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쓰다 힘들어서 "뉴스는 당신을 쓸 수 있나요?"라며 되묻고 있는 영상. 기자들이 일하다 '현타'가 온 듯하다. 자사 신문에 펜으로 구멍 뚫은 게 킬링 포인트.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 'We are a newspaper'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신문사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 계정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어떻게 운영하는 게 좋을까. 인스타그램 운영하듯이 뉴스 영상을 짧게 편집해 올리는 정도가 최선이지 않을까?

30대인 기자는 사실 이 기사를 준비하면서 틱톡을 처음 깔아봤다. 많이 들어는 봤는데, 왠지 '전국 인싸(insider) 자랑' 같은 느낌이라 '인싸'가 아닌 기자에게 틱톡은 손이 안 가는 어플이었다.

10·20대 젊은 이용자들이 짧은 동영상을 올리며 노는 플랫폼에서, 이들에게 대체로 '노잼' 미디어로 분류되는 딱딱한 신문사들이 어떻게 계정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국내 언론사들을 먼저 살펴봤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듯 짧은 뉴스 영상을 올리는 수준이었다. 팔로워 수도 적었다. '그래, 신문사가 틱톡에서는 힘들겠지...'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워싱턴포스트 계정에 들어가서 사라졌다. 이 기자들, 장난 아니다. '자이언트 펭TV'가 유튜브에 처음 나왔을 때 누리꾼은 "EBS PD들이 억눌려 있던 끼를 대폭발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이 딱 그런 느낌이다.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 캡처. 프로필 사진부터 범상치 않다.

영상에 나오는 주인공은 대체로 데이브 요르겐슨 기자다. 이 기자가 틱톡 계정 운영 담당자다.

데이브 기자를 중심으로 기자들이 야근하다 미쳐 가는 영상, 기사 쓰는 게 어려워서 취재 수첩에 'N..E..W...S'라고 긁적이다 고통받는 영상, 금요일에 '칼퇴'하려다 실패하는 영상, 취재 비하인드 등 일하다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주로 다룬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서는 기자들이 돌돌 말린 워싱턴포스트 신문으로 자신의 이마를 때려가며 '징글벨'을 연주하는 영상도 있다(사라져 가는 종이 신문의 활용도를 몸소 보여주는 기자들을 보니 눈물이 조금 났다. '오리지널 사운드 - 워싱턴포스트'라고 써 놔서 조금 더 눈물이 났다.).

@washingtonpost

Is newspaper an instrument? #holidaycovers

♬ original sound - washingtonpost

기자들의 일상뿐 아니라 (신문사답게) 뉴스를 전하기도 하는데, 만들어 놨던 뉴스를 짧게 편집해서 올리는 기존 언론사들과 달리 워싱턴포스트는 틱톡의 톤앤매너에 맞게 다시 찍어서 올린다. 

미국 프로 야구팀인 워싱턴 내셔널스가 작년에 월드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뉴스를 전하면서 "우리 모두 다시 아이들이 됐습니다"라며 우승의 기쁨을 전했다. 데이브 기자가 우승 트로피를 구경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안고 뉴스룸에 들어가자, 어른인 기자는 곧바로 어린이가 된다. 기자와 입은 옷이 똑같은데 몸만 작아져 어린이가 된 것처럼 연출한 것이다. 틱톡 특유의 빠른 리듬의 편집을 잘 활용한 영상이다.

@washingtonpost

The Commissioner’s Trophy visited the newsroom after the Nationals won the World Series. We all became kids again #newspaper #Nationals

♬ On Top of the World - Imagine Dragons

이렇듯 워싱턴포스트는 재치 있지만 신문사 정체성을 잃지 않은 아이디어로 틱톡에서 많은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다. 1월 8일 오후 1시 45분 기준, 팔로워 수는 약 34만 명 정도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었던 지난달 26일엔 특별한 영상이 올라왔다. '요정은 모든 크기와 사이즈로 온답니다'라는 내용의 영상에서 데이브 기자는 자신의 큰(?) 몸 그대로 크리스마스 요정이 돼, 일하고 있는 기자를 쳐다본다.

영상 중간에 'WashingtonPost.com/Dave에서 우리의 새로운 제안을 확인하세요'라는 문구가 있었다. 데이브 기자의 개인 공간인 것 같아 접속해 봤다.

@washingtonpost

Elves come in all shapes and sizes #christmas2019

♬ It's Beginning to Look a Lot like Christmas - Michael Bublé

놀랍게도 크리스마스 기념 구독료 할인 이벤트가 떴다.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을 통해 유료 구독을 유도한 것이다.

애드위크의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 마케팅 책임자 미키 킹은 "(틱톡 운영은 젊은 독자들에게) 뉴스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단순히 뉴스만 읽어서는 알기 어려운 뉴스 제작 과정에 대한 정보를 준다"고 말했다. 딱딱하고 어려운 뉴스를 넘어서, 기자들이 뉴스를 만드는지 쉽고 재미있게 보여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키 킹은 또 "(틱톡 계정을 운영하는 것은) 우리에게 유료 구독 상품으로서의 워싱턴포스트를 이야기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다. 우리는 젊은 독자들이 있는 곳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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