

이 보도사진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가 있다. 2017년에 개봉된 한재림 감독의 정치 느와르 '더 킹'이다.

사진 네이버영화

2018년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과 서거가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는 임은정 검사, 홍 전 기획관, 이 전 부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모티브로 한 것 같은 인물들이 출연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광고를 보자.

광고 속에서 박 차장은 사업에 성공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썼다. 짐을 그랜저에 싣고 퇴사하는데, 박 차장의 동료 3명이 이를 부러워 하며 내려다 본다.

그랜저 유튜브 광고 캡처

박 차장의 동료들이 나오는 장면은 연합뉴스의 보도 사진보다는 영화 '더 킹'의 장면과 흡사해 보인다. 기자의 눈에는 그렇다.

누리꾼들은 유튜브에 올라온 그랜저 광고를 보고 홍 전 기획관과 이 전 부장이 생각난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아이디 wjdtn****은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네요. 검찰 나으리께서 전직 대통령 초대하셨을 때 모습이 오버랩되는군요"라고 했다. 아이디 윤**은 "저도 그 장면이 생각나서, 이 광고 극불매!"라고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다른 장면이 생각난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아이디 SungJ******는 "처음 남자 3명 서 있는 거 보고 우병우 팔짱 끼고 있던 대검찰청 창문 떠오름"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소환돼 팔짱을 끼고 있는 우 전 수석(왼쪽). 사진 조선일보

우 전 수석은 2016년 11월, 횡령과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피고발인 신분인데 검찰 직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우 전 수석 앞에서 손을 모으고 서 있어서 '황제 소환' 논란이 있었다.

누리꾼은 광고를 보고 전반적으로 '까만 정장을 입은 권력자', '검사'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것도 한두 사람만 명확하게 떠오른다고 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다른데 분위기가 비슷한 이미지들을 연상했다.

이같은 누리꾼의 반응은, 이미지의 유사성만 가지고 패러디라고 이야기하기에는 광고와 보도 사진이 정교하게 일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패러디는 누가 봐도 원전이 떠올라야 하고 그 안에 풍자도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광고는 홍 전 기획관과 이 전 부장을 정확하게 '저격'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광고 속 박 차장의 동료들은 정치 느와르 장르의 한국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클리셰들을 사용해 만든 캐릭터인 것으로 보인다.

어두컴컴한 복도, 정장을 입은 성인 남성들, 상대방을 내려다 보는 모습, 상대방을 비하하는 말투 등은 느와르 영화에서 익숙하게 봐 온 설정들이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