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관장

[AP신문=하민지ㆍ이하연 기자] 지난 1월에 공개된 정관장 설 광고 중 한 장면이다. 이 광고는 이 장면 덕에 히트쳤다. 댓글 창이 난리가 났다. 누리꾼은 "그때 그 사람이에요?", "그분 근황이에요?"라고 댓글을 달며 광고 모델을 궁금해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1994년 MBC 뉴스 속 인터뷰이가 아니다. 배우 성령(크레빅엔터테인먼트)이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정관장 광고 모델 오디션에 합격한 후 뉴스를 수십 번 돌려 보며 연습했다. 의상도 본인이 직접 준비했다.

 

사진 크레빅엔터테인먼트

원래 목소리 톤이 좀 낮은데 뉴스 속 X세대(1965년~1976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따라 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높였다. 촬영 현장에선 "기분이 조크든요('좋거든요'의 서울 사투리)" 대사만 30번 정도 연기했다. 열심히 준비한 덕에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마쳤다.

광고 속 성령의 분량은 6초 정도다. 성령은 이 6초를 위해 목표를 세웠다. 첫째, 완전히 똑같이 하자. 한 번 하면 제대로 해야 하니까. 둘째, 나인지 못 알아보게 하자. 뉴스 속 그 사람이 되자. 91년생인 성령은 이렇게 완벽한 X세대가 됐다.

 

사진 성령 인스타그램 @sunglyoung91

실제 성령의 모습은 X세대와는 좀 다르다. 촬영이 없으면 메이크업을 잘 안 한다. 옷도 수수하게 입는다. 쉬는 날엔 주짓수, 발레 등 운동을 즐겨 한다. 집에선 그림을 그리고 자기 전엔 ASMR을 듣는다.

이렇게 수수한 배우가 광고 속에서는 아예 다른 사람이 됐다. 인상과 눈빛부터가 다르다. 광고 속에선 무질서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멋진 언니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한 메이크업을 지우고 환하게 웃으면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 같은 밝은 사람이 된다.

단 6초 촬영도 열심히 준비하고, 연기할 땐 다른 사람이 되는 배우 성령. 신예 같지만 연기 경력이 탄탄하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유수의 단편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광고는 정관장까지 3편을 찍었다. 2016년 빙그레 바나나우유, 2019년 올리브영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웃지 않으면 비밀을 지닌 것 같고, 웃으면 세상 행복한 얼굴을 가진 성령을 지난 21일 여의도에서 만났다. 약속한 시각에 하얀 니트를 입고 웃으며 걸어오는 그를 보는데, 금방이라도 봄이 올 것 같았다.

 

사진 이하연 기자

Q: 정관장 광고가 엄청 화제가 됐어요. 누리꾼 반응도 뜨거웠어요.

맞아요. 저도 뿌듯했어요. 댓글들도 감사히 봤어요. 제 주변 친구들은 저인 줄 잘 모르더라고요. 

Q: 저도 몰랐어요. 정관장 광고를 보고 다른 작품을 보니까 인상이 확 달라서 놀랐어요.

그쵸? 똑같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한 번 하면 제대로 하고 싶었거든요. 이 광고에 출연하면서 목표가 있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저인지 못 알아보게 하고 싶었어요.

Q: 의상은 소장품이었나요?

맞아요. 모자와 선글라스를 준비해 갔어요. 촬영팀에서 준비해 주셨는데 제 것도 가지고 갔어요. 모자는 제 것을 쓰게 됐어요.

Q: 목소리가 저음이신데, 94년 뉴스 속 인물과 목소리도 똑같이 연기하셨더라고요.

그 톤을 맞추려고 많이 연습했어요. 똑같이 하고 싶었거든요. 촬영할 때 감독님이 목소리 톤을 계속 체크해 주셨어요.

 

사진 크레빅엔터테인먼트

Q: "기분이 조크든요"는 몇 번이나 연기하셨어요?

30번 정도 하지 않았을까 해요. 촬영 현장에서 다들 재미있다고 하시고, 광고주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Q: 오디션은 어땠나요?

콘티와 뉴스 영상을 보내주시면서 연습한 영상을 보내달라고 하셨어요. 연습해서 어머니께 먼저 보여드렸더니 똑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께 찍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완전 비슷하게 찍어서 보내드렸더니 감사하게도 합격했어요. 

Q: 빙그레 바나나우유 광고가 첫 광고 촬영이었잖아요. 그때와 정관장 광고 촬영이 달랐나요?

그때는 뭘 잘 몰라서 시키는 대로 재미있게 찍었어요. 이번에는 제가 의상까지 준비하고 촬영한 거라 더 재미있었어요. 다들 너무 재미있어해 주셔서 벼르고 갔어요. 다행히 잘 끝냈어요.

성령은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웃는 얼굴과 웃지 않는 얼굴의 매력이 각각 다르다. 여러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

그동안은 독립영화 '이월(2017)'에서 우울증을 앓던 캐릭터 '여진'처럼 어두운 역할을 많이 연기했다. 이제는 웹드라마 '이상한 여자(2018)'의 '한여자' 캐릭터처럼 밝은 연기도 많이 해보고 싶다고. 

 

사진 이하연 기자

광고도 마찬가지다. 성령은 환한 미소가 잘 드러날 수 있는 블러셔(볼 터치 화장품) 모델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스포츠 웨어 브랜드 모델에도 관심을 보였다. 주짓수를 열심히 해서 액션 연기에도 자신이 있다고 한다.

Q: 빙그레 광고 '보경' 캐릭터와 웹드라마 '이상한 여자'의 '한여자' 캐릭터가 비슷한 이미지예요. 밝고 명랑하고 예뻐요. 화장품, 생리대, 보험 같은 밝은 광고가 어울릴 것 같아요. 찍어보고 싶은 광고가 있나요?

블러셔 모델 해보고 싶어요. 화장품 모델 중에 볼 터치 모델을 너무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정관장 광고 찍어보니까, 저는 유쾌하게 풀어내는 게 재미있어요. 그동안 비밀이 많고 아픈 역할만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나는 어두운 역할 연기를 잘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저 진짜 밝거든요. 

정관장 광고 때 '연기가 이렇게 재미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운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는 그런 즐거운 캐릭터를 많이 소화해 보고 싶어요.

Q: 예능감이 필요한 광고도 잘하실 것 같아요. 이번 정관장 광고도 그랬고요.

저 그런 광고 좋아해요. 정관장 광고처럼 재미있는 캐릭터를 저한테 주시면 재미있게 잘할 수 있어요.

 

뮤직비디오 '나풀나풀' 주인공으로 출연한 성령. 사진 크레빅엔터테인먼트

Q: 평소에 주짓수, 수영, 발레 많이 한다고 하셨잖아요. 스포츠 웨어 광고 모델은 어때요? 좋아하는 스포츠 브랜드가 있나요?

나이키를 자주 입어요. 보통 스포츠 웨어 브랜드 모델들을 보면 완성된 몸매를 가지고 계시잖아요. 나이키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매장에 가도 마네킹이 체형별로 다양하게 있어요.

나이키 광고는 멋있는 여성상을 보여줘요. 광고를 보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이키 모델도 해보고 싶어요. 주짓수를 '선수를 할까, 배우를 할까' 고민할 정도로 열심히 하기도 했고요. (웃음)

Q: 액션 연기에도 도전해 보고 싶으시겠어요.

운동을 많이 해서 자신이 없을 수 없죠. (웃음)

 

사진 이하연 기자

■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많은 정보) 질문

누가 그랬다. 상대방의 TMI가 궁금해지면 그를 사랑하는 거라고. 그래서 준비했다. 정관장 광고의 히로인, 배우 성령의 TMI들.

Q: 내가 가장 멋져 보일 때

정관장 광고 때처럼 싱크로율 맞았을 때요. 제가 일을 열심히 해서 상대방에게 만족감을 줬을 때 멋져 보여요.

Q: 다음 중 나를 더 알린 작품은?
정관장 설 광고 vs 웹드라마 '이상한 여자' vs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2018)'

정관장 광고 아닐까요? TV에도 자주 나와서 시청자가 저를 많이 봤으니까요.

Q: 재미있는 춤을 춰야 하는 광고 모델 제안이 들어왔어요. 하나만 해야 한다면?
오로나민씨 vs 옥메와까ㆍ앙쌀찰찰

옥메와까요. 너무 재미있어요.

Q: 내 실제 모습과 더 비슷한 캐릭터는?
정관장 광고 X세대 vs 빙그레 바나나우유 광고 보경

빙그레의 보경이요. 정관장은 세련된 여성이었잖아요. 제 평소 모습이 보경과 더 비슷해요.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 간호사 '은미' 역으로 출연했다. 사진 MBC

Q: 가장 욕심났던 배역

영화 '마녀(2018)'의 자윤(김다미(앤유엔터테인먼트(매니지먼트AND)) 분) 역이요. 너무 멋있는 역할이에요.

Q: 최근에 제일 재미있게 본 드라마

미스터션샤인(2018)이에요. 이병헌 선배님께서 연기를 너무 잘하시고, 역사가 가미된 드라마라 애국심도 생겼어요.

Q: 자기 전엔 뭐 하세요?

유튜브에서 핑거 탭을 들어요. 손으로 이런저런 소리를 내는 ASMR이에요. 가끔 여러 생각이 떠다녀서 잠이 안 올 때가 있는데 핑거 탭 소리를 들으면 자장가 같아서 잠이 잘 와요.

Q: 집순이예요, 밖순이예요?

운(동)순이예요! 쉬는 날엔 수영장에 가거나 발레 학원에 가요.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노는 것보다 운동하는 게 좋아요. 요즘은 그림을 그려요. 집에서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요. 목적이 있는 그림이 아니라 그냥 손 가는 대로 그려요.

 

2019년 올리브영 광고. 사진 올리브영

Q: 약속 시각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나요?

저 항상 30분 정도 일찍 가 있어요. 그래서 제 친구들도 잘 안 늦어요. 늦어도 예의상 15분 정도는 기다려 줘요. (웃음)

Q: 내가 강해 보일 때

주짓수 할 때요. 자신감이 생겨서, 길거리에서 누가 나를 건드려 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해요. 괴한이 등이라도 한 번 만지면 바로 (웃음)

Q: 야행성인가요, 아침형 인간인가요?

아침형 인간이에요. 보통 12시 안에는 자고, 7시에는 항상 일어나요.

Q: 성령이 존경하는 배우 두 사람 중 한 사람과 식사를 해야 한다면?
공효진(매니지먼트 숲) vs 제이크 질렌할

공효진 선배님이요. 제이크 질렌할 선배님은 너무 멀리 계셔요. (웃음) 공효진 선배님은 본인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계셔요. 공효진이라는 이름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드셨다는 자체가 되게 멋있어요.

 

사진 이하연 기자

Q: 어떤 배우로 인식되고 싶나요?

필요한 사람이고 싶어요. "저 역할은 성령이 맡길 잘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성령은 인터뷰 당일 오전에 독립영화 '행복한 첫날'의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했다. '행복한 첫날'은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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