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고양이 '색묘림'과 색묘림의 털로 만든 옷을 입은 이브. 유튜브 'SUPER ANIMAL FUR'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업계에 널리 알려진 정보다.

밀레니얼 세대인 기자 역시 그렇다. 달걀을 살 때는 동물복지 농장 제품을 사고, 동물원과 수족관에 가지 않으며, 같은 물건이라도 '수익금 중 일부는 환경(혹은 동물)보호 단체에 기부됩니다'라고 캠페인하는 걸 산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한다. 윤리적 소비는 전 세대가 관심 가져야 하는 일인데 왜 MZ세대의 관심사라고 할까. 윗세대는 '윤리'에 관심이 없나? 뭐, 아무튼.)

MZ세대의 취향에 따라 '윤리적 소비'는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윤리를 트렌드라고 부르는 게 좀 이상하다 싶지만 실제로 그렇다. MZ세대는 착한 기업, 착한 제품이 아니면 사지 않으려 한다. 나쁜 기업, 나쁜 제품일 경우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기업들은 트렌드를 따라 앞다퉈 윤리적 소비 관련 마케팅을 하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본지에서도 이를 소개하는 기사들을 내보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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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동물 털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옷을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 '비건타이거'와 협업해 동물 보호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 이름은 '슈퍼 애니멀 퍼(Super Animal Fur)'. 직역하면 '아주 좋은 동물 털옷'쯤 된다. 그런데 형용사 'super'에는 '아주 좋은'이란 뜻만 있지 않다. '더 나은, 더 발달한'이란 뜻도 있다. 캠페인 주제에 맞게 다시 번역하면 '더 나은 동물 털옷' 정도 되겠다.

동물 보호 캠페인을 하면서 더 나은 동물 털옷을 입으라니, 의아하게 여기는 독자들이 계실 수 있겠다. 캠페인에서 이야기하는 동물은 실제 동물이 아니라 상상 속 동물이다.

캠페인 광고는 지난달 27일에 이노션 월드와이드 유튜브에 올라왔다. 좋아요 수 9천 개, 조회 수 15만 회를 넘겼다. 분량은 3분 30초. 매우 짧지만 영화 같다. 간결하고 힘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사랑하는 동물을 위해 상상하는 동물을 입으세요'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한다.

'슈퍼 애니멀 헌터'로는 아이돌 그룹 이달의소녀(LOONA)의 이브(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출연한다. 이브는 전설의 동물 '색묘림'을 잡으러 간다. 색묘림은 구름으로 된 털을 지닌 거대한 고양이다. 이 고양이에게 BEE GUN(단어 비건(Vegan)을 언어 유희한 말.)이라는 총으로 꿀벌들을 쏘면, 고양이는 웃음보를 터뜨리고 쓰러진다. 그다음, 옷이 된다.

이브가 BEE GUN으로 색묘림을 향해 꿀벌을 쏘고 있다. 유튜브 'SUPER ANIMAL FUR' 캡처

이브가 옷을 입고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이 장면을 배경으로 내레이션이 흐른다. "사냥은 성공했고 나는 원하던 옷을 얻었다.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따뜻한 옷을. 하지만 그보다 멋진 건 이 사냥에선 어떤 동물도 목숨을 잃지 않는다는 것."

광고 마지막엔 캠페인 문구가 뜬다. "해마다 천만 마리가 넘는 진짜 동물이 털과 가죽을 목적으로 사라진다."

비건타이거 홈페이지에 가면 상상 속 동물과 관련한 더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비건타이거 홈페이지 캡처

이노션은 캠페인 공식 인스타그램(@superanimalfur)도 개설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장콸이 '슈퍼 애니멀 퍼' 광고를 웹툰으로 제작한 것도 볼 수 있다.

윤리적 소비가 트렌드니까 따라가는 건지, 기업들 신념이 그런 건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문화를 선도하는 이들이 윤리를 전면에 내거는 건 좋은 일이다. 

생산과 판매는 기본적으로 욕망이 거래되는 일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욕망을 해소만 해 왔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 자연과 동물을 희생시켰다.

이노션X비건타이거의 '슈퍼 애니멀 퍼' 캠페인 문구. 비건타이거 홈페이지 캡처

이제는 욕망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추구해야 할 때다. 기후 위기로 타들어 가는 호주를 보고서도 일회용품을 쓰고 동물을 죽이는 일을 고집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의 미래가 있을까.

이런 현실에서 기업들이 앞장서서 윤리적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고, 좋은 광고를 찍고,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출연시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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