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희수 하사와 숙대 입학 포기한 A 씨가 스타벅스에 간다면

영국 스타벅스 광고, '모든 이름이 이야기다'
트랜스젠더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 담은 광고 제작해 캠페인 진행
채널4 주최 '다양성 광고상' 우승작

하민지 승인 2020.02.12 14:26 의견 0
이름을 제대로 부르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에서, 이 광고는 당연한 수용과 환대를 이야기한다. 세상 모든 성 소수자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고, 불리길 바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다. 사진 영국 스타벅스 유튜브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이름을 부르는 일의 중요함에 대해 수많은 문학가와 철학가가 이야기해 왔다. 핵심은 하나다. 이름을 명확하게 불러야 비로소 그가 존재한다는 것.

여군 복무가 좌초되고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와, 여러 공격에 숙명여대 법대 입학을 포기한 A 씨를 두고 많은 이가 갖은 명칭으로 그들을 호명하고 있다. 

외신이 일제히 변 하사를 'She(그녀)'라 지칭하는 동안 국내 언론은 '성전환 부사관'이라 불렀다. 또한 자칭 '레디컬 페미니스트'들은 A 씨를 '숙대남(男)'이라 부르며 그가 '여자 공간'에 침입하려 한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트랜스젠더를 향한 혐오와 차별이 횡행하는 가운데, 영국 스타벅스에서 트랜스젠더의 이름을 부르는 특별한 광고를 만들었다. 지난 2일, 영국 스타벅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모든 이름이 이야기다(Every name’s a story)'라는 제목의 광고에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제임스가 나온다. 제임스는 어딜 가나 여성 이름 '제마'로 불린다. 신분증에도 제마라 적혀 있고, 친구들도 제마라고 부른다.

내가 나로 살지 못하는 괴로움이 일상을 지배하는 와중, 스타벅스에서 환대받는다. 스타벅스 파트너가 묻는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가요?" 그는 "제임스예요"라 대답한다. 그가 받은 커피에는 '제임스'라 적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여는 제임스. 사진 영국 스타벅스 유튜브 캡처

영국 스타벅스는 이 광고를 이렇게 소개했다.

"스타벅스에서 컵에 당신의 이름을 쓰고 부르는 것은 우리의 따뜻한 환영의 상징입니다. 이것은 작은 제스처이지만, 우리가 믿는 것을 상징합니다. 인식과 수용, 당신이 누구든, 혹은 누가 되고 싶든 우리는 모두를 환영합니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전환한 사람이 있고, 그는 남성이 됐으며, 그의 이름은 제임스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인식과 제임스가 제임스로 존재하는 당연한 사실을 수용하고 환대하는 모습을 광고는 보여주고 있다.

이 광고는 영국 지상파 방송국 채널4가 작년에 개최한 다양성 광고상(Diversity in Advertising Award)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다양성 광고상은 채널4가 영국 광고 산업이 성 소수자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관행을 타파하고, 다양한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게 하도록 제정된 상이다.

광고 시작 전에 등장하는 문구. 채널4 다양성 광고상에서 우승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 영국 스타벅스 유튜브 캡처

성 소수자를 둘러싼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도전하고, 문제의 신호탄 역할을 하며, 광고 수용자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가 우승작으로 선정된다.

영국 스타벅스 유튜브 채널에 가면 제임스 이야기 외에도 엘리자, 오토, 니콜, 카리오 등 다른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광고들 모두 "내 이름은 엘리자입니다"처럼 광고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끝난다.

영국 스타벅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들. 성 소수자 개인의 이름과 이야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시청자를 정면에서 직시해, 시청자가 영상 속 인물의 모습에 깊게 관여하게 하는 아이 레벨 샷(eye level shot)이 인상적이다. 사진 영국 스타벅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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