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엇(ideot)
[AP신문=권이민수·이하연 기자] '아이디엇(ideot)'은 '아이디어로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뭉친 국내 작은 광고대행사다.

그러나 이 작은 회사는 창업 2년 만에 대한민국광고대상 대상, 올해의 광고상 대상 등 다수의 국내외 광고제를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는 3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별히 아이디엇의 이와 같은 화려한 수상 경력은 상업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광고계에서 인권, 생태 등 공익적 가치를 담은 광고로 받은 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브랜디드콘텐츠 부문과 디자인 부문, 2개의 대상 수상을 이끈 역작인 '시크릿 콘돔'은 콘돔을 구매하거나 소지할 때 부정적인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콘돔이다.

재미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점이 매우 인상깊다.

그 밖에도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함과 위험을 알리고자 4D영화관을 통해 비장애인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한 '4D Effect'는 공익/공공 광고 부문 대상을 탔다.

브렌디드콘텐츠 부문 동상도 수상했다.

'착한 돗자리'는 한강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비닐 돗자리 대신 친환경 종이로 만든 돗자리를 무료배부한 캠페인이다.

친환경 돗자리를 통해 치킨 브랜드를 광고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로 하여금 환경 문제까지 고민하게 만든 것이다.  

이 작은 회사가 여러 대형 광고대행사 틈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내고, 심지어 가장 앞서 나아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새해의 설렘이 아직 남아있던 1월 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아이디엇 사무실로 찾아갔다. 

시크릿 콘돔, 아이디엇
▶ 안녕하세요. 먼저 이름과 직함 등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승재 : 저는 아이디엇의 이승재입니다.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서 광고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그 과정을 조율하고 결과물의 형태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정헌 : 저는 아이디엇에서 디자인 하는 안정헌 아트디렉터라고 합니다.

▶ 이번에 아이디엇이 2019대한민국광고대회 3관왕이 됐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상을 타신 것으로 아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승재 : 더 큰 회사들이나 브랜드들의 작업도 있었는데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은 저희의 작업을 좋게 봐주신 것은 저희를 아이디어만으로 평가해주신 것이 아닌가 싶어요.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에 상을 받으며 저희 같은 회사가 좋아하는 광고를 계속해서 하려면 온전히 아이디어에 집중하는 일밖에 없구나 싶었습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 만드는 데 요행 바라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안정헌 : 처음에 저는 '재미있는 일을 하는 집단에 들어와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다' 정도로 생각했었어요. 광고라는 주제로 어디에서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고요. 인생에서 광고라는 주제로 3개나 상을 받을 날이 더 있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되게 큰상을 받은 거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출품하신 작품들을 보니 대체로 공익적인 측면이 강했습니다. 생태와 인권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었는데요. 아이디엇이 작품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공익적인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인가요?

이승재 : 저희가 걱정을 하긴 합니다. 우리 회사가 공익만 하는 회사로 여겨지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조금 더 대두되는 작업이 그런 작업이긴 한데 그래도 나름 밸런스를 맞춰가고 있어요.  저는 광고가 어떤 문제 해결에 대한 기회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힘을 우리가 먹고사는 일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고,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려고 해요. 저희가 좀 더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이 그렇습니다.

브랜드들이랑 캠페인을 진행할 때도 브랜드가 기왕이면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캠페인을 끌고 가기도 해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영향력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우리 내부도 큰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 아이디엇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어떤 과정들을 거치게 되나요?

이승재 : 전 모든 크리에이티브의 시작은 문제의 발견부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어떤 과업을 저희에게 요청하면 일단 거기에 따른 조사를 하죠. 저희가 가장 중심으로 찾는 부분은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가 왜 일어났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파악합니다. 그러다보면 그 안에 다양한 통찰이 있는거 같아요. 크리에이티브로 발전할 수 있는 씨앗들이 문제에 많이 담겨있는거 같구요.

보통 모든 문제해결 이전에는 원하는 목표가 있잖아요. 그 목표를 가기 위해서 현재에 마주하는 장애물들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겁니다. 분명히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과업을 요청하는 거죠. 해결로 가기 위한 필수 단계니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더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문제 해결방법도 쉽게 풀리는 거죠. 예를 들면 환경미화원 스티커 같은 경우 저희가 파악한 문제는 '쓰레기통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였어요. 그 문제에서 출발했으니까 '그럼 쓰레기통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자!' 가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으로까지 발전된 거고, 그걸 전달하기 위한 표현이 그 이후에 나오게 된 것이죠. 거의 앞에서 승부가 나는 거 같아요.

 

미니 환경미화원 스티커, 아이디엇

▶ 아이디엇이 가진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본인들만의 특징이 있다면?

이승재 : 저희가 창업한 지 4년 됐거든요. 창업할 때 품었던 초심이 '변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업계에는 제일기획이나 이노션과 같은 엄청나게 큰 광고회사가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 회사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조금은 덜 기성화 된 아이디어들이 우리에게 있었어요. 이 아이디어가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된 거죠. 그래서 아이디어를 조금 더 과감하게 내려고 하고 있고, 대학생 때 우리가 봤던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들을 더 추구하려고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조금 더 개성적인 광고들에 더 집중하는 거 같아요.

안정헌 : 좀 이상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좋은 기획'이요. 기획에서 디자이너가 흡수를 잘 못 하면 디자인하기도 어렵고 제가 그 기획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에 맞는 결과물을 내기가 정말 힘든 거 같아요. 우리 회사의 경우 기획 회의를 할 때 다 같이 참여하는 구조인데 제가 거기서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해를 잘 못 하면 계속 물어봐야 하고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제품이라든가 패키지라든가 그중 어떤 것을 디자인하든지 고객들에게 첫인상을 주는 부분이 디자인이에요. 디자인은 광고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있는 반면에 고객과의 첫 만남은 저희가 장식하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해치거나 부족한 디자인을 하는 게 가장 문제가 되죠. 그래서 좋은 기획에서 좋은 디자인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 안정헌 아트디렉터님이 보시기에 좋은 기획 자체가 아이디엇만의 차별성인가요?

안정헌 : 네. 물론 좋은 기획이 있어도 그걸 못 담는다면 차별성이 없는 거겠죠? 열심히 담아보려 하고 있습니다. (웃음) 많은 기성 광고들을 보게 되면 회사의 분위기를 따라가게 되는 거 같아요. 아이디엇만의 분위기가 뭔지는 저는 내부 당사자라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른 회사들에 비해 좀 더 젊고 직관적인 표현방식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디자인도 많은 장식이나 미사여구가 들어가기보다는 좀 더 기획에 집중하고 본질을 잘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일하면서 많이 듣는 피드백도 아이디어에 충실하고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되어야한다는 것이기도 하고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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