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펭-하! 펭수 기사를 쓰니까 왠지 펭수 인사법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펭수의 인기를 따라올 사람(이나 동물)이 있을까. 

해외에 진출하는 '글로벌 스타'가 되고 싶다는 펭수 바람대로, 펭수 인기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BBC는 펭수가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한국의 '올해의 인물(펭수는 동물입니다. (단호))'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국내 인기는 말할 것도 없다. 펭수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예약 판매 3시간 만에 1만 부가 팔렸다(기자도 샀다). 펭수 관련주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펭수와 컬래버하려는 기업들의 러브콜도 줄을 잇고 있다. 펭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가면 공기업, 사기업, 브랜드 할 것 없이 펭수에게 '읍소문' 같은 러브콜 댓글을 달고 있다.

펭수는 이미 기업·브랜드와 컬래버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펭수 스타일'을 잃지 않았다. 교육방송의 가치도 살렸다. 99%의 덕심과 애정이 담긴 1%의 비판으로 펭수가 기업·브랜드와 컬래버하는 방법을 정리했다.

 

1. 펭수의 직업 도전기

펭수는 20·30세대의 '직통령(직장인의 대통령)'이 됐다. 사장님 이름을 맘대로 부르는 속 시원함, 어딜 가도 기죽지 않는 꼿꼿함, 망했으면 망했다고, 실패했으면 실패했다고 단칼에 이야기하는 솔직함 등이 직장인의 마음을 빼앗았다.

놀랍게도 펭수는 처음부터 직장인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는 아니었다. 10세 이상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를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11월 9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자이언트 펭TV를 연출 중인 이슬예나 EBS PD는 "요즘 초등학생이 고학년만 돼도 어른들이 보는 예능을 똑같이 보면서 즐긴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EBS 캐릭터(펭수가 선배라고 부르는 분들. 뚝딱이, 뿡뿡이, 뽀로로 등)는 10세 이하 영유아를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뽀로로를 보고 자란 아기들도 10세 정도가 되면 뽀로로는 시시해진다. EBS에서 더는 볼 게 없어진 어린이는 예능을 보거나 유튜브로 여러 영상을 본다.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건전한 예능'이 필요했다. 자이언트 펭TV는 여기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펭수가 EBS 연습생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방문한 곳도 일산초등학교 5학년 교실이다. 

일산초등학교 5-1반으로 들어가려는 펭수.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처

초등학교 고학년은 곧 중학교에 간다. 중1 때는 '자유학기제'라고 해서, 1년에 네 번 있는 시험을 두 번밖에 보지 않는다. 시험을 안 볼 때는 직업·진로 체험을 한다.

펭수는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며 진로 고민이 많을 어린이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선배에게 비법 전수받기, 아이돌 오디션 보기, 성우 수업받기, 미용실 일일 알바, 일일 소방관 체험 등 공부에만 길이 있지 않다는 것을 어린이에게 알려준다.

미용실에서 직업 체험을 하는 펭수.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처

펭수와 기업·브랜드 컬래버도 '직업 체험'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패션 잡지 '나일론'과 컬래버해 화보 촬영을 할 때도 인기 모델 여연희에게 모델 수업을 받았다. 포즈, 눈빛(펭수는 눈빛이 있습니다. 잘 보세요. (단호)), 모델이 가져야 할 태도 등을 배우고 화보를 찍는다.

영화 '천문'과의 컬래버도 마찬가지다. 펭수가 '천문'의 배우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배우를 꿈꾸는 어린이는 영화 오디션 때 무엇을 물어보는지, 어떤 것을 시켜보는지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더페이스샵 네이처컬렉션과의 컬래버에서 펭수는 '더펭수샵'의 교육생이 돼 손님 응대 교육부터 받았다. 펭수 교육생은 스태프(였던 퇴사자)의 피부 상태를 점검하고 화장을 해 주는 체험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파운데이션 홍보가 이뤄진다.

모델 여연희에게 모델 수업을 받고 있는 펭수.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처

초반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펭수는 현재 전 연령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펭수가 '동년배'처럼 국밥과 빠다코코넛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등장하는 등, 타깃도 점점 20·30세대로 옮겨가는 듯하다. 

펭수를 통해 광고·홍보 효과를 누리려는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비즈니스워치의 지난 17일 보도에 따르면 펭수는 내년 3월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한다. EBS와 자이언트 펭TV 제작진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듯 보인다. 

그런데 보통 크리에이터가 과하게 광고를 하면 팬들은 또 광고냐며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펭수에게는 그런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는다.

자이언트 펭TV 제작진이 지킬 건 지키기 때문이다.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기업·브랜드와 컬래버를 하더라도 어린이에게 볼 만한 예능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목표, 다양한 직업 정보를 제공한다는 교육적 가치 모두 굳건히 지키고 있다. 

유튜브 '자이언트 펭TV' 캡처
▶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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