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도 편의점에 갑니다

편의점에 불어오는 채식주의 바람

권이민수 승인 2019.12.18 13:27 | 최종 수정 2019.12.18 15:37 의견 0


[AP신문=권이민수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채식 생활 6개월 차인 사람입니다."

자신을 채식주의자로 소개하는 이예은 씨(23)는 비건(완전한 채식주의, 동물 보호 등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생활 태도)을 지향한다. 그러나 예은 씨가 비건으로 살아가기에 사회는 그다지 친절하지 못하다.

학교나 군대에서 제공하는 공공 급식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식당에서 채식주의 메뉴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마냥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식주의자 중에는 먹을 수 있는 제품을 찾아 업체에 직접 연락해 비건식이 맞는지 확인하거나 제품 하단의 성분표를 분석하는 데 달인이 된 경우가 많다.

"(평소엔) 도시락을 싸서 다녀요. 근데 가끔 바빠서 못 싸는 날에는 비상이에요."

대학생인 예은 씨가 비건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도시락은 필수다.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메뉴가 식당에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기 위해서는 식당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어야 하고, 그마저 눈치가 보일 때면 따로 식사 시간을 가진 뒤에 친구들을 만난다.

이처럼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채식주의자에게 일상다반사다.

그런데 최근 채식주의자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편의점 기업의 대표적 선두주자인 CU에서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발매했기 때문이다.

CU 편의점에서 출시한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채식주의 간편식은 파스타 도시락과 버거, 김밥 등 세 종류가 있으며100% 순식물성 원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맛은 어떨까? 파스타 도시락을 맛 본 예은 씨는 "좀 달았지만 구성이 좋고 타사의 콩고기에 비해 맛이 괜찮았다"라는 평이다.

그는 무엇보다 "급할 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했다. 그는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편의점인데도 비건들(채식주의자들)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 기업의 경우, 채식주의자가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있는지 각 기업 담당자에게 물었다.

GS25에는 과거에 비건식 샐러드가 출시된 적은 있으나 지금은 단종된 상태다. 그러나 비건 트렌드에 발 맞추어 나가기 위해 새로운 채식주의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세븐일레븐에는 채식주의 제품으로 노 미트(NO MEAT) 시리즈가 있다. 100% 콩고기를 사용한 제품들로 버섯불고기 김밥과 콩불고기 버거, 이렇게 두 종류가 출시되어 있다.

이마트24는 아직 채식주의 제품이 없다. 그러나 GS25와 마찬가지로 채식주의 제품 개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출시한 노 미트 시리즈


4개의 편의점 브랜드 중 2개의 브랜드만이 채식주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비건 인증은 한국비건인증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비건 인증 기준은 다음 세 가지다.

▲ 동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 교차 오염(식품의 조리 및 취급, 유통 등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오염 형태)되지 않도록 관리하며, ▲ 제품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기준으로 부여된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비건 소비자를 겨냥한 기업들은 비건 인증부터 받고 출시했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고기를 넣고 안 넣고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예은 씨의 기업들을 향한 작은 바람이다. 예은씨의 바람을 안 것인지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추후 비건 인증 마크를 위한 설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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