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체크] "너 그러다 가해자 된다"는 학교 폭력 공익 광고, 괜찮을까?

광고 마지막에서 보복성 메시지로 폭력 경고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현실 반영 잘했다" vs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하연 승인 2020.03.23 14:46 의견 0
친구들끼리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 학생들. 사진 유튜브 'KOBACO공익광고협의회' 채널 캡처

 

[AP신문=이하연 기자] 지난달 18일 공익광고협의회는 유튜브 채널에 학교 폭력에 관한 광고 '톡 쳤을 뿐인데 - Viral'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광고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사이버불링의 피해 모습을 담아 내고 있었습니다. 사이버불링은 직접적인 신체 폭력을 넘어서 요즈음 추세가 늘고 있는 학교 폭력 중 하나입니다. 

주목할 점은 영상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사이버불링의 모습입니다.

바로 여기서 이전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이번에는 피해자가 돼 사이버불링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광고 영상의 마지막 경고 메시지. 사진 유튜브 'KOBACO공익광고협의회' 채널 캡처


"너 학교 폭력 행사하다가 피해자가 된다"

이런 장면은 함무라비 법칙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말은 해를 입힌 만큼 돌려준다는 뜻입니다. 이런 것을 복수주의라고 합니다.

복수주의는 고대 법률의 공통적인 특성입니다. 이런 특성이 오늘날에도 과연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요?

또한 이런 식의 보복,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광고가 문제는 없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현직 고등학교 교사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들은 '현실성'의 측면에 있어 상이한 의견을 보였습니다. 

김성진 부산 예문여자고등학교 교사는 학교 폭력의 현실을 잘 반영하긴 했지만 사이버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에 학교 폭력이 온전히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서 현실성을 충분히 반영한 광고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은 광고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렇지만 (사이버불링은) 일반적인 범죄와는 달리 사이버라는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신들이 학교 폭력을 가하고 있음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한편, 이은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활동가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그는 김성진 교사와는 반대로 학교 폭력의 현실이 잘 반영돼 있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는 학교 폭력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고,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광고가 전반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폭력은 명확한 권력 관계 안에서 일어난다. 청소년 사이에서도 당연히 권력 관계가 있다. 하지만 광고는 이런 권력 관계를 조명하지 않았다.

광고는 가해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학교폭력을 가하면 다시 돌려받게 될 거야'라고 말하지만, 어떤 가해자는 폭력으로부터 전혀 위협받지 않는 위치, 즉 폭력에 대해 인지할 필요가 없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이에 관해 공익광고협의회 측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9년 공익광고협의회 제8차 기획소위원회 회의록'을 참고하라고 전했습니다.

공익광고협의회 2019년 공익광고협의회 제8차 기획소위원회 회의록 캡처


공익광고협의회는 회의록에서 물리적 폭행보다 심각해지는 정서적, 심리적 폭행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는 구분돼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폭력은 누구에게나 노출돼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대중에게 이런 심각성을 환기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김성진 교사와 이은선 활동가가 공통적으로 언급한 '현실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공익광고협의회의는 학교 폭력의 현실을 반영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은선 활동가가 언급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권력 관계라는 현실 문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LH 행복주택 광고.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광고에서 현실성의 문제는 중요합니다.

지난해 12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옥외 광고는 내건 지 하루 만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이 됐습니다.

행복주택은 주거 약자에게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입니다. 

부모님이 집을 마련해줄 정도로 여유 있는 청년이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친구를 부러워하는 점이 현실성이 없었던 것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신중하지 못했던 광고 문구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광고를 모두 철거했습니다.

 

공익 광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공익광고협의회의가 사이버불링의 실태의 현실성을 반영하려는 의도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드는 데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위원 서정화 위원 역시 "가해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개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광고를 비판했습니다.

(관련 기사: [AP광고평론 #14] 학교 폭력 공익 광고, 잘 표현 vs 현실성 부족)

덧붙여 "가해자가 여학생으로, 피해자가 남학생으로 표현된 부분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괴롭힘의 구도가 아니라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 한 가지를 더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공익 광고는 특정 구매자만 타깃으로 하는 상업 광고와 달리, 모든 이를 타깃으로 합니다. 모든 이가 보고 공감할 수 있어야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공익 광고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성' 문제가 중요합니다. 현실성이 부족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공공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익 광고에 현실성을 잘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명확합니다. 공익 광고가 대상으로 하는 인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현장에 관한 더 많은 조사를 하고 관련 전문가에게 더 많이 자문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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