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맥스 광고 캡처

[AP신문=하민지 기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 영화 역사상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국내외 시상식 최다 수상,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상 수상까지. 봉 감독은 전 세계 영화 팬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명실상부 거장이 됐다.

 

지난해 5월에 열린 72회 칸 영화제 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사진 네이버 영화

당연한 말이지만 거장에게도 풋풋한 시절은 있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봉 감독이 모델로 출연한 광고 속에서 그의 앳된 모습이 보인다.

과거 광고들을 들여다 보면 '괴물(2006)', '마더(2009)' 같은 히트작들과 '괴물'의 OST를 작업한 이병우 감독의 음악 등 봉 감독의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만날 수 있다. 곱슬머리 헤어스타일만 고집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봉 감독의 영화 여정을 찾으러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1. "감독이 아주 봉이구만?" 2006년, 티유 광고

예전에 DMB라는 게 있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의 줄임말이다. 쉽게 말하면 휴대전화처럼 이동이 가능한 단말기에서 TV의 여러 채널을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최근엔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이 기능을 없애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DMB 기능의 수요 자체가 확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DMB가 아주 유용했다.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로 뉴스, 드라마, 스포츠 생중계 등을 볼 수 있었다.

 

38살의 봉 감독. 사진 TU 광고 캡처

이 광고는 위성 DMB 서비스를 선보였던 티유(TU)의 광고다. 2006년이면 봉 감독 나이 38세 때다(현재는 52세.). 천만 영화 '괴물'이 개봉된 해이기도 하다.

광고 속에서 봉 감독은 DMB로 축구 생중계를 보다가 "감독을 바꾸라고!"라며 불평하는 봉태규(아이디어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iMe KOREA))에게 "진심이야? 갈게! 감독이 아주 봉이구만?"이라 응수한다.

다른 버전의 광고도 있다. 박진희(엘리펀엔터테인먼트)가 봉태규와 키스신을 찍는데, 자꾸 웃음을 터뜨리며 몰입을 못 하자 봉태규가 DMB로 키스신 장면을 보여준다. 박진희는 단번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DMB 속에서 플레이되던 영화 속에서 '기생충' 주인공 조여정(높은엔터테인먼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봉 감독이 박진희와 봉태규의 키스신을 연출하고 있다. 사진 TU 광고 캡처

이 장면을 연출하던 봉 감독은 "쟤네 갑자기 왜 저래?"라는 연기를 선보인다. 봉 감독의 연기를 보면 왜 배우가 아니라 감독이 됐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 크레딧
▷ 광고주: TU미디어
▷ 대행사: TBWA코리아
▷ 제작사: 밀리그램
▷ PD: 민광섭
▷ CW: 김상호, 백승엽, 이현주
▷ 제작사PD: 최재원
▷ 촬영감독: 김휘정
▷ 조명감독: 박성남
▷ 메이크업ㆍ헤어: 제니하우스
▷ 모델에이전시: 캐스팅나우
▷ 로케이션 업체: 로케이션 플러스(김태영)
▷ 2D업체: 디오
▷ 2D(TD): 한재호
▷ 동시녹음: 이재석

2. "한강은 나를 꿈꾸게 했다" 2006년, 캐논 광고

티유와 같은 해 공개된 캐논 EOS 400D 광고다. 봉 감독은 한강을 바라보며 캐논으로 사진을 찍는다. 사진 찍는 모습 위로 봉 감독의 내래이션이 흐른다. "한강은 나를 꿈꾸게 했고 EOS는 그 꿈을 보여주었다"

한강은 '괴물'의 주요 배경이다. '괴물'은 한강에서 정체불명의 괴물이 나타나 주인공의 딸을 잡아가고, 온 가족이 목숨 걸고 딸을 구하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한강은 나를 꿈꾸게 했다"는 광고 카피는 당시 '괴물'이 요즘 '기생충'만큼 화제였기에 등장한 카피다.

 

로우 앵글로 찍힌 봉 감독. 사진 캐논 광고 캡처

광고 속에서 봉 감독은 로우 앵글로 찍혔다. 로우 앵글은 카메라를 인물 아래에 둬서, 인물을 위대하게 보이게 만드는 촬영 기법이다. 당시 '괴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봉 감독의 위상을 엿볼 수 있다.

광고 속 BGM 또한 봉 감독과 관련이 있다. 흐르는 음악은 이병우 음악감독이 만든 영화 '장화홍련(2003)'의 OST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이다. 이 감독은 '괴물'의 음악도 담당했다. '괴물' OST '한강찬가'가 이 감독 손에서 태어났다.

■ 크레딧
▷ 광고주: 캐논
▷ 대행사: 덴츠이노벡
▷ 제작사: 시대의시선
▷ CD: 이호
▷ PD: 박수만, 강경원
▷ 편집실: 판도라
▷ 편집자: 정재학
▷ NTC: CL
▷ 오디오PD: 이성기

3.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고" 2010년, SM5 광고

'대세'만 찍는다는 자동차 광고도 찍었었다. 봉 감독 나이 42세 때다. 영화 '마더'가 개봉된 다음 해였다. 

광고에서 시나리오를 고치며 고뇌에 빠진 봉 감독이 클로즈업된다. 봉 감독은 고뇌 끝에 만족스러운 촬영을 마치고 기뻐한 후 SM5를 타고 퇴근한다.

 

SM5를 타고 있는 봉 감독. 사진 SM5 광고 캡처

봉 감독의 별명은 '봉테일'이다. 봉준호와 디테일(상세하다)의 합성어다. 어느 한 컷 하나 그냥 흘려보내는 것 없이, 여러 상징을 작품 속에 심어놓고 세심히 연출한다는 의미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광고는 이런 봉 감독의 작업 성향에 빗대어, SM5도 봉 감독처럼 세심하게 만들어 다른 자동차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 크레딧
▷ 광고주: 르노삼성자동차
▷ 대행사: 웰콤
▷ 제작사: ZOO PRO
▷ CD: 채병호, 남혜아
▷ 제작사PD: 조상호
▷ 편집자: 박정만
▷ 3D업체: 머큐리포스트
▷ 오디오PD: 이성기

4. "이게 자유로운 예술가의 헤어스타일이야" 2010년, 맥스 광고

봉 감독의 연기력이 대폭발된 광고다. 2006년 티유 광고보다는 나아진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왜 한 가지 헤어스타일만 고집하는지도 알 수 있다. '마더'의 주인공 원빈(이든나인)과 함께 출연했다.

맥주를 마시다 취한 봉 감독이 동석한 이들에게 말을 건다. 길 가는데 어떤 이가 자신의 뒷모습을 보고 "아줌마"라고 했다는 것. 원빈은 안 감은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머리를 좀 어떻게 하라며 핀잔을 준다.

 

사진 맥스 광고 캡처

봉 감독은 갑자기 유명한 학자ㆍ예술가를 읊기 시작한다. 파스칼(수학자), 베토벤(음악가), 아인슈타인(물리학자), 신윤복(화가)의 이름을 나열하며 그들의 헤어스타일이 본인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원빈은 봉 감독을 향해 "갖다 붙이긴 뭘 어디다 갖다 붙여요? 맥주 맛도 모르면서"라고 말한다. 그 후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봉 감독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 크레딧
▷ 광고주: 하이트맥주
▷ 대행사: JWT애드벤처
▷ 제작사: 블루마블, 우라늄238
▷ CD: 유수홍
▷ PD: 김정규
▷ 조명감독: 김덕중
▷ 아트디렉터(스텝): 더폼, 안현경
▷ 오디오PD: 이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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