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웹소설 '재혼황후' 광고 영상. 수애가 출연했다. 사진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기존에 봤던 웹소설ㆍ웹툰 광고를 떠올려 보자. 대체로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처럼 만든 형식이다. 때로는 선정적인 면을 강조해 여러 홈페이지 광고란에서 번쩍거리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광고를 보자니 안 그래도 볼 것 많은 세상에서 각 잡고 몰입하긴 부담스럽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번쩍거리는 선정적인 광고는 피하고 싶다.

김윤석이 출연한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광고 영상. 누리꾼 댓글이 인상적이다. "4편 중 가장 몰입감 좋음. 앱 깔아부렀음.." (아이디 koo*****) 사진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캡처
그런데 이 광고는 보자마자 빨려들었다. 여러 번을 돌려 봤다. '나만 소름 돋은 거 아니지?' 하면서 댓글도 정독했다. 그리고, 그 길로 쿠키 구우러(웹소설ㆍ웹툰을 보기 위해 유료 결제하러) 갔다.

작년 10월에 공개된 네이버 시리즈 광고 '인생작을 만나다' 얘기다. 웹소설 4편이 광고로 만들어졌다. 우리가 잘 아는 연기력 훌륭한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 속 명장면을 연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웹소설 '장씨세가 호위무사'의 광고 영상. 변요한이 열연했다. 누리꾼 Stel******은 "마케팅팀들 보고 외우세요. 광고는 네이버 시리즈처럼"이라 댓글을 달았다. 사진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캡처
네이버 시리즈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조회 수를 합치면 무려 860만 회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본다'(아이디 루나*) 등의 극찬 댓글은 너무 많아 셀 수가 없다.

상도 받았다. 지난달 7일에 열린 국내 유일의 영상 광고제 '서울영상광고제'에서 그랑프리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랑프리는 각 부문을 통합한 전체 부문에서 최고의 영상 광고에 수여하는 상이다.

'얼빠져서 보고 몰입도도 장난 없는'(아이디 ?왜내****) 이 광고는 네이버웹툰 마케팅팀에서 기획한 첫 번째 광고다. 첫 광고부터 '스킵하기 싫은 광고'(아이디 방국*)를 만들었다.

광고가 공개된 이후 수많은 누리꾼에게 절 받고 있는 네이버웹툰 마케팅팀 차하나 리더를 지난 1월 30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서울영상광고제 상장과 상패를 앞에 놓고 기념 촬영한 네이버웹툰 마케팅팀. 사진 네이버
■ 그랑프리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광고 영상을 사랑하는 누리꾼에게 수상 소감을 이야기해 주세요.

▷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는데 많은 분이 사랑해 주시고 응원 가득한 댓글을 남겨 주셔서 함께 고생한 우리 팀, 광고 회사 모두 너무 행복했고 감사했습니다.

특히 '광고 맛집', '이 집 일 잘하네'라는 댓글은 개인적으로 캡처를 해 둘 만큼 너무 감사한 피드백이었어요.

네이버 시리즈에 좋은 작품을 연재하고 계시는 수많은 작가님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시리즈 담당자님들, 멋진 연기력으로 광고를 작품으로 승화한 우리 배우님들에게도 영광을 돌립니다.

시청자를 '심쿵'하게 한 웹소설 '혼전계약서' 광고 영상. 이제훈의 목소리가 대사와 잘 어울린다. 사진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캡처
■ 광고가 영화의 명장면 클립 같아요. 평소 즐겨 보던 작품 속 캐릭터가 살아 움직여서 독자인 제게 말을 거는 듯했습니다. '실제 배우를 캐스팅해서 명장면을 연기하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나요?

▷ 웹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웹소설을 인터넷 소설이란 프레임 속에 넣고, 저급하다며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이 많았는데요.

실제로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요즘은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ㆍ드라마가 엄청 많이 쏟아질 정도로 퀄리티 좋은 작품들이 아주 많거든요.

'어떻게 하면 그 선입견을 깨고 웹소설의 본질을 봐주실 수 있을까?' 팀들과 고민 엄청 많이 하다가 연기파 배우들이 웹소설의 한 장면을 연기하게 하자고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모르게 몰입을 시키고 그 내용이 엄청 궁금할 때쯤 "아, 근데 이거 웹소설이에요"라고 짚어주는 형태로 해보면 어떨까 했어요. 

결과는 아시는 것처럼 매우 성공적이었고요. 아직도 저희가 해야 하는 역할이 많겠지만, 시작을 잘 만든 것 같아요.

(차 리더의 말처럼 실제로 그렇다. 웹소설은 아직 '예술성이 부족한 오락거리 장르 문학'이라는 부당한 편견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이번 광고가 그런 편견을 깼다.

누리꾼은 "오글거리는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훈이 말해주니 '심쿵'이다" 등의 댓글을 달며 웹소설이라는 장르를 다시 보고 있다. 이번 광고가 독자들이 장르 문학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하는 데 기여했다.)

■ 배우 캐스팅이 '찰떡'이라는 누리꾼 댓글이 많습니다. 작품에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어떤 것을 염두에 두셨나요?

▷ 저희 팀도 많이 고민했지만 광고 회사도 함께 고민해 주셨어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을 한 번씩 떠올렸던 것 같아요.

1순위는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인지, 그다음은 실제 이 웹소설이 드라마화ㆍ영화화됐을 때 어울릴 만한 배우인지 생각하며 배우분들을 추리고 추린 후 선정했어요.

■ 영상이 흑백이라서 더 멋있습니다. 색이 보이지 않아 시선이 분산되지 않으니 배우분들이 연기하시는 짧은 대사, 숨소리, 클로즈업된 표정과 눈빛 등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영상을 흑백으로 기획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 이 아이디어가 나오던 그 순간부터 이 광고 영상은 흑백으로 점지해 두었죠. 배우의 연기와 캐릭터가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에 시청자가 집중해 주길 바랐어요. 흑백이 오히려 배우에게 힘을 더 실어 줄 거라고 예상했어요.

(영상의 구성은 단순하다. 배우가 나온다. 얼굴과 어깨까지 클로즈업된다. 배우가 웹소설의 명장면을 연기한다.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과 어울리는 몽타주 장면들이 중간중간 들어간다. 

흑백에 BGM도 없다. 보이는 건 배우의 표정과 눈빛, 들리는 건 목소리와 숨소리. 단순하지만 단번에 몰입하게 하는 구성이다. 차 리더의 말처럼, 흑백은 되레 배우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치였다.)

■ 광고 영상이 공개된 후, 네이버 시리즈에서 '쿠키 굽는' 이용자들이 많이 늘었나요? 광고에서 소개된 작품이 원래도 사랑받는 작품이었지만 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았는지 궁금합니다.

▷광고 이후에 정말 많은 분이 봐주시고 계셔요. 주변에서 "웹소설 안 봤는데 광고 보고 보기 시작했다가 밤새웠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들어왔어요.

저희의 바람처럼 많은 분이 웹소설에 대한 편견을 조금 깨신 것 같고, '내용 궁금하다. 한번 봐 볼까?' 하셨다가 푹 중독되신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매출도 많이 올라서 작가님들 모두 굉장히 기뻐하시고 감사해하고 계신다고 전해 들었어요.

■ 잘 아시겠지만, 누리꾼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이런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셨을까요?

▷ 우리 광고의 낯섦이 대중에게 회자될 수 있겠다 싶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분이 공감해 주실지는 정말 몰랐어요.

사진 네이버
■ 요새 유행하는 '주접 댓글' 같이 읽어 보실래요?

▷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감히 광고 제작자님이 더 최고라고 얘기해 봅니다." (아이디 혀*)
└ 요거 박제 갑니다! 

▷"미쳐, 진짜. 네이버 왜 이래? 광고에 혼을 갈아 넣었어." (아이디 유*)
진짜 갈았어요.

▷ "이렇게 계속 나와도 화 안 나는 광고는 이게 처음이야..." (아이디 자소***)
저도 이런 댓글 처음 받아봐요. 고맙습니다.

▷"광고 아이디어 내신 분 성과급 많이 주세요ㅋㅋㅋ" (아이디 미***)
@대표님

■ 후속 광고 제작을 검토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 저희도 '인생작을 만나다' 캠페인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다음 캠페인에 대한 부담이 좀 큰 상황인데요. 아직은 정해진 건 없고 저희도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무엇이 됐든 또 좋은 광고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네이버 시리즈 유튜브 캡처

웹소설이라는 장르와 각 작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바탕이 돼 빛을 발하는 광고가 탄생했다. 광고만 화제 되고 끝난 게 아니라 광고 시청자를 네이버 시리즈 이용자로 유입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좋은 기획, 작품성, 수익화까지 고루 갖춘 캠페인이었다. 

기사를 마감했으니 어제 올라온 재혼황후 288화 보러 가야겠다. 쿠키는 이미 구워 놨다.

■ 크레딧
▷ 광고주: 네이버웹툰
▷ 대행사: TBWA코리아
▷ 제작사: 플랜잇프로덕션
▷ 모델: 김윤석(화이브라더스코리아), 수애(화이브라더스코리아), 이제훈(사람엔터테인먼트), 변요한(사람엔터테인먼트)
▷ 촬영지: LALA랜드
▷ CD: 김상호
▷ AE: 김석용, 김수형, 전형근, 김해연
▷ PD: 이광용
▷ CW: 이창호, 정서희, 심영희, 정은주
▷ 아트디렉터: 장길녕, 성효주, 김정욱
▷ Executive PD: 최광섭
▷ 제작사PD: 김오륜
▷ 촬영감독: 이종욱
▷ 조명감독: 김덕중
▷ 편집실: 솔리드
▷ 편집자: 하경호
▷ NTC: 루시드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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