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배우 향한 애정으로 사람에 투자하는 '크레빅엔터테인먼트'

하민지 승인 2020.02.17 19:11 | 최종 수정 2020.02.27 13:50 의견 0

※ '엔터+(플러스)'는 국내ㆍ해외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취재하는 AP신문의 새로운 섹션입니다.

그야말로 한류가 대세인 현재,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어떤 홍보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AP신문이 직접 회사를 방문합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구성원들과 소속 아티스트들의 동향도 함께 보도할 예정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재옥 대표이사. 사진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AP신문=하민지ㆍ권이민수 기자] 크레빅 엔터테인먼트에는 박영규, 조상구, 이선진 같은 중견 배우들도 있지만 신인 배우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새로 출발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많다. 마이틴 이태빈, 초신성 윤성모 등이 팀을 떠나 크레빅에 둥지를 틀었다.

신인의 잠재력이라는 무형의 자산에 투자하는 게 불안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재옥 대표이사(이하 정 대표)는 단호히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매니저부터 시작해 약 20년간 업계에서 일하며 쌓아온 통찰력 덕분일까. 정 대표는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라며 소속 배우들을 향한 애정과 자신감을 내비쳤다.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사옥 전경. 사진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애정이 큰 만큼 지원도 아낌없다. 신인의 사정을 고려해 수익 분배를 신인에게 유리하게 했다. 연기 트레이닝, 비주얼 관리 등 전폭적으로 투자한다.

이 모든 게 배우를 사랑하고 배우와 신뢰를 쌓기 위한 일이라 말하는 정 대표와 최원택 홍보팀장(이하 최 팀장)을 지난 7일,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크레빅 사무실 풍경. 사진 김효진 기자

우리가 직접 키운 스타가 우리의 자산

정 대표는 신인 배우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크레빅 소속 배우가 성장해서 아류(아시아의 기류)를 만들어낼 거란 것에도 확신이 있었다.

이런 자부심과 확신은 어디서 나올까. 크레빅은 멀리 내다본다. 당장의 이익과 성과보다는, 긴 시간 트레이닝한 배우가 빛을 보게 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크레빅의 손으로 키워 크레빅의 이름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다.

정 대표가 장기전에 승부수를 둔 이유다.

정 대표: 엔터 업계에 오래 있으면 사람이 만들어내는 능력이 무한대라는 걸 알게 돼요. '분명히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습관적으로 해요.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하는 거죠.

회사의 브랜드를 위해 인지도 높은 스타를 영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리스크도 있어요. 큰돈 주고 스타를 기용할 경우, 그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스타에게 무리한 스케줄을 잡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럴 바에야, 그 자본을 가지고 재능 있는 신인을 발굴하고 그들을 키우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회사 입장에서도 더 좋은 일이더라고요.

크레빅의 미래 자산은 우리 배우들입니다. 우리가 직접 키운 스타가 우리 자산이에요.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재옥 대표이사. 사진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매니저 20년 해 보니··· 배우는 '미친놈' 아니면 못 하는 일

정 대표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정 대표를 포함해 크레빅 임직원 모두 엔터 업계에서 15년 이상 일한 경력자들이다. JYP, 플레디스, KBS 등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일하니 신인 발굴과 지원에 대한 남다른 재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매니저로 엔터 업계에 첫 발을 들였다. 배우를 향한 존경심으로 시작한 일이 하다 보니 20년이 됐고, 하다 보니 천직이 됐다.

정 대표: 방송연예과를 나왔어요. 교수님 추천으로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했어요. 연극 스태프였는데요, 배우 중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공연을 펑크냈어요. 그랬더니 교수님이 "평상시 널 눈여겨봤는데, 한번 해 봐라"하신 거예요.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 몇백 명의 사람이 날 쳐다보는데 몸이 얼어붙더라고요. '배우는 미친놈 아니면 못 하는 일이구나, 다른 사람의 혼이 들어와야 하는 일이구나,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배우에 대해 존경심이 생겼어요.

그 일을 계기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일하는 배우를 내가 만들고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천직이 됐고, 20년간 이 일을 했네요.

저뿐만 아니라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임직원 모두가 15년 이상씩 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에요. 많은 배우를 매니지먼트했던 경력자들이 우리 회사와 함께하고 있어요.

 

크레빅 소속 배우들. 배우 박보인과 서준이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 출연 중이다. 사진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우리 배우는 '상품' 아니고 '사람'이다

엔터 업계의 노예 계약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년을 일했지만 몇 만 원도 정산받지 못했다는 사례들이 부지기수다. 신인 때는 트레이닝 비용 등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기도 한다.

크레빅에선 그런 일이 없다. 정 대표에게 소속 배우는 '상품'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인이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트레이닝, 비주얼 관리 등 신인 때 필요한 많은 것들도 지원된다.

정 대표는 이 모든 시스템을 배우를 향한 애정으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정 대표: 저는 '상품'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배우도 사람이에요. 그래서 배우의 성장과 배우와의 관계를 더욱 중시하고 있어요. '우리는 가족 같은 사이다', '우리는 형ㆍ동생이다'라는 건 소설 속 이야기예요. 그런 말 하면서 부당한 희생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가족 같은' 관계라는 말보다 배우에게 신뢰를 주려고 노력해요. 수익 분배도 다른 회사가 보면 좀 그럴 수도 있어요. 보통 신인일 경우에는 회사가 더 많이 가져가요. 신인에게 투자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크레빅은 신인이 훨씬 많이 가져가는 구조예요. 트레이닝, 비주얼 관리 같은 것도 지원해서 배우가 성장하는 데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이런 시스템은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만든 게 아니에요. 우리 배우에게 '당신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있어요'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어요.

신인이 벌어 봐야 얼마나 벌겠어요. 배우에게 우리의 마음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해요.

 

사진 유튜브 '정관장 설 TVC [중년 딸 편]' 캡처

최근 정관장 CF에 출연한 크레빅 소속 배우 성령. 1994년에 보도된 MBC 뉴스의 인터뷰이와 똑같은 외모와 연기로 누리꾼에게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크레빅은 배우의 촬영 현장을 스케치하며 배우 개개인의 캐릭터를 살리는 방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사진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크레빅의 홍보 전략은 '배우와의 호흡'

신인 배우는 좀 더 특별한 홍보 전략이 필요할 것 같았다. 최 팀장은 기자의 질문에 "제일 중요한 건 배우와의 호흡"이라고 말했다. 배우와 잡담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다.

조금 놀랐다. 즐겁고 편한 분위기에서 배우 개개인과 함께 소통하는 업무 분위기가 그려졌기 때문이다. 최 팀장은 이외에도 배우 개개인의 재능을 SNS를 통해 바이럴하는 홍보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홍보 전략을 짤 때 팬덤을 우선시한다. 팬은 스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스타의 아름다운 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팬덤의 이런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회사가 팬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는지 고민한다.

최 팀장: 우리 배우들의 탤런트(재능)를 부각하는 사진, 영상들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기존 활동에 대해 조사도 하고 배우 면담도 해요.

배우의 커리어를 쭉 보면, 유기적인 부분들이 있어요. 어떤 캐릭터를 계속 연기해 왔다거나, 비주얼이 뛰어나다거나. 이런 부분들을 이어서 팬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홍보를 진행하려면 배우와 꾸준히 소통하고 호흡을 많이 맞춰야 해요. 사실 배우와 잡담하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와요.

그리고 배우 촬영장에 방문해서 촬영 뒷이야기나 평소의 친근한 모습들을 스케치하고 있어요. 배우 각자의 SNS도 활용하고 있고요.

정 대표: 팬들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는 방향에서 홍보 전략을 짜기도 해요. 아이돌 출신 배우의 경우 기존 팬덤이 있잖아요.

사실 팬이 첫 번째로 원하는 건 많은 활동이거든요. 직종을 바꾸는 큰 결정을 한 만큼, 스크린에서든 방송에서든 많이 보길 원하는 거죠. 이렇듯 팬에게 회사가 의무적으로 해 줘야 하는 게 무엇인지 많이 고민해요.

 

크레빅이 외부 기관과 맺은 MOU 협약서 앞에서 정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레빅은 다양한 기관과 협약을 맺어 소속 배우를 지원하고 사업 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사진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크레빅이 제일 잘하는 일은 '사람 관리'

정 대표는 크레빅의 강점이 '위기 관리'라고 말했다. 정 대표에 딸면 위기 관리는 곧 사람 관리다. 엔터 일은 상품이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는 일이다. 사람을 관리해야 배우는 물론 회사의 위기도 관리될 수 있다.

크레빅에게 사람을 관리한다는 건 소속 배우의 고민을 들어주는 거다. 앞서 말했듯, 크레빅 임직원 모두가 업계 전문가이기 때문에 소속 배우들이 고민이 많아질 시점을 바로 알아채고 체크한다. 그리고 배우가 임직원을 의지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항상 귀를 열어놓는다.

정 대표에게 소속 배우들이 만족감이 높겠다고 물었더니 "제가 배우를 대변하는 건 모순이에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처럼 크레빅은 항상 배우 입장에서 먼저 생각한다. 수익에 대한 부분까지도 배우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신뢰를 다진다.

정 대표: 위기가 왔을 때 잘 관리하는 게 우리 크레빅의 강점이에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임직원은 모두 업계 경력자예요. 차곡차곡 쌓은 매니지먼트 능력으로 사람을 잘 관리해요. 사람 관리가 곧 위기관리예요. 

평소에 배우들 고민을 많이 들어주는 편이에요. 배우도 사람이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질 수 있고, 고민도 많잖아요.

크레빅 임직원들이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다 보니 고민을 들어줘야 하는 타이밍을 잘 알아요. 배우와 꾸준히 소통하는 게 사람 관리고 위기관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윤리와 투명이 적절히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와 신뢰 관계가 안 좋아지면 안 되니까요. 투명하게 한다는 건 수익에 대한 걸 이야기하는 거예요. 업계에 보면 노예 계약이나 정산 문제가 많잖아요. 그런 문제를 잘 잡아야 해요.

저희는 배우에게 모두 공개해요. 회계적으로 투명해야 서로 신뢰를 잘 다질 수 있고 배우와 협력하는 관계가 될 수 있어요. 회사 창립할 때 '투명하게 하자'는 걸 기반으로 계획을 짰어요.

이 모든 게 사람 관리의 일환이다 보니 사람 관리가 저희의 가장 잘하는 일이 됐어요.

 

사진 크레빅 엔터테인먼트.

아시아의 문화ㆍ예술 이바지한다는 사명감

정 대표는 소속 배우와 이 일에 대한 애정뿐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대한 사명감으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크레빅이 키운 배우들이 성장해 크레빅의 이름으로 문화ㆍ예술을 만들어 나간다. 크레빅이 아시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견인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크리에이티브+빅'의 합성어로 지었다. 문화와 예술을 더 크게 창조한다는 의미다.

정 대표: 크레빅이라는 이름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 간다는 우리의 정체성을 크게 담았어요.

이 일은 대중문화와 예술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 없이는 오래 하기 힘든 일이에요. 한류를 넘어 아류에 이바지하는 큰 배우를 우리가 창조해냈다는 것, 그게 우리의 브랜드 가치예요.

 

현재 크레빅은 매니지먼트뿐 아니라 제작, 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광고, 방송, 캐릭터, 게임 등 각 사업 분야에 맞는 네트워크와 기본적인 골자를 다 갖췄다. 전문적인 인력을 영입하고 초기 자본도 투입했다.

한국과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 시장으로 발돋움하려는 준비는 이제 끝났다. 정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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