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리치앤코] REACH THE FUTURE 엄마의 꿈'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국내 광고에서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바깥일' 공식이 아직도 통하고 있다. 서울 YWCA가 지난 13일에 발표한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10월 광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YWCA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작년 8월 24일부터 한 달간 상영된 국내 광고 482편을 분석했다.

 

여성은 집안일

참고 자료 서울 YWCA
분석 결과,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여성은 7명 등장했지만, 남성은 1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육아를 제외한 가사 일을 하는 사람은 여성이 6명, 남성이 1명 등장했다. 

리치앤코 '엄마의 꿈'의 경우 임신, 출산, 자녀의 성장, 친정어머니의 건강까지 케어해 주는 보험 상품을 소개하며 전통적인 모성상을 표현했다.

유튜브 '2020 활명수 TVC_엄마편_30s' 캡처
까스활명수 '엄마의 마음' 광고는 아침상을 차리고, 자녀를 깨우고, 시장을 보다가 자녀의 합격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모습, 퇴근 후 아이를 데려가는 딸에게 반찬을 싸 주는 모습이 등장한다.

보고서는 "(이런 광고들은) 성차별 고정관념에 근거해 균형성을 확보하지 못한 광고다. 육아를 포함한 가사 노동을 여성의 몫으로만 그려낸 것"이라 설명했다.

또한 "중년 여성을 가족 내 관계로만 규정하며 전통적인 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육아에서 남성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문제점을 지닌다"라고 분석했다.

 

남성은 바깥일

참고 자료 서울 YWCA
광고 속에서 여성이 집안일을 하는 동안 남성은 바깥일 하며 돈 버는 사람으로 그려졌다.

일동제약 '지큐랩' 광고에서 돈을 벌어 오는 역할은 남성, 아픈 아이와 남편의 출근을 챙기는 역할은 여성이 맡았다.

'한돈' 광고의 경우 음식을 준비하는 주체는 여성,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남성으로 표현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광고를 성차별 광고로 규정하며 "성차별적 재현이 광고 속에서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은 상품을 사는 사람, 남성은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

참고 자료 서울 YWCA
광고 속에서 남성은 상품을 설명하는 사람으로, 여성은 상품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사람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광고에서 자신의 말에 확신을 보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남성에게 더 많이 부여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성을 주로 소비하는 사람으로 그려내는 것이 '김치녀'와 같은 부정적인 혐오 표현을 만들어 유통하는 정서적 구조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남성=정보·통신 광고, 여성=화장품 광고

참고 자료 서울 YWCA
광고 품목별로 보면, 특정 성별이 특정 품목 광고에 많이 출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 광고에는 남성이 60%, 화장품 광고는 여성이 68.7% 출연했다.

이 같은 광고는 광고 품목의 기능에 따라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성별이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성차별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유튜브 '갤럭시 워치액티브2 마이스타일 편' 캡처
3편으로 이뤄진 갤럭시 워치 광고 시리즈에서 이런 성별 고정관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스트레스 측정 편'에서는 업무 강도에 맞게 자신의 상태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남성을, '마이 스타일 편'에서는 상황에 알맞은 스타일링을 도와준다는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꾸밈 노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여성을 등장시켰다.

 

성 평등 광고 2편 선정돼

성 평등한 내용을 담은 광고로는 클라란스의 '더블 파워 박정현', 안다르의 '#myaotd'가 선정됐다.

클라란스 광고에서 가수 박정현(블루프린트뮤직)은 "자신만의 음악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장르"라고 이야기하며, 여성이 자신의 신념과 철학에 따라 일을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장면을 제시한다.

안다르 레깅스 광고의 경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레깅스를 입고 자신의 몸을 당당히 드러낸, 대표적 '펨버타이징(페미니즘과 애드버타이징의 합성어)' 광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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