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권이민수 기자] 수많은 기업이 페이스북ㆍ인스타그램 등의 SNS에서 마케팅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마케팅 전쟁터라고 할만큼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이제 SNS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너무 익숙해져 신선함을 찾기 어렵다.

SNS 마케팅에서 더이상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는 어려워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아직 기업이 노려볼 만한 마케팅 공간이 남아있다. 바로 네이버 밴드다.

네이버 밴드는 네이버에서 만든 그룹형 SNS다.

네이버 밴드는 이용자가 밴드(공통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모임 공간)나 페이지를 개설하고 콘텐츠를 올려 멤버를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용자가 콘텐츠에 댓글도 달고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밴드 가입과 페이지 구독은 필수다.

지난달 27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SNS 이용자의 약 10%가 네이버 밴드를 이용한다. 적지 않은 수다. 그러나 SNS를 주로 이용하는 MㆍZ세대에게 네이버 밴드는 아직 어색하기만 하다. 

MㆍZ세대에게 네이버 밴드에 관해 물었다.

"그게 뭐예요? (wal*******)"
"지금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습니다. (유*원)"
"어르신들이 무슨 글 올리시긴 하던데 (오*요)"
"왜일까 지워지지 않는 올드함 (정*인)"

MㆍZ세대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바로 네이버 밴드를 이용하는 이들이 주로 50ㆍ60대 노년층으로 이루어진 '오팔세대(OPAL,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밴드는 여타 SNS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닉네임부터 다르다. 지역, 연령, 성 등 이용자의 신상 정보가 닉네임에 명시된다. 예를 들자면 '영등포구 58년 개띠 최 감자'같은 식이다. 

 

왼쪽부터 마운틴TV, 스브스타. 게시물 조회 수와 댓글 수를 보면 연예 관련 게시물과 등산 관련 게시물의 관심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사진 네이버 밴드 캡처
 

주제도 연예나 패션과 같은 MㆍZ세대가 좋아할 내용보다는 여행, 농산물, 사진, 등산, 그림 등 오팔세대가 열광할 주제들이 밴드를 주도한다.

스타의 소식을 전하는 페이지에는 댓글이 전무한 반면에 여행, 등산 관련 페이지의 댓글은 수십 개다.

다른 SNS처럼 밴드에도 몇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존재한다. 물론 오팔세대가 관심을 보일 만한 콘텐츠를 다룬다. 

인플루언서 중에는 충성도 높은 팔로워를 상대로 개인 사업을 하는 이도 있다.

이처럼 네이버 밴드는 기존 SNS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기업의 관심이 덜한 모양새다.

하지만 일찌감치 네이버 밴드에서 열심히 마케팅 중인 이들이 있다. 여행 관련 기업, 출판사, 각종 유통 업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오팔세대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를 내세워 팔로워를 모은다. 이렇게 모인 충성도 높은 팔로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상품을 홍보한다.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대한민국 기차여행' 밴드. 사진 네이버 밴드 캡처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은 '대한민국 기차여행' 밴드를 운영 중이다.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 담당자들이 여행 상품과 기차 운영 정보들을 공유한다. 팔로워는 댓글로 예약도 하고 문의도 하면서 활발하게 소통한다.

홍익출판사도 밴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힘이 되는 좋은 글' 밴드와 페이지를 운영한다. 책 구매 링크와 함께 해당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췌해 공유하고 있다. 게시물마다 팔로워의 공감 댓글이 수십 개이상 달렸다.

'농수산물 직거래장터'나 '중고차 직거래' 등 다양한 유통 업체가 모인 페이지도 있다. 네이버 밴드가 하나의 유통 채널로서 업체와 소비자를 잇는 통로가 된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네이버 밴드에도 젊은 층의 유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용자들이 구체적인 목표를 잡게 하고 달성도 돕는 '인증 밴드' 덕분.

'새벽기상후 뭔가하기', '매일1소묘하기(미션인증)', '다이어트, 걷기, 만보인증' 등과 같은 밴드가 그 예다. 특정 기간에 미션이 주어지면 참여자는 미션을 마치고 밴드에 인증을 해야한다.

 

왼쪽부터 새벽기상후 뭔가하기, 매일1소묘하기(미션인증) 인증 밴드, 사진 네이버 밴드 캡처
 

이처럼 네이버 밴드는 터줏대감 노릇하던 오팔세대와 새롭게 떠오르는 MㆍZ세대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이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 가능하단 뜻이다. 

새로운 SNS 마케팅 공간을 찾고 있다면, 먼저 네이버 밴드에 주목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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