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하민지 기자] 유튜브 광고의 성차별적 내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은 물론 여성의 신체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가리키는 등 성적 대상화도 빈번히 행해지고 있었다.

서울YWCA는 지난달 18일, '[유튜브 광고]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자료 서울YWCA

서울YWCA는 한국양성평등진흥원의 의뢰를 받아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서울YWCA 대학생 모니터단이 작년 10월 한 달간 유튜브 광고 524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차별적 광고(31건)가 성평등적 광고(7건)보다 4배 많았다.

성차별적 게임 광고, 성차별적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져

사진 팬덤시티

이 중 게임 광고의 성적 대상화가 가장 심각했다. 게임 제작사 'nxuinc'의 '팬덤시티 - 실사풍 미녀 게임' 광고에는 여성의 가슴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이를 젓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다른 버전의 광고에서는 젖은 여성의 모습을 등장시켜 성적인 행위를 암시하기도 한다. 

보고서는 "극실사 미녀게임'이라는 광고 문구는 게임을 하면 실제 여성을 상대로 성적 희롱과 모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판매 포인트로 내세우기에 더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염왕이 뿔났다

다른 제작사 'X.D. 글로벌'의 게임 '염왕이 뿔났다' 광고의 경우, 여성 캐릭터가 딱 달라붙는 옷과 비키니를 입은 채 가슴과 엉덩이를 부각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보스레이브

제작사 'THINK FLY'의 게임 '보스레이브' 광고에서는 전투 게임이라는 것과 무관하게 침대 위에 속옷만 입은 채 옆으로 누워있는 여성의 뒷모습과 '19금 모바일 게임'이라는 문구를 함께 배치했다. 사실 이 게임은 12세 이용가다. 

보고서는 "여성의 뒷모습을 관음하는 구도의 카메라 시선을 통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 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게임 광고가 성차별적인 2차 콘텐츠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일부 유튜버는 "게임 아니야. 야동이야", "이건 RPG가 아니라 야겜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실제 게임을 실행한 영상을 올렸다.

영상 조회 수가 35만 회가 넘어가는 등, 성차별적 게임 광고가 단순히 광고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성차별적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진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여성을 상품화하는 만남 앱 광고

사진 스터디 서치

만남 앱 광고 또한 문제였다. '스터디 서치'라는 영어 회화 모임 앱은 여성과 남성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에서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남성이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에서는 유쾌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해외 경험 스터디 리더', '영어 친구'와 같이 학습을 강조하는 문구를 사용했다.

반면 여성이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에서는 입술을 가리키는 여성의 이미지와 함께 '부담 없이 만나요', '화끈하게 놀고 화끈하게 공부하는'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특정 신체 부위를 강조하고 영어 공부와는 전혀 무관한 '화끈하게' 같은 표현을 사용해, 앱을 통해 공부가 아닌 '화끈한 만남'을 주선하는 것처럼 홍보하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 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사진 케이메이트

'케이메이트'는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홍보하는 앱이다. 이 앱의 경우 광고에서 "대만 여자도 만나보고, 일본 여자도 만나보고, 베트남 여자도 만나 봐"라는 자막과 함께 다양한 외국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여성은 가슴이 부각된 옷을 입고 있는 프로필 사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며 대상화된 이미지로 표현됐다. 또한 일본 여성을 '스시녀'라고 부르는 등 여성 혐오적인 표현도 사용됐다.

보고서는 "베트남이 대표적인 결혼 이주민 출신 지역이면서 최근 성매매 관광으로 인해 논란이 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특정 국가의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이미지를 구성하기에 더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IT 전문 매체 블로터의 작년 5월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는 세대를 불문하고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가장 오래 쓰는 앱이다. 

특히 10대의 경우 1인당 월평균 41시간 40분을 유튜브 시청에 할애한다. 10대가 전체 세대 중 유튜브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길다고 한겨레가 작년 9월 보도했다.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 이용자가 아니라면 광고를 무조건 시청해야 한다. 유튜브 광고는 TV와 다르게 채널을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단 몇 초라도 필수로 시청해야 원하는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유튜브 광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튜브 최장 이용자인 10대가 유해한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또한 유튜브 알고리듬 상 이용자가 좋아하는 분야의 광고가 자주 노출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유튜브 알고리듬의 원리를 설명하며 "게임 영상을 소비하는 사람에게 여성의 도구화를 마케팅 전략으로 한 광고가 계속 노출된다면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 강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유튜브, 유해한 광고 가이드라인 필요

사진 구글 누리집 캡처

유튜브는 2017년에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 마약ㆍ총기류를 다루는 콘텐츠에는 등에는 일명 '노란 딱지'가 붙는다. 노란 딱지가 붙은 콘텐츠에는 광고가 붙지 않는다.

보고서는 '수용자에게 유해한 광고 가이드라인'이 절실해 보인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의료 광고만 사전 심의를 하도록 법이 마련돼 있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성 인지 감수성을 고려한 온라인 분야의 자율 심의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여성이 자신의 철학과 신념에 따라 업무 수행하는 성평등 광고

작년 9월에 공개된 '사랑의 열매 - 10원과의 전쟁 편'에는 업무를 지시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역할로 배우 전혜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이 등장한다. 장르 또한 누아르 영화처럼 연출됐다.

지금까지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을 맡아왔던 누아르 장르에 여성을 주인공을 등장시켜 카리스마 있는 존재로 묘사했다. 권위 있는 역할은 남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여성상을 제시한 사례라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엡손 코리아가 작년 9월에 공개한 광고도 성평등 광고로 꼽혔다. 이 광고에는 오피스룩을 입은 여성 2명이 등장해 속도, 경제성, 친환경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린터의 우수한 기능을 직접 설명한다.

보고서는 "여성은 기능보다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는 여성의 모습을 강조했다"고 설명하며 이 광고를 성평등한 광고로 선정했다.

이 외에도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며 여성의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제시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광고, 여성 시니어 모델이 등장한 현대백화점 광고, 유튜버 박막례가 출연한 써브웨이 광고 등이 성평등한 광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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