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고는 망했어요>를 들고 한 컷. 사진 이하연 기자
 

[AP신문=권이민수 기자] 이름부터 심상찮은 책이다. 

'이 광고는 망했어요' 

일반적인 책과 달리 정사각형 판형에 예쁜 카툰이 표지에 담긴 것도 인상적이다. 책을 펼치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만큼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이 광고는 망했어요>는 한 마디로 '웃픈(웃긴데 슬픈) 책'이다. 책은 풍자와 해학으로 가득하다.

카툰이 그린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너무 웃겨서 낄낄거리게 된다. 연신 웃으면서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이 광고는 망했어요> 표지 사진. 사진 민음사

"직장인은 웃으며 공감하고, 마케터는 울며 통감한다!"

이 책은 마케팅 업계의 이야기를 카툰으로 쉽게 설명해주고 마케터가 직장 생활에서 겪는 경험담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하지만 꼭 마케팅 업계의 사람이 아니라도 공감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명확한 해답 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회의,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경영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압박 등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익숙한 하루하루가 카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의 저자 톰 피시번은 20년간 마케팅에 종사하며 카툰을 그린 사람이다. 네슬레와 제너럴밀스에서 브랜드 관리 업무를, 메소드와 호텔투나잇에서 마케팅 총괄 업무를 담당한 만큼 그가 소재로 삼은 마케터의 고충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학내 신문에서 매주 연재하기 시작한 짧은 카툰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현재 톰 피시번의 재치 넘치는 그림들은 매주 수십만 명의 마케터가 방문하는 '마케투니스트'라는 사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패스트컴퍼니 등은 그의 카툰 작업을 특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사진 마케투니스트 홈페이지 캡처

이은아 번역가의 매끄러운 번역도 큰 몫을 했다. 삼성전자를 거쳐 구글 코리아에서 마케팅과 고객 솔루션 업무를 맡았던 현장 경험이 녹아든 탓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나뿐이 아니구나, 답도 없고 길도 없는 일을 다들 열심히들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이 주는 웃음이 냉소에 머물지 않고, 따뜻한 연대감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 - '논픽션팀 김우용 편집자의 후기' 중에서

피곤한 하루에 적잖은 웃음과 위로를 주기엔 충분하기에.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며 '퇴사 각'만 재는 직장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광고ㆍ홍보ㆍ마케팅계에서 일하는 이들이라면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빠져들 것이다.

 

<이 광고는 망했어요>의 한 페이지, 사람이 얼마 없는 푸드코드에서 마케터들이 플래시 몹 바이럴 마케팅에 열정을 쏟고 있다. 사진 이하연 기자

"상사 한 명은 나에게 본인이 만화에 등장하는 순간 나를 해고할 거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상사는 내 만화에 본인이 등장하지 않으면 나를 해고한다고도 했다." - '시작하는 글' 중에서

'높으신' 분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카툰에 등장하는 상사의 모습에서 자신을 되돌아 보기에도,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후배의 심경을 헤아리기에도 좋다. 

책을 제대로 읽은 상사라면 고생하는 후임에게 찾아가 격려의 한 마디와 함께 카드를 내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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